‘경복궁 낙서’ 17, 16세 남녀 붙잡아… “지인이 돈 준다고 해서”
경찰, 범행 사흘만에 수원서 검거
낙서한 ‘불법 영상사이트’ 폐쇄
두번째 낙서범 “관심받고 싶어서”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혐의로 사흘 만에 체포된 임모 군(왼쪽 사진)과 김모 양이 19일 오후 9시 37분경 검은색 패딩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채 종로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뉴시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 사흘 만에 경찰이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남녀 용의자들은 모두 10대 미성년자로 “낙서를 남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은 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오후 7시 8분경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임모 군(17)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임 군은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의 낙서를 남기고 도주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임 군과 동행했던 김모 양(16) 역시 오후 7시 25분경 수원시 자택에서 검거됐다. 김 양은 낙서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둘은 자택에서 쉬고 있었으며, 범행 도구는 현장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둘은 이날 오후 9시 37분경 종로경찰서에 도착했으나 검은색 패딩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임 군의 낙서에 담긴 사이트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로, 서버를 해외에 둔 채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콘텐츠를 무단 복제해 배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는 18일 폐쇄됐다. 동아일보 기자는 19일 해당 사이트 운영자 사무실로 전화해 범행과의 관계를 물었지만 담당자는 “기다리라”고만 할 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이들의 신원을 특정했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택시 승하차 기록과 결제 내역을 확보하며 수사망을 좁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어려웠고 피의자가 미성년자라 긴급체포가 힘들어 용의자 검거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첫 번째 낙서 하루 만인 17일 오후 10시 20분경 경복궁 영추문 복원 현장에 가수 이름과 앨범명 등을 스프레이로 낙서한 20대 남성은 경찰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 낙서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전날(18일)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이 남성이 임 군이나 김 양과는 관계가 없는 단순 모방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직인 이 남성은 정신질환은 없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 낙서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경찰은 18일부터 서울경찰청 기동대 1개 중대를 야간(오후 8시∼오전 8시)에 투입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서울 시내 5개 궁궐 순찰을 강화했다.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