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앞바다에 뿌려진 등소평의 유골은...
중국 개방화와 경제부흥의 주역 등소평 주석을 기억 하시나요? 중국을
여행하면서 조선족 가이드에게 마오쩌뚱(모택동)과 덩샤오핑(등소평)중 누구를 더 존경하고 기억에 남느냐고 장난삼아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다.
마오 주석은 중국을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켰고 덩샤오핑은 중국을 가난에서
해방시켰기에 똑 같이 존경한다는 것이다. 6척 장신에 잘 생긴 미남 스타일의 마오와 5척 단구에 어느 무식한 노동자 스타일의 덩샤오핑,
공산혁명을 같이 하며 숱한 역경을 돌파한 동지지만 생긴 모습만큼이나 그들에게도 대조적인 구석이 많았다.
덩샤오핑이 몇 번이나 권력에서 밀려난 것도 마오와는 다른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최후도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마오의 시신은 방부 처리되어 수많은 민중에게
공개되었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하여 꽃잎과 함께 홍콩을 바라다 보는
인근앞바다에 뿌려 줄 것을 유언하였고 그의 가족과 동지들은 이 유언을 잘 지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5척 단구의 오뚝이는 한줌의 재가 되어
꽃잎과 함께 서해 바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장례는 전설로 하나의 충격이었다. 내세를 믿지 않는 철저한
유물론자의 최후답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였다. 어렵게 다시 잡은 권력을 죄다 내어놓고 자신의 육신까지 대양에 내어 준 그의 최후는 너무도 담백한
무욕의 그것이었다. 그에게도 자신의 시신을 방부 처리하라고 할 권위는 당연히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오의 시신을 방부 처리한 것이 마오의 소원에 의한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스탈린 사후 그의 시신을 방부 처리한 선례에 영향 받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특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덩샤오핑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마오와 같은 반열에서 민중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러나 덩샤오핑의 유해는 방부 처리되지 않은 채 한줌의 재가 되어 서해 바다 밑으로
꽃잎과 함께 사라졌다.
이는 너무나 대조적인 중국의 영웅 두 인물의 사후 처리를 보면서
느껴지는 게 많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마오의 경우 세상에 무척 많은 미련을 간직한 채 마지 못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덩의 경우 원도 한도
없이 한 세상 마음껏 살고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했구나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덩샤오핑의 삶이 마오의 삶보다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수술 후 장기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 한 혼란이 지금도 계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최근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작년 우리나라 사망자의 화장률이 5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13억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덩샤오핑의 유골도 바다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마당에 뭐 그리 잘난 인생이라고 거창하게 봉분 만들고 돌을 놓아 아름다운 산천을 더럽힐쏘냐.
효가 무덤에서 나온다면 온 산천을 다 무덤으로 뒤덮어도 좋으리라.
효가 행해지지 않는 요즈음의 세상에 무덤이 더욱 화려해져 가는 추세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화장률이 과반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길한 예감을 버릴 수 없다. 화장한 유골을 안치하는 이상한 돌
구조물이 곳곳에서 출몰하는 현상 때문이다.
곡선의 산세에 전연 어울리지 않은 저 어시시한 납골당이 오늘날 이
나라의 산야를 뒤덮은 봉분보다 과연 얼마나 나은 것인지? 봉분은 2,3백년 지나면 평토로 돌아가 풀과 나무의 터가 되어 주기나 하지만, 납골당은
수백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거나, 무너져 내려 해괴한 형상의 몰골이 될 게 뻔하다.
뭐 그리 잘난 인생이던가? 발가벗고 세상에 나와 누릴 것 누리고 살만큼
살았으면 세상에 돌려주고 가면 그만 아닌가.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돌 속에 넣어두면 뭐 할 것인가? 유골은 언젠가 벌레의 먹이가 되어 없어지고,
결국 항아리와 돌만 남을 것을 마음을 고치자.
한시대를 풍미하고 중국인의 존경을 받은 덩샤오핑 같은 인물도 자신의
육신을 대양에 돌려주고 홀연히 떠나는 마당에 굳이 차가운 돌무덤 속에 유골이라도 남겨두고 가야 마음이 놓이는가. 먼 훗날 이 땅에서 가장 의미
없는 흉물일수 있는 납골당이 작금 이 땅 곳곳에서 휼물처럼 출몰하는 현상이 못내 미덥지 못하다.
자유로운 바다나 산, 나무, 잔디 밑이 유골이 쉬기에 보다 좋은 곳으로
보인다. 필자는 내 평생의 가장 좋은 놀이터였던 테니스장 한 구석과 팔공산 한 구석, 그리고 단골 주점들 입구 몇 구석을 생각하고 있다.자연과
산천은 후손들에게 깨끗하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자원이자 유산이다.
이강문/대구소리 공동대표.대구경제복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