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라이벌-보잉과 에어버스
사람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은 잘 알고 있다시피 여객기이다. 거
대한 몸체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라와 나라의 국경을 쉽게 넘나들게 해주는 이 여객기
에 관한 한 보잉사와 에어버스사는 지구상 최대의 맞수이다. 현재 지구의 하늘에는 수많은
여객기들이 오가고 있고 그 모양도 가지가지다. 이 여객기 중에서도 보잉사가 제작한 여객
기는 전체의 54퍼센트를 차지해 단연 선두를 점하고 있으며, 그 뒤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이 공동출자한 에어버스의 기종이 2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 두 항공사가 여객기 부문에서 이처럼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유럽과 미국이라
는 오래된 자존심의 대결의식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들 여객기 업체들은 새로운 기종을
만들 대마다 수많은 연구개발비를 들여가며 세계 최고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보잉사는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하여 새로운 여객기인 767X를 개발 중에 있습니
다. 이 중단거리 여객기는 95년 5월에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1990년 초 보잉사는 경제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767X 여객기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특
히 이 개발 계획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중공업회사인 미쓰비시, 후지 등이 참여하여 중단거
리 비행기에서 앞서 있는 에어버스를 추월하겠다는 보잉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에어버스도 이에 맞서기 위해 최첨단장비를 갖춘 비행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숨나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비행기는 작은 실수에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기술력이 여간 뛰어나지 않으면 개발하기 힘든 분야이다. 즉 앞서 나가는 기술력
이 여객기 사업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보다 간편하고 보다 편안한 여객기 여행을 목표로
보잉사와 에어버스사는 기내에 욕실과 영화관 등 여러가지 문화시설을 대폭 보강하기 위해
첨단산업의 연구결과를 접목시키고 있다.
이 두 회사의 개발 발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나르는 섬'이라고 불리워질 여
객기를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무려 1,0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를 만들겠다
는 놀라운 야심이 각사의 연구실 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탑승 인원이 늘어도 연료는 적
게 들고 여객에게 더욱 편안한을 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나타난 여객기의 단점들을 보완해야
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단시일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연구개발비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사는 이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서 1백 50억에서 2백억 달러라
는 막대한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슈퍼점보기는 제4세대 제트여객기라고 부른다. 1세대는 52년 운항을 시작한 영국
디 하비랜드사의 코밋기이다. 이 여객기는 세계 최초의 제트여객기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기체가 너무 작고 사고가 잇달아 2년만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뒤를 58년 미국
보잉사에서 B707기로 제트여객기 2세대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3세대는 지난 70년 제작된 보잉사의 B747기를 비롯 DC 10, 에어버스사의
A300 등이 있다. 보잉사와 에어버스가 개발중인 제4세대 제트여객기의 기본 개념은 대형
화와 고속화라고 볼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 보다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여객기
는 정말로 기대할 만하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이렇게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면서 또 다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
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행기는 많은 연료가 들어 중간 중간에 경유지를 들러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목적지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시
간이 곧 성공가치와 직결되는 현대에 있어 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비행기의 등장은 모두
가 바라는 일이다.
이러한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초장거리 운항 여객기 개발이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에어버스가 보잉사보다 약간 앞서 있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미 93년도
파리에어쇼에서 파리와 오클랜드(뉴질랜드) 사이를 경유지를 거치지 않는 논스톱으로 직항하는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 때의 기종은 에어버스의 차세대 여객기인 A340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여객기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네 개의 엔진을 갖고 있으며, 295명을 태우고
7천 해리가 넘는 거리를 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하지만 여객기가 오랫동안 비행을 하려면
원래의 항로에서 상당히 이탈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구의 자전에 의해 목표점
항로를 계속적으로 지탱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버스는 이 문제는
첨단장비를 사용함으로써 멋있게 해결했다.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여객기의 위치를 지상의 관제탑보다 확실하게 잡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A 340은 94년부터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회사에서 운행되고 있는
데 미국의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아 지상 관제탑의 도움 없이도 목적지와 활주로를 정확하게
찾아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에어버스에 선수를 당한 보잉사도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보잉사는 A340에 대하여
95년 말쯤 본격 운항할 B777로 맞서고 있다. B777은 쌍둥이 엔진으로 350명을 태우고 A340
과 같이 7천 해리를 날 수 있다고 한다. 여객기의 성능은 이러한 기계적인 뛰어남과 함께
탑승객을 위한 서비스 측면도 같이 겸비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양사는 탑승객들이 기내에서
도 원활하게 사무를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첨단 통신장비를 장
착하고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승객들이 기내에서 지구상 어느 곳과도 통화하고 호텔을 예약하며
렌터카를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휴대용 컴퓨터나 팩시밀리를 기내 전화코드에 연결,
서류를 주고받거나 결재할 수 도 있도록 하여 기내에서도 사무실 기능을 연장하고 집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외에 초음속여행기의 대명사인 콩코드의 제작사인 프랑스 아엘로스파시
일사와 프랑스 국립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는 새로운 콩코드인 '얼라이언스'를 개발 중
에 있다. 지금은 파리와 미국을 두 시간 걸려 도착하지만 극초 음속여객기인 얼라이언스는
LA와 동경을 두세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다고 한다.
빠르면 2005년쯤 모습을 드러낼 얼라이언스는 몸체 길이가 88m(콩코드는 61.66m), 날개길이가
45m(콩코드는 25.56m)나 되는 대형이다. 그 뿐이 아니다. 항속거리는 콩코드의 두 배인
1만 1천 km이며, 승객도 콩코드보다 두 배 이상인 250~300명을 태우면서도 1km당 연료소모는
불과 43g이라고 한다.
이러한 극초음속기들이 실제로 등장하면 지구의 자전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여객기가 서
쪽으로 여행하면 해가 동쪽으로 지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로 과학의
발전은 인간을 경이의 세계로 이끄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다. 현재 NASA에서 연구중인 여
객기는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는 극초음속 여객기라고 한다.
이렇게 여객기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비행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일도 머지않
아 실행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등은 없고 1등만이 존재하는 첨단과학의 세계, 서로 1위
를 차지하기 위해 밤을 세우는 양사의 각축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대감에 설레이게
한다. 과연 다음에 개발될 여객기는 어떤 것일까? 총체적인 산업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여객기 산업의 미래는 그 상상의 범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게 계속될 것임에 틀
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