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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와와가 쏟아내린 작은 똥 ver 0.85
우리 아버지는 치와와다. 개 중에서 가장 작은 개다.
아버지는 꼬리를 합쳐야만 몸길이가 겨우 30센치미터를 조금 넘는다. 몸길이 32센치미터(?) 어깨높이
18센치미터 몸무게는 1.5 킬로그램.
이른아침 아버지는 구석에서 주무시다가 나오셨다.
아버지는 제대로 된 집도 없다. 그냥 마당 한 구석이
아버지의 잠자리다. 우리에겐 폐를 끼치기 싫다시면서 항상 아무 구석이나 아무 것도 깔려있지 않은 곳에서 웅크리고 그렇게 주무셨다. 새벽마다 아버지는
추워서 마치 공처럼 몸을 웅크리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신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개들의 인사방식은 인간들도 다 알고 있겠지만, 생식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상대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친구인지 적인지 강한지
약한지 어린지 나이가 많은지 그것으로 판별했다. 심지어 암컷이라면 연애할 수 있는 상태인지 없는 상태인지도 그것으로 판단했다. 아버지에게선 점점 수컷의 냄새가 약해졌다. 늙어서 이젠 생식력이 떨어져간다는 뜻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치와와다. 엄마는 덩치가 큰 도사견이었다. 사람들은 도사견처럼 덩치가 큰 내가 치와와의 얼굴을 닮았다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주인이 저 치와와가 애비라서 그렇다고 말하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다시 한 번 묻곤 한다. 그러면 주인은 겁이 질린 아버지의 팔을 잡고 들어올려 배를 보여다주며 이것이 바로 비밀이라고 말한다.
"그것 참 대단하구나"라고 말하며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도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머릿속으로 그려보고도 선뜻 납득을 하지 못한다.
나는 치와와가 아니다. 덩치 큰 도사견이다. 나는 주인집 아들의 장난기에 의해 태어났다. 주인집 아들은
장난기가 많고 호기심도 많은 놈이었다. 그 녀석은
언젠가 개사육법에 대한 책을 보더니 체구의 차이가
나는 개는 정상적으로 교배가 불가능하므로 결혼시킬 때 생식기의 높이를 맞춰주기위해서 널빤지같은
경사면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큰 암컷과
작은 암컷을 결혼시킬때는 널빤지 경사면 아래쪽에
큰 암컷을 놓고, 반대로 작은 암컷과 큰 수컷을 결혼시킬때는 암컷을 경사면의 위
쪽에 놓는다. 주인집 아들은 엄마를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놓았고 아버지가 반항하면 머리를 때렸다. 그런
강제적인 결혼에 의해서 나와 내 동생들이 태어났다.
엄마는 개는 다 똑같은 개이며, 모두 교배가 가능한
한 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때론 아이들은 내가 아버지를 따라다니면 저것 봐, 작은 개가 대장 노릇을 한다며 나를 비웃었다. 때론 어떤 사람은 아버지가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형제는 모두 4남매로 같은 날 태어났다. 우리 4남매는 모두 하나같이 덩치가 컸다. 여동생 하나만은
덩치가 중형견 정도였다. 내 여동생은 아담하고 얼굴도 예뻤다. 작고 눈만 큰 치와와와 무식하게 덩치가
큰 도사견의 새끼라는걸 사람들은 믿고싶지 않아했다.
여동생을 그들은 "공주"라고 불렀다. 그래서인지 여동생은 걸을때도 발을 사뿐사뿐하게 들면서 정말 공주처럼 걸었다.
어느날은 손님이 와서 여동생을 보고 참 이쁜 개라고 군침을 흘렸다. 자기 집에 수캐가 많은데 전부 수놈들 뿐이라서 밤마다 늑대울음소리를 낸다고 했다.
공주는 그 손님에게 팔려갔다. 나중에 들은 풍문으로는 건장하고 덩치 큰 개들로만 대여섯마리의 수채구멍 노릇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가장 덩치가 크다는 세인트 버나드같은 초대형견까지도 상대해야만 했다. 발정이 나지않았을때도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기르던 수캐들의 욕구해소에만 관심을 가졌던 그 손님은 공주가 엉덩이를 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놓을 수 있는 장치까지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 견디다 못해 몇 번이나 도망쳐나온 공주는 번번히 다시 잡혀갔다. 공주는 거의 매일밤 울면서 잠이
들었다. 나는 꿈에서 울고 있는 공주를 보았다. 나는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 손님의 집에 공주가 가기 전에 그 집 수캐들은 동성애를 하고 살았다. 서열이 높은 놈이
서열이 낮은 놈을 올라탔다. 마치 원숭이 사회에서 그런 것처럼 등에 올라탔다. 인간의 일부집단(서당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공주가 그 집에 도착하고 난 이후에 그 집 개들은 공주를 차지하기위해 서로 싸웠다. 사냥개들은 서로 물고 뜯었다. 그 집 주인은 자기 사냥개들의 난폭한 성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봐 개들을 거세하지 않았다. 그는 난폭한 개들을 좋아했다. 사냥때 열심히 한 개들에게 공주와 잘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개들은 그래서 사냥에 최선을 다했다.
집 마당에 누워 멍하니 대문을 쳐다보고 있을 때 언젠가 짧은 치마를 입은 어떤 여자하나가 대문안으로
들어와서 내 눈 앞을 지나갔다.
커피냄새, 화장품냄새 틈에 한올 한올 실로 짠 것처럼 규칙적으로 섞여있는 피비린내. 인간이라면 맡을
수 없겠지만 우리같은 개에겐 그런 정도는 문제꺼리도 아니다.
나는 그녀가 발정 중임을 알았다. 곧 배란이 시작되고 그녀는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기 쉬운 상태가 될
것이다.
잘 훈련받은 독일군견 세퍼드 주섭이 형은 말했다.
"포기해라. 네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차원이 틀려. 너는 개야."
나는 왜 안 돼냐고 따져묻고 싶었다.
아버지와 나는 주인아저씨가 그 젊은 여자가 들고온
보온병을 옆의 탁자에다 두고 침대 위에 있는 동안
침대 밑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다 알면서도 물었다.
"아버지 이게 무슨 소리야?"
"인간이 교미중에 내는 소리란다."
"아버지 이게 무슨 냄새야?"
나는 다 알면서도 또 물었다
"인간의 분비물 냄새란다."
인간은 땀을 흘린다. 개도 흘리지 않는 땀을 흘린다.
지독한 땀냄새를 그들은 좋아하는 듯 했다. 그렇게
침대 위에서 그들은 땀을 흘렸다.
주인아저씨는 자주 여자를 바꿔서 침대위로 올라갔다.
"우리는 언제쯤 인간여자랑 저런거 해봐?"
"그랬다간 주인이 총으로 널 쏴죽일꺼야"
"자기들은 하면서 왜 우린 안 돼?"
"우리는 개고 저들이 인간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왜? 우리가 개라는게 뭐가 어때서?"
"너도 열심히 사냥하고 열심히 주인 말 잘 들으면 예쁜 개를 구해다 주실꺼야."
"거짓말"
"아버지는 나쁜 개야"
"아버지한테 그런 말 하는거 아니다."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무섭고 덩치 크고
힘이라도 세지."
"아버지는 좋은 분이란다."
"알아"
엄마는 늘 아버지는 아무 죄도 없는 착한 분이라고
말했다.
남동생들이 말했다. 그 둘은 명호와 순호라고 주인이 이름붙인 일란성 쌍둥이였다.
"아버지, 형은 또 침대맡에 그 소리를 들으러갔어.
형이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았어" 명호가
말했다.
쌍둥이 동생 순호가 말했다. "아버지, 형은 침대위에
발을 올리고 주인이랑 그 아가씨가 하는 것도 구경했어. 나도 형을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참았어"
주인은 침대위에서 개처럼 핥고 개처럼 흉내내기를
좋아했다. 그건 침대위의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개들의 인사방식을 흉내내고 있었다.
주인은 가끔씩 여자들과 갈비를 구워먹고 남은 뼈다귀를 던져줬다. 소꼬리곰탕이나 그런 것을 먹을때나
족발을 먹을때도 남은 뼈다귀를 던져줬다. 우리는 그것을 한시간이 넘도록 핥고 깨물었다. 어떨때는 하루종일 뼈다귀만 물고 있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나선
뼈다귀를 땅을 파고 묻었고, 가끔은 서로 먹기 위해서 우리끼리 싸우기도 했다.
"얘들아. 다 먹지말고 남겨둬라. 아버지도 맛 좀 보여드리자꾸나."
어머니는 말했다. 인간들이 부르는 어머니의 이름은
"미미"였다. 어머니가 어릴 때 주인집 딸이 자기 인형의 옷을 입혀 어머니를 인형처럼 기르면서 지은 이름이었다. 나중에 덩치가 커지자 사람들은 어머니를
"빅-미미"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먹을게 생기면 꼭
아버지를 먼저 챙겨드렸다.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먹지 않으려했다.
"여보, 아이들에게도 그런거 먹이지 말라구. 아이들이 점점 습성이 너저분해지잖소. 우리는 늑대의 후손이야. 사냥해서 그 고기를 먹어야돼. 사냥한 고기를
가져다주고 저런 찌꺼기만을 얻어먹어선 안 돼."
우리는 오세아니아지방에 있다는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거대한 육지를 생각했다. 거기엔 엄청나게 초식동물이 많다. 또 개의 경쟁상대가 될만한 육식동물은 없다. 그래서 치와와가 사냥해먹을 수 있는 먹이도 많다고 했다. 거기엔 인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넓은 초원과 황무지가 모두 개의 천국이다. 그 곳은 완전한 개의 천국이다. 야생화되어 늑대의 습성으로 돌아간 "딩고"라는 야생화된 개의 천국이다. 거기선 개가 늑대처럼 다른 동물을 사냥해서 주인에게 바치고 찌꺼기를 얻어먹지않고 자기들이 사냥한 것을 자기들끼리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아버지는 내가 알던 가장 큰 개였다. 하지만 나날이 점점 작아져가는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럴때면 아버지는 가끔씩 마당 구석에 놓여진 쥐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조건 참아라. 주인이 너를 때린다고 해도 학대하고 고문한다고 해도 너는 참아야한다. 설령 주인이
널 죽인다고 해도 넌 참아야한다. 너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해야한다. 주인을 위해서는 네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어야한다. 주인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만
하는게 아니라 진짜 죽어야한다. 너는 주인이 먹고
싶어하면 네 살점이라도 내놓을 수 있어야하는거야.
죽기로 주인을 섬겨야 너는 사랑받을 수 있고, 자손도 낳아 번식할 수 있다. 주인에게 대드는 개는 도태될 뿐이야. 지금까지의 개의 역사가 그러했단다"
"어머니 전 싫어요. 옛날엔 인간들은 늑대를 두려워했어요. 늑대는 숭배의 대상이었다구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개들이 인간을 숭배해요. 저들을 보세요.
화가 나면 우리를 마구 발로 차고 굶기고 학대하면서도 우리에겐 늘 복종을 강요해요. 먹다남긴 밥찌꺼기나 싼 값에 산 저질사료 한 가지만으로 평생 죽을때까지 우리 배를 채우면서도 저들은 저렇게 값비싼 음식을 우리가 생전 한 번 맛도 보기 힘든 요리를 먹고
있다구요. 전 개들만의 해방을 원하지 만아요. 모든
동물이 해방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꺼라구요. 저는 젖소들에게 젖을 더 이상 생산하지 말라고 말하겠어요.
그리고 돼지들에게 더 이상 사료를 먹어 살찌지 말라고 말하겠어요. 닭에게 알을 그만 낳고 카나리아에게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구관조에게 인간의 말을 흉내내지 말라고 하겠어요. 제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죄다
물어뜯어버리겠어요.
저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배은망덕한 놈들.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더니 배반한다고... 틀렸어요.
저들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속박하고 있어요. 최소한의 음식만을 주면서 최대한의 충성을 짜내려고
하고 있어요. 우리가 굶주리고 더욱 괴로워질수록 저들은 우리가 그 한 주먹의 밥찌꺼기를 얻어먹기위해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개는 자기가 싼 똥무더기 옆에서 밥을 먹어요.
여름이 되면 제대로 난방도 되지 않
는 개집에 아니면 햇볕이 그대로 다 비치는 개집에
짧은 줄로 묶여서 낮에는 파리떼와 밤이면 모기에 시달립니다. 인간들은 모기장에 살충제에 방에는 에어컨까지 켜놓고 잠을 잡니다. 개들은 밤이면 더워서
그리고 모기에 잠을 설칩니다. 그러고도 인간들은 낮에 잠을 자는 우리들을 게으르다고 합니다. 우리는
야생에서는 우리의 영역권을 순찰하며 매일같이 사냥을 다녔어요. 인간들은 감방안에 갖혀 있을 때 무얼하나요. 의미있는 일을 하나요? 아마 잘해봐야 음담패설이겠죠.
저들이 저렇게 살찌고 윤기가 도는 것은 다 동물을
착취해서 나온 결과에요. 인간들은 오로지 자기네들의 이익만을 생각합니다. 불쌍한 사람은 도울줄 알아도, 불쌍한 동물은 도울 줄 모릅니다. 암에 걸린 어린이들의 사연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기가 죽여서 늘 먹고있는 돼지와 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각이 없습니다. 자기 자식이 유괴되는 것에 대해서는
끔찍한 범죄로 생각하면서 늘 젖만 떼면 우리 새끼들을 남에게 줘버립니다.
우리는 주인들의 오락꺼리를 제공하기위해 멧돼지와 싸우다 멧돼지 뿔에 받혀 크게 다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주인들이 하는 일이라곤 사냥감대신 우리의
머리를 쏘아 안락사시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저는
'라이언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주인과 함께 본 친구의 얘기를 들었어요. 그들은 몰핀을 준비해 다니면서 죽기 직전에 몰핀을 끊임없이 맞는다고 하더군요.
누구도 죽어가는 동료의 머리를 총으로 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어요. 인간들은 그것을 개에 대해선
최선의 자비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의 가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를 꺼려합니다. 인간은 존엄하고
존귀하고 만물의 영장이며 모든 동식물들을 마음대로 죽여 먹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개에게는 오로지 복종할 의무와 복종할 권리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맘대로 죽여도 되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상관없고 인간을 죽이는 것은 꺼려합니다.
인간이 개를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개
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죽이거나 해코지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중에 보복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법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인간은 교활해서 부모가 있는 아이들을 괴롭히곤 부모가 쫓아올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고아는 부모가 없기 때문에 괴롭혀도 부모에게 보복당할 염려가 없으므로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없고 가난한 아이들은
왕따가 되어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합니다. 개는 약하기 때문에 부모가 보는 앞에서도 그
강아지를 납치, 유괴합니다. 개미나 파리, 모기같은
벌레를 죽이고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인간을 죽이면 그 죄책감 때문에 귀신이나 악몽에
시달리지만, 개나 소나 돼지나 쥐, 고양이를 죽이고
그 귀신에 시달리는 사람은 극도로 적습니다. 인간만이 귀신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인간을 죽였을 때 이외에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강한 상대를 죽일수록 보복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약한 인간은 똑같은 죄를 저질러도 더욱 많은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강한 인간은 많은 죄를 저지르고도 떳떳해합니다. 보복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개들은 목숨을 걸고 주인의 쾌락을 위해 싸우지만 주인이 기분이 좋을때도 그 댓가는 겨우 고기 한 덩어리 뿐이다.
"나는 적어도 개와 인간이 그렇게 차별받는 세상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간에겐 사랑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절반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이 동물에게 보이는 최대한의 애정입니다. 그들은 외롭고 힘들 때
우리의 사랑을 착취해서 그 비참한 삶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들은 몸의 병이나 마음의 병이 나으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거나 아이를 낳게되면, 어떤 주인들은 우리를 보신탕 집에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옛날에 자기 동네에 있던 하얀 발바리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그 발바리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서 주인들에게 버려졌는데 그렇게 뒷다리를 질질 끌고 앞다리만으로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흉칙하다고 아이들은 돌을 던졌고,
어떤 사람은 불쌍하다면서 밥을 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서 살아 몸은 점점 지저분해졌고 끌고다니던 다리는 유리파편이 박혀 피가 흐리고
곪아 썩어들어갔습니다. 부모들은 그 개에게 밥을 주지 못하게 했고, 어떤 아이들은 냄새난다면서 돌을
던졌습니다. 아무도 그 개에게 밥을 주지 않을 때 그
개는 술취한 사람이 토한 것을 먹고 술에 취해 그만
저지르지 말았어야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배가 고파 쥐약인줄 알면서도 쥐약을 먹고 만 것이죠. 중독이 되어 마비된 다리가 풀린 것처럼 네 다리로 온동네를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다녔지만 모두 나와서 그 아저씨를 지켜보기만 할 뿐 자기 돈을 들여
병원에 데려가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수없이 구토를 하고 결국엔 피똥까지 싸면서 죽어갔습니다. 그 얘기를 하시면서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쥐약 먹은 개의 똥은 붉다.... 입도 붉고
눈도 붉다." 쥐약은 개를 죽일만큼 끔찍한 독극물입니다. 이 세상에서 쥐약을 먹고 죽는 개만큼 고통속에 죽어가는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옆집 말티즈의 이야기입니다. 말티즈는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주인 아줌마가 기관지가 나빠져서 외가로 가게됐죠. 그 말티즈는 처음에는 외가에서도 방안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외가 식구들 중에 개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외가에선 소를 길렀습니다. 그 비싼 말티즈가 외양간에서 소똥 위에서 뒹굴렀습니다. 말티즈는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번은 난산이어서 새끼를 못 낳고 하루종일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래서 결국 산 목숨을 죽일 수 없어서 수의사를 불러 제왕절개로 새끼를 낳았습니다. 제왕절개비용은 수 십 만원이 더 들었습니다. 두 번째 새끼를 낳을때도 마찬가지로 새끼가 나오지 않아 하루종일 진통에 시달렸습니다. 개들은 원래 별다른 진통도 없이 새끼를 쑥쑥 잘 낳는데요. 보기 드문 난산이었습니다. 두 번째도 어쩔 수 없이 수의사를 불러야했습니다. 하지만 부르지 않았습니다. 개 값보다 병원비가 더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그 말티즈는 제왕절개를 하지않고 엄청난 산고 끝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 다음엔 그 말티즈가 쥐를 잡으려고 고기국물에 농약을 풀어놓을 것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비명을 지르고 눈동자가 뒤집혀서는 거품을 물고 바닥을 뒹굴고 발톱이 빠질때까지 발로 바닥을 긁었습니다. 아무리 보리차를 먹이고 해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중독이 돼서 가망이 없었습니다. 물론 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소식을 들은 옆집 식구들 중에 아이만이 울었습니다. 부모들은 그 소식을 듣고 아무도 울지 않았습니다. 개를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른들은 울지 않습니다. 아이도 부모가 다른 개를 하나 더 사주겠다고 하는 말에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아버지는 8살이 돼서 이도 빠지고 털도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옛날만큼 활기차게 뛰어다니지도 못합니다. 아버지는 또래에 비해서 더 빨리 늙고 계신 것 같았어요.
"형은 이상주의자야."
"그래 맞아. 형은 현실주의자의 가면을 쓴 이상주의자야."
"우리도 이제 알아. 형은 현실이 싫은거야. 개가 개인 현실이 싫은거야. 그래서 오지 않을 세상을 꿈꾸는거야. 그러면서도 형은 이상주의자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마치 그게 현실에서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거야."
쌍둥이동생들은 나를 비꼬아댔다.
"이 놈들이....!"라고 외치며 나는 으르렁대며 위협을
해봤지만, 결국 그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정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집은 죄다 팔렸다. 주인이 사다준 플라스틱 개집까지 경매로 처분되었다. 주인의 운명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야한다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주인의 재산으로 물건으로 처분되어서 가족들은 이제 뿔뿔히 흩어질 처지였다. 공주가 울었다.
나는 말했다.
"공주야, 울지마"
"그래도 자꾸 울음이 나는걸"
"그럼 소리를 내지 말고 울어"
"응"
그래도 공주는 소리내어 계속 울었다. 나는 공주의
주둥이를 물어서 입을 다물게 했다. 공주는 여전히
낑낑거렸다. 내가 공주의 입을 물고 있어서 낑낑거리는 것인지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공주가 도망쳐 나왔다. 공주가 도망쳐나온 그
집 근처의 허름한 농가의 방앗간에 우리처럼 부잣집에서 경매로 처분될 때 싸게 가져온 도베르만이라는
아주 비싼 개가 있었다고 한다. 그 개는 쌀겨 위에서
잠을 자고 목엔 나일론으로 된 낡은 싸구려 목걸이를
하고 싸구려 쇠줄에 묶여 있었다. 그 개는 고급 사냥개로, 날렵한 동작을 위해 꼬리도 귀도 모두 잘려진
상태였고, 예전엔 부잣집에서 소와 돼지의 가장 좋은
살코기만을 먹던 친구였다. 주인집이 망해서 경매로
처분되어 농가에 팔려가고부터는 늘 깨진 쌀로 지은
밥에 반찬찌꺼기를 섞은 것을 먹었다.
아버지는 사람 중에도 치와와처럼 소형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반가워서 그 사람에게 다가갔었죠. 하지만 그 사람은 반가워하기는커녕 저리 가라면서 손사래를 쳤어요. '귀찮다. 내가 난장이라고 너같이 작은 개까지도 날 우습게 아느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평소에 체구가 작아 커다란 개들에게 얕잡아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말에 실망해서 돌아섰습니다. 작은 개가 사랑받는다고 말합니다. 소형견은 애완견은 모두 작은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개들은 강아지일때처럼 다 커도 작아서 귀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한때 아버지는 인기있는 애완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문에 잡종개들 중에는 치와와의 용모를 가진 것이 많습니다. 발바리들 말이죠. 하지만 이젠 누구도 치와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종 치와와보다 잡종 발바리가 많고, 이젠 다들 시츄나 말티즈나 퍼그같은 색다른 종류를 좋아합니다. 치와와는 이미 유행이 완전히 끝나버렸고 미니푸들이나 시베리안 허스키, 시츄, 퍼그, 말티즈 같은 종에게 밀려 완전히 찬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어릴때는 그래도 꽤 인기많은 종자였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사람들 앞에서 재롱도 떨 수 없고 재롱을 떨 수 있다해도 옛날만큼 인간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낼 수가 없어. 아무도 교배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도 자신의 용모를 물려준 것에 대해서 미안해 합니다. 언제나 미안해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조상은 멕시코에서 오셨어요. 멕시코엔 치와와가 참 많답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종이죠.
나는 도망쳐나온 동생 공주를 봤다. 옛날의 예쁘장하던 얼굴은 어디가고 물어뜯겨 털도 빠지고 마르고 눈꼽끼고 푸석푸석하니 윤기가 전혀없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
이 땅은 시간을 터무니없이 낭비하고 약속과 장담은 깨어지고 애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눈물도 흘릴 수조차 없고, 목은 죄여오고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 옆엔 신이 있다", 교회에 개는 들어갈 수 없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그들은 지능도 높고 총과 칼이 있고 성경도 있고 목사도 있다. 모든 것을 가진 대신 그들에겐 단지 "자비"와 "겸손"이 없다.
간혹 개를 인간 이상으로 끔찍히 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개가 인간에게 고기, 가축, 존경을
바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개들이 소의 눈알, 입술, 귀, 뇌, 뼈와 발굽등 인간이 먹지 못하는 부위를 갈아만든 통조림을 먹을 때 인간은 최고로 맛있고 좋은 부위만를 먹는다.
"요즘엔 개팔자가 상팔자" 인간들이 말한다. 사람보다 개가 낫다고...
"개들에게 점점 좋은 시대가 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개들도 있다. 쌍둥이동생 순호의 말에 세퍼드 주섭이 형이 말했다.
"그건 네 생각이지. 개들은 점점 더 늑대의 모습을
잃고 기형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기호에 맞는 좀 더 작고 좀 더 귀여운 애완견으로 만들기위해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새로운 기형품종을 만들어낸다. 인간들의 끊임없는 욕구와 취향을 만족시키기위해 기형적인 모양이 되어간다. 그런 개들조차도 다치거나 병이 들거나 마음에 안 들면 버려진다. 개는 점점 인간의 개량에 의해 인형처럼 마치 장난감처럼 화려한 외모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그럴수록 충성을 다 해야 한데요." 쌍둥이형
명호가 말했다.
"개들은 이제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사냥을 할 필요도 없고 죽어서 고깃국이 될 필요도 없어요. 이젠
예쁘게 치장하고 집안에 앉아있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된대요." 쌍둥이동생 순호가 말했다.
물론 이제 우리 개들에게 자유는 없다. 그런 것은 원래 없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더 줄어들 것이다. 입기싫은 옷을 입고 커다란 핀을 꼽고 리본을 매달고 코를 마비시키는 지독한 향수를 몸에 바른채 인간의 품에 안겨 이리저리 끌려다닐 뿐이다.
노예제도는 링컨에 의해 사라졌지만 개와 동물들은
여전히 인간의 노예로 살고 있다. 흑인이 노예로 취급받을때는 그래도 우리는 좀 나은 편이었다. 인간과
똑같이 대우받았으니까 말이다. 이젠 인간은 흑인의
아이조차도 누구나 우리의 위에 서있다. 옛날엔 그래도 개들과 흑인은 같은 가축의 위치였다. 인간노예가
해방됨으로써 인간과 개의 차이는 점점 더 커졌던 것이다.
몇몇 개를 보호하자는 인간들이 있지만, 그들은 노예로서의 개를 보존하고 더 오래도록 노예로 부려먹기위해 보호하자고 할 뿐, 더 이상 우리를 야생으로
되돌려살게 하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동물도 아니다. animal이 아닌
pet-animal이다.
우리는 인간의 보살핌없인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고
스스로 알을 품어 부화시키지 못하는 레그혼종의 알
낳는 닭들처럼 인간이 재배하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어 씨가 말라버리는 농작물처럼,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은 거세되고 인간에게 오래도록 길들여 질수록 우린 더욱 더 야생성을 잃어간다. 돌보는 인간이 죽으면 우리도 따라 죽게 될 것이다. 들판과 산에
우릴 풀어놓더라도 우린 인간을 만나면 따라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굶어죽을테니까.
집을 나가는건 우리 자유라고 말한다. 개들이 좋아서 집을 떠나지 않고 인간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데도 개는 나가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개들은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곁에 있고 싶어하며 인간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개가 좋아서 그렇게 된게 아니다. 인간이 우리 개들를 그렇게 개량했다.
이제 많은 애완용 개와 고양이와 토끼들은 거세되고 자체로 번식하지 못한다. 1대교잡종으로 잡종강세를 보이는 까닭에 많은 수확량을 내는 씨앗만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농가에 보급되듯이, 집집마다 번식이 불가능하도록 되어있는 개와 고양이들이 보급된다. 마치 여왕개미나 여왕벌처럼 종돈, 종마처럼 어느 한 곳에서 인간의 구미에 맞는 품종의 개와 고양이들이 필요한 수만큼 생산되어 집집마다 보급되고, 그들은 번식이 불가능하여 제 수명을 다 하고 죽는다. 그들이 죽으면 또 다시 중앙공장에서 여왕개, 여왕고양이에게서 공장제로 대량 생산된 거세된 개와 고양이들이 집집으로 다시 보급된다.
치와와가 유행이 지나자 아버지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쏙 빼닮은 우리 형제도 인기가 없어졌다. 치와와는 이제 싸구려였다. 비싼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한때 인기있고 비쌌던 품종인 치와와가 이렇게 홀대받게 되었다. 나는 알고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도 미니푸들도 시츄도 슈나우저도 언젠가는 치와와인 아버지한테 그랬던 것처럼 주인들이 싫증을 낼 것이라고.
발바리라는 잡종품종에 그 특성이 녹아들어가 값어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품종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모두 그런 품종을 사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때 인기있었던 이미 유행이 지나간 품종의 개들을 깍아내리거나 새로 사 온 신품종의 개와
차별하면서 새로 산 개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을 것이고 원래 있던 개는 소외시킬 것이다. 인간은 편애의 동물이다. 그들은 동물을 편애하고 개도 편애한다. 못생기고 더러운 불구의 개는 싫어한다.
어떤 동물보호론자도 예외없이 동물을 편애한다. 그들은 뱀이나 쥐나 바퀴벌레나 기타 인간의 마음에 들지않는 동물을 싫어한다. 우리는 그나마 인간의 마음에 들어서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편이다. 쥐는 보이기만하면 죽음을 당하거나 실험실에서 수도없이 사소한 시험을 위해 생명이 낭비된다.
동물보호론자들마저도 우리 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약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보호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가 아니다. 인간이다. 그들은 개가 아니라서 모른다. 개의 심정을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배워야한다.
강해진다는 것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는 저 별 너머 머리카락자리의 한 성운에서는
개와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외계인과 UFO의 비밀"이라는 어느 사이비종교단체의 지도자가 쓴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 책을 어디서 주워와서 그 책만을 들여다보았다. 아버지가 책을
읽는 것을, 아니 개가 책을 읽는 것을 나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그 책의 제목이나마 알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가 잘 때도 책을 베고 주무시는 것을 보고 인간이 와서 그 책에 대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 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책을
물고 놓지 않았지만 주인은 그래도 억지로 뺏아가서
그것을 읽어보더니 "뭐야? 외계인과 UFO의 비밀?
이게 뭐하는 책이지?"라고 말하곤 책을 다시 던져버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그 책을 다시 주으러 달려갔다.
아버지는 그 책을 어떤 현명한 개가 와서 주고 갔다고 했다. 그 개는 서커스단에서 일하던 개였다. 서커스단에서 사람이 부산을 물어오라고하면 부산을 물고오고 서울이라고 말하면 서울을 물고오게 훈련받은 개였다. 평양이나 광주나 대구도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책 내용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우리 개들은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육을 받지못해 까막눈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 안에 그려진
머리카락좌의 별 배치모양과 개처럼 생긴 두 발로 걸어다니는 이상한 생명체의 그림을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밤이면 아버지는 개 집 위로 뛰어올라갔다. 분명하게 보이는 저 별 너머에 "그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분명 개이면서도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그들. 우리와 닮은 그들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어제
그들을 만났다면서 곧 그들이 우리 가족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미쳤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아버지가 이제 늙고 지치셔서 그런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외계인 행성은 개와 인간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인간을 위해서 개는 꼬리나 귀를 자르지않고 경찰견이나 군견, 혹은 인명구조견같은 도구로 쓰여지기위해 거세를 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며 종을 가리지않고 사랑을 나눈다고 하였다. 인간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개를 잡아먹지 않으며 개와 늑대도 어떠한 절박한 경우에라도 인간의 시체를 뜯지 않는다. 개가 인간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며 그들에게서 재롱을 떨도록 훈련받지도 않으며...
인간들은 개는 오래 기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개를 오래 기르면 영약해져서 마치 사람처럼 된다고, 그래서 개는 몇 년을 기르다가 잡아먹어야 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인간들의 기준대로라면 너무 오래 살았다.
나는 길에서 어떤 아줌마가 동네의 못된 아이들에게
희롱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어떤 대담한 인간아이 하나는 강아지를 수 십 마리나 낳은 그 아줌마의
늘어진 음부에 양손을 집어넣어 벌리고 그 안에 가래침을 뱉았다. 그걸 본 아이들은 모두 웃었다. 주인집
아들은 그것을 보고와서 우리 엄마에게 그대로 그 짓을 따라했다.
그 일 때문에 나는 주인집 아들을 물어죽이려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젖은 사료를 씹었다.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낀. 물은 구정물이었다.
아버지는 결국, 쥐를 잡으려고 놓은 쥐약을 먹고 죽었다.
그 뒤 주인은 쥐약을 모두 치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부터 모두 그것이 쥐약이라는 것을 알고 먹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것이 쥐약이라는 것을 알고 먹은 것이었다.
"너희들도 잘 들어. 아버지는 자기 수명을 다 살고 가신게 아니야. 큰 개들에게 치이다가 큰 개만 좋아하는 주인에게 홀대를 받고 점점 구석으로 내몰려 밥만 축낸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너희들 보기가 민망해서 돌아가신게지" 어머니는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 개나 올라가지 못하는 담벼락에 고양이처럼 올라가서 죽었다. 나는 아버지가 쥐약을 드시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거길 올라가신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올라가셔서 쥐약을 드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가고 싶어했어요. 뉴질랜드의 섬에는 아직도 인간이 없는 곳이 있대요. 거기엔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풀을 뜯고 또 인간이 만들어놓은 울타리도 없대요. 거기엔 딩고 밖에 없대요. 배를 타면 그 곳에 갈 수 있어요. 저는 배에 숨어들 꺼에요. 저는 수영을 잘 해요. 배에 숨어든 다음 근처의 바다에 내려 헤엄을 쳐서 섬까지 갈꺼에요."
아버지가 죽을 때 쏟아내린 똥은, 이 세상에 대한 분노와 회한 그리고 억압이었다. 억압은 분출되어 발산할 기회를 잃었고 결국 핏덩어리의 형태로 죽음과 함께 해소되었다.
나는 누군가를 물어죽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죽어야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인간 중에
누군가가 져야했다. 착취의 정점에 그가 있었다. 나는 계획적으로 그에게 접근했다. 그를 죽이고 도망쳤다. 사실 죽이려고 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 나에게 물리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다 심장마비로 죽었다. 나는 그 날로 그 집을 도망쳐 나왔다. 거리를 떠돌던 나는, 나 때문에 집에 남아있는 다른 개들이 곤욕을 겪는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돌아갔을때 주인집 아들은 날 죽이지 않았다. 대신 네 다리를 모두 총으로 쏴서 나를 걷지도 기지도 못하게 만들고 가뒀다. 나의 눈과 귀는 그가 넣은 독약 때문에 죄다 멀었다. 난 내가 싼 똥과 오줌위를 꿈틀거리며 굴러다녔다. 그는 밥도 주지않고 자신의 배설물을 가져왔다.
'똥개는 똥을 먹어야한다.' 어떤 주인이 어떤 개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니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은 "개는 똥을 먹어야한다"였다.
옛날에 여태후라는 여자가 자기 남편이 죽자 남편이
아끼던 애첩에게 행했던 잔인한 행동이었다. 이걸 인간에게 다시 했다간 분명히 그 자는 감옥에 갇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개다. 개는 개를 도울 힘이
없고 개를 도와줄 인간은 원래 없다.
나는 어두컴컴한 암흑속에서 주인집 딸을 생각했다.
주인집 딸은 나를 거의 매일밤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 우린 같이 목욕을 했다. 그녀는 발가벗은채 나를
씻기고 자기 몸도 씻었다. 우린 한 이불을 덮고 잤다.
나는 알몸이었다. 개는 원래 털이 있으니 알몸으로
잔다. 인간은 옷을 입고 잔다. 하지만 그 날은 반대였다. 그녀는 옷을 모두 벗은 채였다. 주인집 딸은 자기
옷을 벗어 내게 입혔다. 나는 인간이 되었고 그녀는
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 이상의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전체인구의 7~8%정도가 수간을 경험한다. 수간의 대상은 대부분 자기 집에서 가족처럼 기르는 친근한 개다. 남성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성행위가 아니라 전신접촉으로 만족한다-
주인집 딸은 내가 인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같은 종족인 개로서 대우하면서 인사하는 것을 다른 인간들은 특히 암컷 인간들은 질겁을 했지만, 그녀만은 좋아했다. 나는 어떤 날은 하루종일 인사만 하고 있었다.
호기심많은 주인집 아들은 자라 중학생이 되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종간결합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 놈은 '미미에게 실습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동물과의 성행위를 하면서 동물은 높아지고 인간은 낮아진다고 했다. 천민이 양반과 결혼함으로써
신분이 상승하는 것처럼 미미를 위해 자신이 천한 짓을 하면서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로 나를
납득시켰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개인데다 멍청하니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로 개가 인간과
결합함으로써 높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주인집 아들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엄마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 동생 공주에게도 똑같이 하려 했지만,
공주는 엄마보다 덩치가 작아서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개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가끔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개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동네에 사는 얼룩고양이가 말했다. "너흰 바보구나.
나는 인간의 말이라면 죄다 듣지않고 늘 내 멋대로만
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우리에게 더욱 맛난 것만 먹이고 우릴 좋아한다. 사람들은 게다가 우리를 풀어놓고 길러. 우리는 마음껏 우리가 가고싶은
곳은 어디든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고 싶을때 집에 들어가서 맛난 밥을 얻어먹고 따뜻한 집안에서 잠을 잔단다. 우리는 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데도
인간들은 우릴 더욱 맛있는 것만 먹이려고 한단다.
너희들도 알고 있지? 고양이 사료가 개사료보다 훨씬 비싸. 물론 맛도 더 있지. 너희들은 너희 스스로
너희의 가치를 죽이고 있는거야. 까다롭게 굴지않고
앙탈을 부리지않는 아무거나 잘 먹는 착한 아이들에겐 아무도 과자를 사주지 않아. 너희들은 지나치게
순종적이라서 대접받지 못하는 것 뿐이야."
"유토피아"는 원래 '아무데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주섭이 형이 말했다. 주섭이 형은 독일철학자가
기르던 세퍼드의 후손이라고 들었다. nowhere란 "아무데도 없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만 생각해보면 nowhere는 now-here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주의자였다. 생각을 바꾸면 지금 여기
이 곳이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인은 주섭이 형을 독일로 일년에 한 번씩 유학을
보냈다. 명령도 독일말이나 영어로 해야만 알아들었다. 주인은 독일말을 하나도 몰랐다. 심지어 영어도
한 마디도 몰랐다. 그래서 형에게 독일이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기르던 개의 이름을 붙여 주섭이라고 불렀다. 당연히 주섭이 형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도 주인은 주섭이형을 매년 독일
개훈련전문학교로 유학을 보냈다. 주인아저씨는 손님들이 오면 "이 개가 독일에서 온 개입니다. 매년 독일의 훈련전문학교로 유학을 보내지요.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였답니다"라고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손님이 재주를 보
여달라고 하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개가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른다면서 아끼는 척 했다.
나는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이다. 원래 이 세상엔 진리나 옳은 것 따윈 없기 때문에 나는 어떨때는 이상주의자였고 어떨때는 현실주의자였다. 나는
전체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양쪽 다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갈피를 못 잡고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건 이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아니고 이 곳도 아니다. 그 곳은 아무데도 없다. 나는 확실히 주섭이 형처럼 될 수 없는
이상주의자였다.
개들은 주인이 만들어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말콤엑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자신의 성을 엑스( "X" )로 바꿨다. 나는 "개"다. 하지만 "개"라는 것 조차도 인간이 붙인 이름이다. 나는 인간이 붙여준 이름따윈 없다. 인간이 불러줄 이름 따윈 이제 없다. 나는 개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개가 아니다. 굳이 인간들이 날 부르고 싶다면 "늑대"라고 불러야한다. 나는 늑대의 후손이며 늑대의 아들이다. 나는 늑대다.
주섭이 형은 이런 말을 했다. Meaningless, Meaningless, Nothing but Meaningless... 인간들이 개와 동물을 억압하기 위해 지어낸 성경에 나오는 말이었다. 독일개가 어째서 영어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주섭이 형은 모든 면에서 박식했다.
나는 개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 DOG를 거꾸로 해봐라 GOD다. 나는 물구나무를 설 수 없는 개지만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이며, 신이다. 신은 없다. 이 세상의 신은 개들 뿐이다. 나는 신으로서, 내 말을 받아적을 사람이 필요하다. 내 말씀 말이다. 그걸 모은 성경을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개의 성경을 만들어야한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이 뒤에 따라다닐때면 당당하게 걸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자랑스러워 했다.
"강아지가 대장노릇한다." 동네아이들은 말했다.
아버지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강아지라 불렸다. 아이들은 아버지만 보면 "강아지다"라고 부르며 안아올렸다.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난처해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아버지!" 난 허공에 안아올려진 아버지를 불렀다. "내 걱정은 하지마라" 아버지가 말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허공에서 마치 인형처럼 흔들어댔다.
약간 아버지는 안짱다리였다. 아버지를 보고 다들
아기처럼 아장아장 걷는다고 했다. 하지만 내 귀엔
그 걸음이 그토록 무겁게 내 귀엔 터벅이며 들리는
것이었다.
아버니는 주인집 지붕꼭대기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가 높은데 올라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주인은 아버지를 불러댔지만 아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밤이면 어김없이 거기 올라가 달을 바라보았다. 달에는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토끼를 사냥하고 싶어했다. 아버지는 결국 거기서 늑대울음소리를 내며 피똥을 누곤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 낸 "아우우우~"하는 소리는 내가 들은 어떤 개의 목소리보다도 늑대와 닮아 있었다.
나는 개들을 사랑했다. 가끔 때리고 발로 차고 괴롭히기도 했지만 사랑했다. 나는 미미를 사랑했다. 인간만큼 덩치가 컸기 때문이다. 다른 작은 암컷들은
싫다. 작은 수컷도 싫다. 치와와같은 종류는 작고 볼품이 없다. 쥐조차 마음대로 사냥하지 못한다.
누나는(그 암캐같은 계집은), 그 병신같이 생긴 작은
개의 자식을 귀여워했다. 얼굴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그게 귀엽다고 했다. 식구들은 그 이상한 개를 "진호"라고 불렀다. 작은 치와와의 새끼는 모두 커다란
놈들이었다. 누나가 진호를 밤마다 자기 방에 데려가
무슨 짓을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에게
사람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개를 사람으로 여기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건 이미
하나님을 모독하는 짓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개는 그저 인간에게 지배받는 동물일 뿐이다. 가족따윈 될 수 없다.
개는 인간의 친구이기 때문에 인간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개들에겐 인간이 신이다. 그러므로 개는 인간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개가 인간의 친구라는 인간들은 모자란 인간들이다. 개는 인간의 도구일 뿐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개들을 사랑해줬다. 특히 미미같은 덩치 큰 암캐들을 사랑했다. 개에게는 과분한 사랑이다. 인간이
베풀 수 있는 개에게 최대한의 사랑인 것이다. 몸을
사랑하면 마음까지도 사랑하게된다. 마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몸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이기 때문에
마음이 몸보다 먼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개들은 괜히 개가 아니다. 틀림없이 한 배의 새끼라도 암수를 오래 기르면 남매끼리 교미해서 새끼를 낳게 될 것이다. 혹은 자기 어미인지도 못 알아보고 올라타려고 하거나 애비가 자기 자식을 그렇게 할 것이다. 딸은 도망도 가지않고 그대로 엉덩이를 들이밀고
서 있겠지. 그들은 수치심도 없다. 훤한 대낮에도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그런 짓을 한다. 그래서 우리
는 음탕한 사람이나 음탕함을 "개"에 비유한다.
"돼지는 목욕을 시켜놓아도 진흙탕에 뒹굴고, 개는
토한 것을 주워먹는다" 이것은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개와 돼지가 얼마나 미련한지 말해주는 것이다.
개는 자기가 토한 것이 뜨끈뜨끈할 때 그것을 다시
주워먹고 다시 토한다.
나는 그래서 개가 싫고, 그 개가 싫다. 누나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마치 누나의 남편이라도 된 양 행세한다. 특히 그 개는 개답지않게 사람을 깔아보는
거만한 눈길을 가졌다. 개가 절대 가져서는 안 될 반항심 말이다. 개는 인간을 우습게 알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누나에게 여자와 개가 나오는 동영상을 마치
우연인 것처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누나는 그 개를 자기 방에 데려가지 않았다.
나는 누나의 비밀을 아버지에게 말하겠다고 협박했다. 그 뒤로 나는 자주 누나방에서 잤다. 개가 필요할때면 누나는 이제 나를 불렀다. 나도 개가 필요할때는 누나방으로 갔다. 이제 우리는 한 가지 비밀을
더 공유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예전처럼 다투지도 않고 친하게 지냈다. 가끔 누나가 나를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문을 잠그거나 내 말을 듣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몇 대 때리거나 위협을 하면 해결되었다. 맞아야 말을 듣는 것은 누나는 꼭 개를 닮았다. 그래서 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그 재수없는 개 때문에 죽었다. 나는 그 개를 평생 저절로 죽을때까지 온갖 고문을 다해 죽이기로 했다. 누나는 이제 날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누나는 결국 어느날 그 개를 나 몰래 안락사시켰다.
오빠, 아버지를 강아지라고 부르는 인간은 죽여버려.
그래 공주야 꼭 물어죽여 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다리가 하나 없는 개와, 두 뒷다리가 모두 마비된 개가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은 길거리에 취객이 쏟은
구토물을 주워먹기위해 위태위태하게 도로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참 먹다가 그들은 차가 오면 다시 물러서고 또 잠깐 먹다가 차가 오면 피했다. 그들은 구토물에 들어있는 알콜 때문에 반딧불을 보았다. 반디불은 점점
더 커지며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주인집 아들이 불구로 만들어버리고 내쫓은
순호와 명호였다. 공주는 아버지를 강아지라고 부르는 인간은 모조리 죽여버리라고 말하면서 강아지를
낳다가 죽었다. 공주는 자신의 오빠를 보고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엔 순호와 명호 뿐이었다. 대신
대답한 것은 꼭 죽여주겠다고 대답한 것은 순호였다.
주인집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그들의 형 진호는
이미 주인집 딸이 안락사시킨 후 였다.
순호와 명호는 공주가 죽고나서 불구가 되어 내쫓겼다. 그들은 취객이 도로에 흘린 토사물을 먹다가 둘
다 한날 한 시에 같은 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 그들의 덩치 큰 어머니 미미는 건강원에 팔려서 고깃국이 되었다. 주인집은 경매처분을 당했고, 주인집 아들은 아버지가 죽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빈털터리가 되자 술집에 나가던 자기 누나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머리를 쏘아 자살했다.
우리 아버지는 치와와다. 치와와는 개 중에서 가장
작은 개다. 아버지의 이름은 나이들어 이가 빠지고
털이 빠질때까지도, 죽을때까지도 여전히 "강아지"였다. 나는 그것이 아버지의 이름인지 작은 개를 부르는 말인지 어린 개를 부르는 말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늘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면 대뜸 "강아지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덩치가 컸더라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마음대로 안아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낙원은 없지만 지옥은 있다. "지금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첫댓글 어째 요즘 개를 소재로 한 소설을 많이 보는듯.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아픈 스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