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마을 (경북 포항시 남구 영일군 연일읍 자명동) 앞에 이른 아침부터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부터 종중 합동 벌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꼭두 새벽에 출발한 승용차가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추석 전에 조상의 산소를 깨끗하게 벌초를 하고 추석 차례를 올리려는 것이다.
잠시 후 예초기가 왱왱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오전 8시 30분 경에는 모두 30여 대의 승용차가 도착 하였다.
이날(2013년 9월 8일)은 추석을 불과 열흘 앞둔 일요일로 전국에 흩어져 사는 회덕○씨 흥해파 종중 자손들이 연례행사로 치르는 합동 벌초 행사 날이었다.
이번 합동 벌초 행사에 참가한 일꾼 가운데 최고령자(75)인 동시에 주손인 ○ 면완씨는 등명이란 마을은 지금으로부터 558년전인 서기 1455년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노산군으로 격하시켜 영월로 귀양을 보내고 왕위를 빼앗아 조선국 제7대 왕으로 등극한 정변이 있었을 때 부터 시작되었다고한다.
제4대 세종대왕의 11번쩨 여동생인 숙안옹주의 아들이며, 태종의 외손자였던 그의 19대 선조(○ 澄)가 신변의 위험을 피해 벼슬을 버리고 멀리 이곳으로 은거(隱居)하였다,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 오면서 등명이라는 마을이 생기게 되었고, 불과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단일 성씨의 집성촌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로 다 떠나 버리고 겨우 10가구만 남아 있다, 그나마 젊은이는 전혀 없다. 주손인 자기도 조상이 물려준 집을 지키고 윗대 산소를 돌보며 혼자 산다.
3만㎡(1만평)에 달하는 묘역의 맨 위에 그의 11대 조부모 산소가 있고, 맨 아래쪽에 있는 자기 부모 산소까지 합하여 총 25기의 묘가 집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합동 벌초 행사는 지난 300여 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여기에는 반드시 장자만이 묻힐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차자 이하는 동내 앞과 뒤쪽에 있는 총 3백만여㎡의 종중산에 묻혔다.
예외로 출가한 딸이나 외손이 유택을 정하지 못하여 매장에 어려움이 있을 때 종중의 승인하에 묻힌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손이나 배우자가 죽으면 대부분 종중 산에 유택을 정하고, 종중 묘역에는 묻힐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묘역은 회덕 ○씨 흥해파 종중 자손들로서는 성역(聖域)이라고 한다.
1981년 종중 법인이 발족한 이후부터 이 집단 묘역의 관리는 주손의 책임이 아닌 종중법인
대표 책임하에 벌초와 시제(時祭)등을 포함한 묘소 관리와 보수 및 유지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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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으로 종중 벌초를 마친후 자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합동벌초 행사를 마치면서 인사말을 하는 11대 주손과 종중대표는 “선조들이 남긴 유산과 유택을 관리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숙명처럼 받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 종중의 바람은 10여 년 전부터 포항시가 추진하는 300만㎡에 달하는 테크노벨리 사업이 확정되면 그중에 포함된 종중 임야 (15만㎡)에 대한 토지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동내 앞뒤 종중 산에 산재(散在)한 19대조 이하 11대조 까지의 선조 산소는 모두 마을 뒤쪽 종중 산 가운데 한 곳으로 옮겨 추가로 새로운 집단묘역을 조성하고,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자손들의 교육에 힘 쓰고 벌초 행사에 참가하는 자손들에게 여비도 좀 넉넉하게 지급할 것이다" 라고 했다.
실버넷뉴스 황재영 기자 hjy27@silvernetnews.com
[후기]
당일 시간계획에 따라 종중 집단묘역 합동 벌초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오전 11시경 미리 주문한 도시락이 현장에 배달되었을 때 뒤 늦게 벌초행사장에 도착한 5명이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살고 있는 ○ 성수(39)씨는 당일 아침 8시 30분까지 현장에 도착할 생각으로 새벽 2시에 집을 나서 경기도 하남시에 살고 있는 4촌 맏형인 ○ 극수(54)씨 집에 도착 후, 자기 승용차를 맡겨두고, 새벽 3시에 형이 운전하는 차에 대학생인 두 조카와 함께 4명이 타고 출발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충북 음성 부근 고속도로 위에서 차량이 고장 났다고 한다. 부득이 맏형인 ○ 극수씨는 고장이 난 차를 응급 구난 조치하고, 인천에서 출발했을 동생인 ○ 용수(51)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마침 대전에서 출발 준비 중에 있다는 막넷동생인 ○ 봉수(46)씨와 연락이 닿아 그 막냇동생 차가 음성으로 가서 4명을 옮겨 태워 5명이 함께 타고 오다보니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하였다.
오늘 합동벌초행사를 주관한 종중대표와 주손은 “교통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위로하고, 기왕 내려 왔으니 오후에는 아버지와 조부모 산소에 올라가서 벌초를 잘 하고 조심해서 올라가거라!”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밤이 늦더라도 좋으니 꼭 도착 여부를 전화나 문자로 보내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끝.
첫댓글 합동 벌초 행사가 참으로 부러움을 살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