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김난도 교수 “2024년 키워드는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47호(2023.10.15)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사법82-86)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외
미래의 창
2023년10월 5일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출간됐다. 김난도 동문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원들과 2008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예측한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2023년에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해의 띠 동물이 들어가도록 키워드를 정하고 그 해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한다. 청룡의 해인 2024년의 키워드는 바로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다.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단지 바빠서 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호모 프롬프트(Rise of ‘Homo Promptus’)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인간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진다.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화룡점정’의 역량은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한 인간만의 것이다.
육각형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인간’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의 반향으로 작용한다. 육각형 인간 트렌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오늘날 ‘일 물일가’의 법칙은 사라졌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실시간으로 모든 변수를 측정해내는 AI의 발달은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일물N가’의 세상을 열었다. 이제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도파밍(On Dopamine Farming)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지만 요즘만큼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은 없었다. 게이머가 ‘파밍’하며 아이템을 모으듯, 사람들은 재미를 모은다. 엉뚱하고 기 발하고 지극히 무의미한 일들이 주목을 끈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 세다.
요즘남편 없던아빠(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결혼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 된 오늘날, 결혼 후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전에 없이 달라졌다.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 반자로 역할이 바뀌어 가는 ‘요즘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없던아빠’들이 소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스핀오프 프로젝트(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비교적 저 예산과 유동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보는 스핀오프는 기업 입장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고, 성 공할 경우 예상 밖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들도 커리어 개발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변화의 시대, 스핀오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디토소비(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나도’라는 의미의 ‘Ditto’가 소비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하는 디토소비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FOBO, 즉 실패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손쉬운 방편, 디토소비가 뜬다.
리퀴드폴리탄(ElastiCity. Liquidpolitan) 인구는 감소하고 광역 교통은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유목적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지역은 이제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하고 흐르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주목받는다.
돌봄경제(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인간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초개인화 하는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 사회에서, 돌봄의 시스템화가 중요해졌다. 돌봄은 이제 단지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다.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사회적 약자들만이 그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