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_1918~1919년경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년)
오늘은 20세기 초반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가 자신의 아내를 그린 초상화 작품[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과 모딜리아니의 짧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연인 모디(모딜리아니)에게 잔은 이렇게 묻습니다. “모디 당신은 왜 저의 초상화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나요” 그러자 모디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난 당신의 영혼을 다 알고 난 후에 눈동자를 그리겠소”.
이 짧은 대답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연인에 대한 깊은 사랑인데요, 그 당시 파리 보헤미안 모임의 멤버 중에서도 가장 여성 편력이 다양한 바람둥이며 로맨티스트였던 모딜리아니에게 마지막 연인이자, 아내로서 죽음까지도 함께 한
‘잔 에뷔테른’에 대한 깊은 사랑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인본주의적인 르네상스의 정신입니다. 신 중심의 중세 시대 예술 이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간 중심의 예술로 부활을 의미하는, 인간 내면 속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눈 속에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는데, 우아한 자태와 잔잔한 미소가 아름다운 잔을 본 모딜리아니는
그의 생애에 마지막 사랑을 하게 됩니다. 둘은 가난했지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사랑으로 잘 살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딜리아니 그림 속 잔 에뷔테른에게 눈동자가 생겼으며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가난했던 모딜리아니는 딸이 먹을 밥값도 벌지 못했고, 둘째까지 임신한 잔 에뷔테른은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잔의 부모는 딸과 손녀만을 받아줬고, 잔이 친정집에서 몸을 추스르는 동안 모딜리아니는 냉기 가득한 골방에서 추위와 그리움에 떨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그의 육체는 온갖 병을 달고 살았던 그의 몸을 무참히 무너뜨렸습니다.
1920년 1월,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겨우 36세였습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잔은 모든 걸 포기했고, “천국에서도 나의 모델로 남아 달라”라는 모딜리아니의 유언을 지키려는 듯, 잔은 둘째 아이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투신하여 모딜리아니를 따라갑니다.
감히 제가 두 사람의 사랑을 글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맹목적인 해바라기 사랑으로 이야기하고 싶고, 해바라기와 관련된 시 한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해바라기
그대를 기다립니다
내 심장이 속삭이던 두근거림의
언어를 잊으셨나요?
전생에서 가슴에 안고 그대 귓가에
들려주던 사랑의 박동소리에
지금도 그대를 기다립니다
아홉 낮 아홉 밤을 선 채로 사랑을
애원하다 발이 땅에 박혀버렸어도
그대만 온전히 볼 수 있음에
지금도 그대를 그립니다
어느 여름날 눈부신 아름다움에
눈이 멀고 심장이 눈 뜨는 날
그대에게서 움직일 수 없는 운명에
지금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모딜리아니는 부유한 명문가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하필 모딜리아니가 태어날 쯤,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게 됩니다.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는데, 출산한 여인의 침대에 있는 것은 가져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어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어머니의 침대 위로 올려놓아서 그나마 일부의 재산이라도 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 집안이 파산을 했다는 이유로 모딜리아니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녔다고도 합니다.
모딜리아니의 어머니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후손으로 매우 현명한 분이셨습니다. 교양과 문학과 철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14살 때 장티푸스에 걸려 자신이 예술가가 되는 환상을 본 모딜리아니는 어머니에게 병이 나으면 우피치 미술관에 데려다주세요, 그곳에서 예술가들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티푸스가 나았으며 어머니는 약속대로 모딜리아니를 우피치 미술관에 데리고 갔고, 그것을 계기로 그는 미술학교 진학을 했으며,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으며, 16세에 폐결핵을 앓았는데, 짧은 평생을 폐결핵으로 고생을 하다가 결국 결핵성 뇌막염으로 사망을 합니다.
초기에 조각 작품을 많이 했던 모딜리아니는 작업이 과중하고 가루를 많이 마시면서 해야 하는 조각 작업을 자신의 건강이 감당할 수 없어서 회화 작업으로 변경을 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고전주의와 르네상스에 심취해 있던 그는 오늘 소개한 그림처럼 텅 빈 눈을 통해 인간의 깊은 정신 세계와 길고 가는 목을 통해 인간들이 가슴 한켠에 담고 있는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태양을 향하는 해바라기처럼 모딜리아니는 예술과 자신의 마지막 사랑인 잔을 향한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갔으며, 그의 사랑이자 뮤즈였던 잔 에뷔테른 또한 모딜리아니를 향한 해바라기였기에 저세상까지 따라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세상에서의 고통스러운 삶을 뒤로한 채 저세상 어딘가에서 잔을 모델로 밝게 웃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모딜리아니를 상상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우와 천천히 읽어보니 모딜리아니라는 화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적어주셨네요 너무 좋은 정보에요 그리고 재미도 있어요!
댓글을 늦게 확인했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