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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을 피고로 하는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과도한 구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시위 중이던 뇌병변장애인(뇌성마비) A씨가 역장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철도안전법 위반, 상해죄 등을 적용해 A씨에게 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또 횡단보도에서 마주 오던 70대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60대 뇌병변장애인(파킨슨 증후군) B씨를 형사재판에 넘겨 과실치상의 최고형인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이러한 사고들이 유독 뇌병변장애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다수가 뇌병변장애인이기 때문이다. A씨와 B씨 또한 모두 심한 정도의 뇌병변장애인으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A씨의 경우 시위 중인 장애인들과 역무원들의 실랑이 과정에서 전동휠체어의 조작실수로 역장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고, B씨의 경우는 1단(약 시속 3km)으로 직진 중이었고, 방향을 전환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B씨와 피해자 모두 마주 오던 상대방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쌍방과실로 보이는 ‘사고’다.
그럼에도 검찰은 두 사건의 피고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들은 장애 특성을고려해 처벌하지 않거나 벌금 30만 원 이하의 약식기소로 결정되는데, 휠체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뇌병변장애인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중형 구형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사건들에서 드러나는 검찰의 인식은 피고인들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가 신체 일부라기보다는 ‘사람을 상해할 수 있는 위험물’이라는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폭력시위의 무기’로 사용하고, ‘무겁고 위험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조심하지 않은 것은 중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지하철 타기 투쟁에 대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검찰 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대안을 고민하려 하지 않고 잘못을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부 여당의 태도가 장애 시민과 비장애 시민을 갈라치기 하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 여당의 태도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검찰의 구형 태도가 이런 갈라치기와 장애인 혐오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B씨의 사건이 다뤄진 신문 기사에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장애가 무슨 벼슬이냐’, ‘전동휠체어로 마구잡이로 사람치고 다녀도 무죄냐’ 등의 사건과 관계없는 장애인 혐오성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건은 곧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낮은 장애 감수성과 혐오성 인식에 의한 중형구형에도 불구하고 각 재판부의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또한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의 장애 감수성 제고를 위해 장애 평등 교육 강화 등의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갈라치기와 혐오의 정치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7월 20일
사단법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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