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김성근 감독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김성근 감독의 취임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분분한듯 하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입니다. 현재 LG가 처한 입장을 감안하면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야구인이 말했지요. 한국에서 실력이상으로 과대평가된 감독이 김응룡감독이라면 실력이하로 과소평가된 감독이 김성근 감독이라고...
엘지의 신바람야구... 정확한 분업화에 의한 미국식 야구.. 말은 좋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90년대 중반을 생각하면서 지금 엘지의 상황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될 줄 압니다.
미국식 야구의 근간은 두터운 선수층에 있죠. 싱글,더블, 트리플A로 이어지는 미국의 풍부한 야구자원과 한선수라도 부상당하면 팀전력에 큰 누수가 생기는 한국의 척박한 야구풍토와 애초부터 비교될수 없는 것입니다.
이광환 감독이 이끌었던 90년대 중반을 생각해 봅시다.
정삼흠, 김태원, 이상훈의 최강 선발진과 확실한 마무리 김용수 그리고 풍부한 중간계투 요원이 있었던 시절에는 소위 스타시스템이라는 분업시스템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화감독으로 있는 이광환 감독이 한화에서 스타시스템을 운영하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벌떼야구라고 폄하하는 김성근 감독보다 더 많은 투수를 물량투입하는 작전을 쓰고 있습니다. 한경기 4-5명은 기본이고요. 이것은 감독의 철학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신바람 야구.. 말은 좋습니다. 탄탄한 선수층이 갖추어져 있었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말은 통했습니다. 그런데 엘지가 자랑하는 신바람 야구는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어느새엔가 투지없는 야구, 혼이 없는 야구로 바뀌어 버린것 같았습니다.
어느덧 엘지에서 승부에 "집착하는" 야구, 이종범처럼 "악착같은 혼"의 야구는 사라지고 어설픈 스타들이 모인 쇼프로 같은 야구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관중들은 이 모습에 열광하지만 94년 이후 엘지가 호화멤버를 갖추고도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앉고 말았다는 사실은 우승에 필요한 "투혼"만은 실종되어 버린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본래 "팀"보다 "스타"가 두드러지는 팀은 우승하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김응룡감독이 삼성을 맡으면서 처음 한 일이 임창용과 이승엽 길들이기라는 것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것이죠.
미 메이저리그의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의 선수 유니폼 뒷면에 선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양키스 선수들은 이런 모습에서 은연중에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을 우선시 하는 정신을 배웁니다.
일부 사람들이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너무 쪼잔한 일본식 야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일본에 있었던 것은 고등학생까지이고 대학부터 40여년간을 한국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야구인 생활을 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김성근감독의 야구는 이미 한국야구인 것입니다.
또한 메이저리그를 보더라도 아메리칸리그의 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미국에서 일본식 데이터 야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올해 돌풍을 일으킨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우를 봐도 이치로와 사사키 두 선수의 영입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불러오게 된 것이죠.
지금 저는 미국식야구가 나쁘고 일본식이 좋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미국식 야구, 신바람 야구라는 거창한 허상에 사로잡혀 팀을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허상에 젖어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최고의 감독이라는 김응룡감독이 철저한 분업화를 추구하는 감독이었나요? 저는 해태시절 팀이 이기는 상황에 6회부터 몸을 풀던 선동렬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미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야구는 하나입니다. 야구의 룰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팀의 성적이 모든것을 말해 줄것이라고 봅니다.
올해는 그렇다 치고 내년 엘지의 모습에서 제가 김성근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올해 보여주셨던 탁월한 투수조련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셔서 내년에는 엘지가 무시무시한 투수왕국의 팀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엘지가 매너리즘을 버리고 진정한 "승부사" "투지"가 넘치는 팀으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이것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당장 내년의 우승은 아니어도 엘지는 강인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 봅니다.
저는 우리 엘지가 "한국의 LA 다저스" 가 아닌 "한국의 뉴욕 양키스" 같은 팀으로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