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전예산 1814억 복원… 野는 지역화폐 등 1.2조 증액
여야, 657조 내년 예산안 합의
與 “건전 재정 정부안 총액 유지”… 野 새만금-지역화폐 3000억씩 늘려
공적개발원조 등 4조2000억 감액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원안 유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0일 2024년도 예산안 여야 합의를 마친 뒤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은 656조9000억 원으로 총예산 규모는 정부안과 같다. 감액 규모와 증액 규모는 4조2000억 원으로 같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넘겼지만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훈구 기자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오던 여야가 20일 오후 극적 합의했다. 예산안 처리를 지난해(12월 24일)보다는 앞당겼지만,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보다 19일이나 늦은 지각 처리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안(약 657조 원)대로 유지하면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한 원자력 예산 1814억 원을 정부안대로 복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요구해 온 연구개발(R&D)과 새만금 지원, 지역화폐 예산에서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증액을 이끌어 냈다.
● 野, R&D-새만금 예산 일부 복원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R&D 예산을 정부안보다 6000억 원 순증해 총 26조5000억 원 규모로 합의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19조7000억 원이던 R&D 예산이 매년 10%씩 증가해 5년 새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에 대해 중복 지원 및 나눠먹기식 낭비가 크다고 보고 올해(31조1000억 원) 대비 5조2000억 원 삭감한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이에 과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여야가 결국 현장 연구자의 고용 불안 해소, 차세대 원천기술 연구 보강 등을 명분으로 일부 증액하는 데 합의한 것. 민주당은 R&D 예산을 최소한 전년 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종 요구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증액한 것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요구한 증액분을 대폭 삭감해 재정건전성 기조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증액해도 전년 대비 감소 폭은 14.8%로 여전히 큰 규모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새만금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정부안에서 3000억 원이 늘어 약 45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해당 예산은 새만금 입주 기업의 경영 활동 지원과 민간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사용된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새만금 지원 비용은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6626억 원)보다 77.7%가 삭감된 1479억 원이 배정됐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3000억 원이 증액되면서 삭감률은 32%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안에서 올해(3525억 원) 대비 전액 삭감돼 0원으로 편성돼 있던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도 3000억 원이 증액돼 올해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로 지역화폐 예산을 줬지만,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액수”라며 “점점 없애겠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 與, 원전 예산 원상 복구
여야는 정부안보다 4조2000억 원을 감액하면서 총지출 규모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정부안보다 2500억 원가량 줄이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ODA 예산을 올해(4조5000억 원)보다 2조 원 늘어난 6조5000억 원을 편성해 제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에 따른 비판,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민심을 일부 수용해 총선 악재로 번지는 상황을 막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삭감하겠다고 벼르던 대통령실과 검찰 등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정부 원안에서 큰 변동 없이 소폭 감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활비와 업무추진비는 거의 지켜냈다”며 “대통령실은 그대로 유지했고, 검찰 8억 원, 국세청 1억 원 정도 깎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전액 삭감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 사업, 원전 첨단 제조기술 및 부품·장비 개발, 원전 수출보증 등 관련 예산 1813억7300만 원도 기존 정부안대로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국가채무와 국채 발행 규모를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내년도 국가 재정과 부채 등은 정부가 예상한 수준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올해 1134조4000억 원에서 내년 1196조2000억 원으로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51.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의 경우 내년에 92조 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GDP 대비 3.9% 수준으로 예측된다.
윤명진 기자, 신나리 기자, 세종=김도형기자
野, 공공의대-지역의사제法 복지위 단독처리
농식품위 소위선 양곡법 등 강행
與 “野 총선만 보며 폭주”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등 법안 6건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거야(巨野)가 텃밭과 지지층 표심 눈치만 보며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의사제 양성을 위한 법률안 대안’ 등 2개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앞서 민주당은 18일 소위에서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단독 처리했다. 공공의대법은 소위 통과도 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이날 전체회의에 일방적으로 상정해 강행처리했다. 두 법안은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공공의대 설립법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 지역의사제 도입법은 지역 의료에 종사할 학생을 선발해 교육한 뒤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국민의힘도 공공의대뿐 아니라 지역의사제에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고, 정부도 거기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다”며 “하나하나 풀어 나가려는 건데 왜 이렇게 방해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지역의사제는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주거 이전의 자유까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헌법정신에 맞게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의사제는) 의무복무 기간을 10년으로 했는데 적절한지 등 쟁점이 많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의대 설립법에 대해서도 “쟁점에 대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논의 없이 오늘 의결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한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한우산업전환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 6개를 무더기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일방 통과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소위 통과 후 입장문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여건에서 산적한 민생입법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단독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