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67
제7장 청풍산의 두령들
제30편 명궁 화영 30-4
황신은 목소리를 낮추어 은근히 말했다.“좋은 수가 있소. 내일 집 안에서
큰 잔치를 열어 화영을 초청하고, 뒷마당에는 4,50 명의 관군을 매복시켜 놓읍시다.
화영에게는 모용부윤께서 이곳의 문관과 무관이 서로 불화가 심하다는 말씀을 듣고
나를 파견하여 화목을 도모케 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소.
술자리에서 내가 술잔을 던지는 것을 신호로 화영을 잡는 겁니다. 그 계교가 어떻소?”
유고는 그 말을 듣고 좋은 계교라고 기뻐했다.
이윽고 황신은 시종 두 사람을 데리고 화영을 찾아갔다.
화영은 병마도감이 왔다는 말을 듣고 그를 정중하게 맞았다.
“도감상공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어제 모용부윤께서 부르시기에 가 보니 청풍채에서 문무관료의 반목이 심하다는
말을 듣고 두 분을 화해시키러 온 것이오. 지금 남 채에서 연화를 베푼다고 하니
나와 함께 갑시다.”그 말에 화영은 크게 웃으며 황신을 따라 남채로 갔다.
유고는 이미 술좌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세 사람이 만나자 부관들이
화영이 타고 온 말을 밖으로 끌어내고 문을 굳게 닫아걸어 버렸다.
화영은 계교에 빠진 것을 알 턱이 없었다.
서로가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 후에 유고가 황신의 잔에 술을 부었다.
“도감상공 한 잔 드시오.”
황신은 잔을 받아 손에 들고 좌우를 한번 둘러본 후에 술잔을 번쩍 들어 땅에 내던졌다.
순간 후당에 잠복해 있던 4,50여 명의 군사들이 달려 나와 화영을 잡아 섬돌 아래로
끌어내렸다.이윽고 황신이 큰 소리로 말했다.“저놈을 단단히 묶어라.”
화영은 뜻밖의 일에 놀라 외쳤다.“내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시오?”
“닥쳐라. 네놈이 청풍산 도적떼와 결탁한 죄를 모르느냐? 내가 그 증거를 보여주마.”
황신의 말이 떨어지자 관군들이 죄수의 수레를 끌고 나왔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이미 떠났던 송강이 묶여 있었다.화영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네놈은 이래도 할 말이 있는가?”황신의 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화영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저분은 운성현에서 온 제 친척이오.
도적떼가 아니란 말입니다.”“그 말은 부윤 앞에 가서 해라.”
황신은 송강과 화영을 묶어 수레에 태우고 호송관들을 대동하여 청주를 향해 떠났다.
그들이 청풍채를 떠나 약 40여 리쯤 갔을 때 선봉대가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군가 숲에서 우리를 엿보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행이 산모퉁이를 돌아 지날 때 갑자기 숲 속에서 하늘이 진동하는 듯한 함성이 나왔다.
관군들이 놀라서 대열이 흩어졌다.유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황신이 군사를 정돈하자 그 앞에 세 명의 사내들과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하나는 푸른 도포를 입은 연순이고, 그 좌우로 각각 왕영과 정천수가 서 있었다.
“이곳을 지나려면 통행료 3천 관을 내놓아야 하느니라.”
황신이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무례하구나.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느냐? 진삼산(鎭三山) 황신 장군이시다.”
“진삼산이고 홍삼산이고 간에 설사 황제가 지나도 통행료는 내야 한다.”
“네놈들이 내 맛을 못 봤구나.”관군들이 곧 북을 치고 징을 울려 위세를 돋운 다음
황신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연순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세 명도 일제히 칼을 휘두르며 그와 맞섰다.
황신의 무술이 뛰어났지만 세 명을 당해낼 재주가 없었다.
서로가 어우러져 십 여 차례 맞선 끝에 마침내 황신은 열세에 몰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1백50여 명의 관군들도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혼자 남은 유고가 사태가 위급한 것을 깨닫고 말머리를 돌리는 순간 산채의 졸개들이
동아줄을 던져 말머리를 낚아채자 유고는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어 졸개들이 달려들어 유고의 옷을 벗기고 동아줄로 묶어버렸다.
그때 세 두령은 수레에 묶여 있는 송강과 화영을 꺼내주었다.
청풍산의 세 두령은 송강과 화명을 먼저 산채로 보낸 다음 유고를 끌고 산채로 돌아왔다.
송강이 두령들에게 말했다.“유고란 놈을 대령하시오.”
“지금 그놈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 먹기로 했습니다.”그러자 화영이 나섰다.
“형님. 그놈을 제 손으로 처치하게 해 주십시오.”화영은 송강의 허락을 받고
섬돌 아래로 내려가서 칼을 들어 유고의 배를 갈라 송강 앞에 바쳤다.
그날 밤 산채는 밤이 깊도록 취흥에 빠졌다.
- 68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