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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그래도 정신은 박혔군.” 주광루가 호텔 로비에 들어서서, 입구에서 배웅나온 리웨이펑을 보자, 힘차게 그의 등을 두드렸다. 스승과 제자는 힘껏 서로를 안았다.
인사말을 나눈 후, 자리에 앉아 주광루는 사근사근하게 한국에서 보낸 3달 간의 생활과 훈련이 어땠는지를 제자에게 물었다. “처음 시작할 때엔 좀 힘들었어요. 꽤 오랫동안 정규 훈련을 받지 못했잖아요. 팀의 훈련 템포에 따라가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아직 자는 시간에 먼저 나와 뛰었어요. 체육관 조명도 없을 때 그렇게 두 시간을 뛰고, 아침 식사하고 나서 팀 훈련을 했죠. 그 다음 단계부터는 저도 좀 적응이 됐어요. 훈련과 시합이 주였는데, 오전에는 전술 훈련을 하고, 오후부턴 그 지역 대학 팀과 시합을 하죠. 열흘 동안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그중 7일은 오후마다 시합을 했어요. 그렇게 열흘 훈련을 연속하고 나니 체력이 꽤 좋게 회복되더군요.”
“리그에선 몇 게임을 했지?” 주광루의 관심은 역시 리그에 있었다. “4번이요. 1무 3패.” 리웨이펑은 한번 하하 웃었다. 비록 팀은 졌지만, 그는 골키퍼 이운재에 대해 굉장한 존경을 보였다. “어제 FC 서울에게 진 경기에서, 들어간 골은 별로 힘이 없었어요. 아마 습기 때문에 땅이 미끄러웠겠죠. 이운재는 최선을 다했어요.” 이운재 이야기를 시작하자, 리웨이펑의 말 속에서 오체투지를 할 듯한 존경심이 흘러나왔다. “1973년 생이에요. 한국 사람은 엄마 뱃속에 있는 것까지 해서 한살 더 치니까, 그럼 올해 38세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용맹한데다, 그렇게까지 훈련할 수 있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주광루는 이운재가 다 들어간 골을 ‘낚아낸’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날 내가 물어봤거든. 국가대표팀에 있을 때 어떻게 벌써 들어간 골을 엔드 라인에서 낚아내왔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내 팔을 치면서 웃는 거야. 맨체스터에 있는 박지성이 자기에게 그랬다는군. 우리 축구 선수들은 상대 뿐만 아니라 주심과 선심이랑도 함께 축구하는 거라고.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기 전까지는 계속 볼을 차고 낚아내야 진짜 ‘축구’라 말할 수 있다고 말이야.”
화제는 어느새 선화(申花)로 옮겨갔다. 리웨이펑은 그 2년 동안의 과거를 되짚고 싶지 않아했고, 그저 스승의 귀에 귓속말을 나눌 뿐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주광루의 낯빛은 점차 무거워졌다.
트레이드 실패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 이야기가 나오자, 리웨이펑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곤 말했다. “젊은 선수들이 사소한데 너무 집착해요. 실패할까봐, 실력을 못 보여줄까봐 무서워하다가 결국 자신감을 잃어버리죠. 사실 바깥 세상도 재미있는 게 아주 많은데 말이죠.”
그가 선화 팀에 있었던 때, 특히나 트레이드로 풍파를 겪었을 때(계속 팀을 옮겨다녔음) 이야기를 하게 되자 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켠 후, 그는 조근조근하게 말을 시작했다. “꿈을 꾸었다고 치죠. 그냥도 아니고 악몽이요. 그래도 결국은 잠에서 깨잖아요. 보세요, 꿈에서 깰 즈음 상하이에 돌아오니, 공항 문을 나서서 저를 반기는 게 찬란한 봄날 햇빛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리웨이펑은 한국 축구의 룰 준수에 대해 매우 감명받았고, 특히나 심판의 성실한 집행에 대해 그러했다. “한국에서, 심판의 판단은 아주 엄격해요. 전북 현대의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동국이 두 골을 넣었는데요. 그가 너무 흥분해서 상대 팀 서포터쪽 스탠드를 향해 코너 깃발을 차버렸거든요. 승리를 축하하는 세레머니로 볼 수도 있었죠. 그런데 심판이 그에게 달려와서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레드 카드를 꺼내 퇴장을 시켰어요. 왜 그랬느냐? 올해 한국 축구 협회에서 규정을 만들었어요. 골을 넣고 상대 선수나 팬들에게 보이는 어떤 도발적인 행위도 즉시 퇴장감이라고 말이에요. 올해 벌써 두 건이 있었는데, 또 한 건은 전남의 이천수였죠. 올해 트레이드 돼서 온 후에, 첫 경기서 골을 넣었는데 선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했어요. 이천수는 선심에게 은밀하게 모욕성의 손동작을 했는데, 그때엔 아무도 보지 못했죠. 경기 끝난 후에 축협에서 비디오를 통해 이천수의 이 행동을 발견하고는 바로 서울로 불러내서 결장 징계를 내렸죠. 비록 작은 일이지만, 한국 축구의 엄격함과 심판 권위의 절대적인 보호를 읽을 수가 있죠.”
리웨이펑은 자신이 예전 국내에서 범한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한국에 와서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심판이랑 힘겨루기 할 일이 없어요. 그러니 이 부분에서 손해보지도 않죠. 예전 국내 경기처럼 하지 않아요. 카드 꺼내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식이었으니 줄창 손해만 봤죠. 이제야 예전 주 감독님이 절 질책한 게 사랑의 매였단 걸 알게 됐어요.”
리웨이펑은 한국 선수들의 훈련 태도를 배워 귀감을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율적인 마음가짐이에요. 매번 훈련 끝난 후에, 코치들은 선수들과 서로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말하고 떠나요. 하지만 주장은 팀원들을 남게 해서, 둥글게 둘러싼 후에 아까의 훈련 결과를 결산하기 시작하죠. 우리 팀 주장은 곽희주인데, 우선은 최고참인 이운재에게 먼저 말하도록 하고, 그 다음에 저 같은 고참들이 얘기를 해요. 그 후에 곽희주는 어린 선수들을 모아놓고, 너는 요즘 훈련 태도가 어디 어디가 잘못됐다, 누구 누구는 꾀를 부린다고 지적하는데, 그걸 다 실명으로 한다니까요! 마지막엔 해당 선수에게 100만원 벌금을 물리는데, 인민폐 5000위안에 해당되죠! 벌금 물린 선수는 주장의 은행 통장에 이체를 해서 팀비로 써요. 이게 한국 축구 주장의 힘이죠.” 주광루가 웃으며 물었다. “그 벌금은 뭐에다 쓴대?” “팀 회식비요.”
리웨이펑은 한국 선수의 자율성을 매우 찬양했다. “수원 팀은 규율이 잡혀있어요. 선수들에게 강제적으로 시키는 게 없어요. 가령 시합 전에 컴퓨터나 휴대폰을 압수한다든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선수들이 팀의 규율을 어기는 일은 보지 못했어요. 술 먹고 주사를 부리는 따위는 말할 필요도 없죠.” 리웨이펑은 한국 축구팀의 체제가 중국과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의 어린 선수는 고참 선수에 대한 존중이 매우 강할 뿐 아니라 무서워하기도 해서, 함부로 이야기를 나누질 않아요. 매년 전체 선수들이 투표를 해서 주장을 뽑는데, 최종적으로 두 주장을 뽑아요. 하나는 젊은 주장이고, 또 하나는 고참 주장. 젊은 주장이 맡은 일은 어린 선수들이 무슨 문제나 어려움이 있으면 그 말을 듣고, 그걸 고참 주장에게 전달해주는 거죠. 또 고참 주장은 자주 고참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요. 이런 것들이 뼈대가 되고 어우러져서 어떤 결정을 도출해내고 있죠.”
리웨이펑은 수원의 고참 선수인 김대환에게 한국과 중국의 축구 수준이, 일본을 포함해서,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가 대답하기론 세 나라의 축구 수준이 다 엇비슷하다고 해요.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아마도 의지나 자신감에 있지 않겠느냐 하더군요. 김대환의 이 말엔 저도 느끼는 바가 있어요. 신인 선수가 운동장에 나서면 고참 선수가 앞에서 이끌며 같이 연습을 하거든요. 이런 게 젊은 선수들에겐 확실히 자신감을 있게 하죠. 서울 팀에 소속된 젊은 한국 대표 선수가 있는데, 작년에 상하이 홍커우 구장에서 북한과 경기할 때, 이 애송이가 가슴으로 볼을 받아서는 앞에 있는 수비수를 유린해가며 골을 넣었거든요. 이런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필요하죠. 이게 어디서 온 걸까? 같이 뛰는 이운재 같은 선배들이 주는 거거든요.”
리웨이펑은 주광루에게, 한국 프로 리그의 선수는 모두 대학의 축구 팀에서 선발된다고 가르쳐주었다.
“예전에는 우리 갑급리그 방식과 같이, 약한 팀부터 강팀까지 순서를 정해 뽑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대학 팀에서 뽑아요. 프로팀은 우선 선수와 얘기를 나눠 의향을 묻고, 다시 그 팀 감독에게 의견을 구한 후, 다음엔 선수 부모와 상의를 마치고 나서 팀에 들여옵니다.” “그럼 뽑히지 못한 선수는?” 주광루가 말을 끊었다. “안 뽑힌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하죠. 그래서 선수들의 문화적 수준이 우리보다 굉장히 높아요.”
리웨이펑은 이 대학 축구 리그의 수준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주 감독님이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예전 갑급리그 때 랴오닝 팀에 한국 용병 최영일이라고 있었잖아요? 그는 지금 대학 팀 감독이에요. 얼마 전에 우리가 그 팀이랑 시합을 했는데, 우리 주전이 전부 다 뛰고도 결국 한 골 졌다니까요.”
리웨이펑은 대학생 선수들의 프로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선, 대학 선수가 프로 팀에 들어간 후, 특히나 수원이나 서울 같은 팀이라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겨요. 생활 수준이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정도까지 포함해서요. 차범근 감독님이 선수들이 이렇게 얘기를 하죠. 만약 너희들이 자기 실력에 의해서 팀에 자리를 잡는다면, 그게 바로 너희 부모님 위해서 축구하는 거고 명예를 더하는 거라고요.”
주광루가 말을 받아 이야기했다. “프로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대학에서 연마하고, 그 중에서 프로에 맞는 재능있는 선수를 뽑는다는 것이군. 사실 우리가 주창하는 ‘체교결합(體敎結合, 체육과 학습의 병행)’이나 예전의 체육학교 운영도 같은 거였지. 하지만 그쪽에선 이런 제도를 대학까지 발전시킨 거로군.”
주광루는 리웨이펑이 한국에서 이제 3달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영향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의아해했다. 리웨이펑은 웃으며 설명했다. “저는 지금 혼자 한국에 있고 가족은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매일 숙소에 있으니까 남는 시간이 많죠. 일 없을 때면 고참 선수들과 영어에 손짓 섞어가며, 또 간단한 한국말까지 해서 얘기를 해요. 좀 심각한 얘기는 통역을 부르고요. 하나씩 하나씩 해서 이해를 하는 거죠.”
“밤에 몇 시에 소등한다든지, 감독이 방 검사하는 일은 없나?” “없어요! 규제는 전혀 없어요. 주 감독님은 모르실 거에요. 코치들조차 선수 방에는 오는 법이 없어요. 아침 8시 반에 식사를 하면, 8시 20분이면 벌써 사람들이 식당에 앉아있어요. 누가 늦기라도 하면, 감독이 나서서 말할 필요도 없이, 주장이 가서 너 훈련 끝나고 벌금 내라고 말을 해요. 우선적으로 모두들 자율적이고, 그 다음으로 선수들 관리는 주장이 한다는 거죠.”
리웨이펑은 저녁에 시간이 나면 헬스클럽에 가는데, 주광루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감독님, 숙소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밤에 뭐하는지 아세요? 매일 밤 지하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체력 단련을 한다구요. 한번은 제가 좀 일찍 가서 좋은 기계 맡아놓으려 했더니, 벌써 대여섯 명이 쓰고 있더라고요. 웨이트도 하지만, 줄넘기도 하면서 다리의 민첩성을 기르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완전히 스스로 알아서 해요.”
리웨이펑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축구를 중시할 뿐 아니라, 축구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든 아니든, 프로팀이나 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책망하지 않아요. 팬들이 시합에서 자기 팀에 야유하는 법도 없고요. 제가 감독님께 하나 얘기해드릴게요. 한국에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예쁜 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라고 있거든요. 미국에서 우승하고 한국에 돌아올 때, 기자가 귀국 후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그녀는 축구 대표팀 경기를 보고 싶다고 했죠. 그날 마침 한국과 북한 경기가 있었거든요. 그 경기에 누가 그녀를 데려갔는지 아세요? 정몽준이라고요. FIFA 부회장이자 한국에서 가장 돈 많은 국회의원이고,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사람이잖아요! 정몽준이 어느 선수 좋아하냐고 하니까 박지성이라고 대답했대요. 그날 박지성이 골을 못 넣었는데, 시합 끝난 후 김연아에게 가서 인사하며 미안하다고 했대요.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다고 말이죠. 보세요, 스포츠 선수에게 얼마나 존중을 해주는지.”
“김연아는 스타잖아.” 주광루는 동의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네요, 보통 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경험을 했다니까요. 조그만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내가 수원서 뛰는 중국 용병인 걸 주인이 알아봤어요. 그러더니 밥값을 안 받는 거에요. 고생하는데 자기가 내겠다고 하더군요.”
출처 :한류열풍 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 뱌댜거
첫댓글 리웨이펑 진짜 호감....
벌금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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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