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입멸 죽음을 맞이하다 했다는 것은 당시 불교도들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크나큰 충격과 의미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생사를 초월한 영원불멸의 존재인 석존이 입멸(入滅, 죽음을 맞이하다)했다는 것과 붓다 같은 분도 제행무상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이었다.
붓다의 입멸에 대하여 대승불교도들은 많은 사색과 사유를 거듭했다. 다방면에서 그 의미를 찾은 결과 입멸한 것은 부처님의 본체인 법신이 아니고 중생제도를 위하여 육신으로 나타난 화신이 입멸한 것이며, 본체인 법신은 영원불멸하다는 법신상주설(法身常住設)을 발견했다.
민족사 학술총서 제75번째 책,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명오 지음)가 나왔다. 6년 전 암 진단을 받은 명오 스님은 붓다의 입멸을 주제로 한 박사 논문을 쓰면서 병고를 극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경전을 통해 죽음이 전제된 무상한 현실에서 영원불멸한 열반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고, 부처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영원을 꿈꾼다. 영원에는 죽음이 없고 고통이 없으며, 항상 즐겁고 깨끗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영원의 세계를 불교에서는 열반(涅槃, nirvāṇa)이라고 한다. 불사(不死)의 열반을 성취한 붓다는 불교도에게 영원한 존재이다. 그러나 붓다는 80세의 일기로 입멸했다. 붓다의 입멸은 불교도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열반과 붓다의 본질, 붓다의 죽음에 대한 딜레마(dilemma)는 불자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의 <서문> 중에서.
붓다는 80세의 일기로 육체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붓다의 입멸은 기원전 3~4세기에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이다. 붓다의 입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불멸 후 교단 유지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저자 명오 스님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붓다의 입멸 과정, 입멸을 전후하여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그리고 과연 붓다의 입멸이 어떤 의미인지, 붓다의 입멸에 대하여 초기불교도들의 관점과 그 후 발생한 대승불교도의 관점을 비교 분석하여 불타관(佛陀觀)의 변천을 보여 준다.
시자(侍者)로서 25년 동안 붓다를 모셨으며, 붓다의 입멸 순간을 지켜보았던 아난다는 그 순간 목 놓아 슬피 울었다. 초기 대반열반경에는 그 역사적인 입멸 과정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붓다는 아난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슬퍼하지도 애달파 하지도 말아라.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는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부터 가르치지 않았더냐.” “비구들이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쓰러져 가는 것, 방일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라.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너 자신을 의지할 뿐, 타인을 의지하지 말라.”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붓다는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초기불전 가운데 붓다의 입멸에 관하여 가장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경전은 『마하빠리닙바나 숫따(Mahāparinibbāṇa Sutta, 대반열반경)』이다. 이 빠알리(pāli) 『대반열반경』은 붓다의 입멸을 전후한 에피소드(episode)의 전거(典據)가 되는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대승불교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을 성립시켰다. 이 경을 빠알리 본(本) 대반열반경인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와 구별하기 위하여, 『대승열반경』이라고 한다.
초기불전과 대승불전 가운데 유일하게 경명(經名)이 똑같은 경전인데, 왜 대승불교도들은 붓다 입멸 후 3~4세기가 지나서 똑같은 경명의 경전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대승불교도들이 80세의 일기로 입멸을 맞이한 붓다를 영원한 붓다, 불멸의 붓다를 그리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기 경전인 『마하빠리닙바나 숫따(대반열반경)』의 성립 의도는 붓다의 입멸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붓다의 입멸을 통하여, 붓다의 본질과 가르침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초기 경전인 『마하빠리닙바나 숫따(대반열반경)』의 성립은 불타관, 열반관과 관련하여 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마하빠리닙바나 숫따』는 붓다의 교설과 입멸의 사실은 자세히 전하고 있지만, 불사(不死)의 경지를 얻은 고타마 붓다, 영원해야 할 고타마 붓다가 왜 입멸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열반했는지? 입멸, 열반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속시원한 해명은 되지 못했다.
대승불교도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하였다. 붓다의 생신(生身, 육신)에 주목한 초기불교의 견해에 만족하지 못했던 대승불교도들은 똑같은 경명의 경전을 찬술하여 그 한계를 초월하고자 했다. 그것이 육신을 초월하여 영원히 존재하는 불타관 즉 법신불 사상이다. 『대승열반경』은 붓다의 본질과 입멸의 진의를 확립시킨 경전이다. 즉 법신불사상, 영원한 붓다, 불멸의 붓다상의 확립, 이것이 대승불교도들의 불타관이었고, 그 결과 영원한 붓다, 불(佛), 법신사상인 『대승열반경』을 성립시켰다. 이것은 초기 불교도들이 생각하지 못한, 발견하지 못한 붓다의 죽음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며,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에서 밝히지 못한 불타관과 열반관일지도 모른다.
붓다의 입멸과 사후 존속에 관한 논의는 불사(不死)를 얻은 붓다의 입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즉, 붓다 사후의 존재 여부는 존재상태로서의 열반에 관한 질문이다.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 붓다의 거처를 묻는 것이다. 붓다가 증득한 최고의 법은 열반이다. 그러므로 붓다의 주처(住處)를 아는 문제는 열반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는 것이다. 붓다의 핵심이며 본질은 바로, 열반이다.
초기불교는 붓다의 사후 존속 여부에 대하여 무기(無記, avyākata)로 규정하였다. 열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위법이다. 그러므로 중생들의 사고방식으로 열반에 든 붓다의 존재 여부를 말하는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시공(時空)으로써 중생들이 접근할 수 없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초기 『열반경』도 확답하지 않았다. 부파불교는 붓다의 소재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열반의 실재와 붓다의 사후 존속을 긍정하였다. 대승불교는 붓다의 불입열반(不入涅槃), 법신상주의 불타관과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열반관을 확립하였다. 붓다의 입멸과 사후 존속의 문제를 초월하였다. 특히,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사상으로써, 모든 중생 안에 붓다가 있다고 논증하였다. -p.263
요컨대 부처님의 입멸은 교단의 존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처님의 입멸을 계기로 어떻게 교단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주제이다. 지금까지 불교 교단이 유지되고 존속되고 있는 것은 부처님의 교단 유지에 대한 가르침이 실천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부처님의 입멸과 교단 존속에 관한 초기불교의 노력과 활동은 대승불교의 교단 유지 방법과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본 연구서는 잘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본 연구서는 붓다의 입멸에 관한 후속 연구를 하려는 후학들에게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헌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초기불교 열반경과 대승불교의 열반경 그리고 기타 입멸과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을 소개하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