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여성 사업가인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노벨상 인재를 키워 달라며 평생 모은 재산 676억원을 KAIST에 쾌척했다. KAIST 개교 이래 최대 기부액이다. 그의 뜻에 따라 기부금은 10년 이상 연구를 지원하는 'KAIST 싱귤래러티 교수' 육성에 쓰인다. 싱귤래러티 교수는 과학 지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인재를 말한다. 이 회장은 23일 기부 약정식을 체결하면서 "과학 분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를 육성하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법조인 대신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강제 해직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돼지 2마리로 농장을 시작해 소까지 합쳐 1000마리로 늘렸고 모래 채취 사업으로 많은 재산을 모았다. 이는 부동산을 주력으로 하는 광원산업의 설립 기반이 됐다. 이 회장은 평소 한국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12년 8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하며 KAIST와 인연을 맺게 된 이유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24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작년에도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초과학 연구에 수십 년간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반면 한국은 단기 성과를 중시해 응용과학 분야 연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노벨상을 탈 만한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이 회장도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장기연구 지원에 기부금을 써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그의 간절한 바람과 통 큰 기부가 노벨상 인재를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