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아돌하*
김세영
딩아
촌철의 송곳니로 들쥐처럼
밤마다 갉아댈 중독성에
맨 가슴팍을 내어놓을 자 누가 있겠느냐
돌하
화강암의 피부를 뚫고, 오래 허기졌던
흉곽을 가득 채운 견고한 종양 속으로
숨길을 뚫어줄 자 누가 있겠느냐
딩아
마른 바람 속의 솔방울을 흔들어
산의 적막을 깨치는 딱따구리처럼
암벽을 쪼아 공명의 형상을 보여 다오
돌하
살과 영이 부딪히는 소리를 담을
마애석불의 등뼈 속 같은
석굴 울림통을 만들어 다오
딩아돌하
관악기의 소리통 같은
꽃살문 닫힌 척추관 속에
달빛에 투영된 꽃문양 화석 하나
딱따구리 알 품듯 품어다오.
* 鄭石歌에서 인용
첫댓글 살과 영이 부딪히는 소리를 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