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 기온은 영상 5도.
집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영하 5도이다.
위태로운 정국이 걱정의 차원을 넘어
불안한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들판은 봄이 왔을까?
마른 풀의 빛깔과 벼벤 논의 흔적이 가득한 들판.
들판도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을 보낸 기러기떼와 세종이 장남이,
큰말똥가리, 쑥새......아직 들판에 있었다.
보고 있어도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늘만큼은 맘컷 보고 싶다.
우리는 재잘재잘 소리가 나는 6수로 끝에서
쑥새와 노랑턱멧새를 만났다.
그리고, 큰 비늘이 히끗히끗 모여 있는 곳에서
자를 대고 누구의 흔적인지 관찰해 보았다.
몇주 전에는 보지 못한 수달이
잉어를 섭식한 흔적이였다.
수달이 늘 배설물을 남기는 모래톱에는
색깔이 다른 배설물이 있었다.
누굴까?
우리는 6수로 위쪽을 지나, 물이 얼마나 찼나 궁금해서
큰고니 비행장,묵논까지 가기로 했다.
걷다가 갑자기, 호기심 많은 종현군이
논둑에 난 구멍을 손가락 2마디를 넣어 긁어 보았다.
"우와우와~" 상당히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1미터가 넘을 듯하다. 한상훈박사님께 여쭤보니
땃쥐류가 이용하는 흙굴이라고 하셨다.
그 작은 녀석들의 대피소가 이렇게 생겼다니...
드디어 물이 가득한 묵논에 도착했다.
누가 와 있을까?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왜가리가 와 있었다.
아쉬웠지만 물이 찰랑찰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곤충도 초록빛 잎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12시가 다 됐다.
우리를 사냥할 것 같은 큰말똥가리 기상과
찔끔찔끔 도망가는 황조롱이 흉을 보며
발길을 재촉했다.
걷다가 갑자기, 이번에는 예리한 눈을 가진
기옥샘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댕기물떼새가 있는 것 같은데?"
자박하게 물고인 논에
진짜 댕기물떼새 2마리가 있었다.
엉덩이쪽 색이 귤빛으로 이뻐서
꼭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망원경을 안 가져온걸 후회하며,
쌍안경으로 담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힘에 부쳤다.
너무 멀어서 힘들었지만,
덕분에 흰목물떼새까지 보게 되었다.
늦은 오후, 캠에 밧데리도 교체하고
이별할 새들도 볼겸
망원경을 가지고 다시 들판을 찾았다.
6시경 들판에 기러기 무리가 날아 오르더니
세번이나 들판을 돌다가 합강방향으로 비행을 했다.
외마디 기러기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고집부리지 않고,
갈 때를 아는 이별의 소리 같기도 하고
들판에 봄을 내어주는 소리 같기도 하다.
싸늘한 저녁 바람이지만
들판에도 진짜 봄이 오길 간절하게 바라본다.
함께한 기옥샘, 은경샘, 종현군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갈 때마다 새로운 장남들~
그러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