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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Rigoletto)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20년 전쯤 하이마트 광고로 꽤 유명했던 곡.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입니다.
신나는 리듬과 선율과는 달리,
가사와 전체 내용을 알고 들으면
비극적인 상황임을 알 수 있어요.
리골레토(Rigoletto)는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
일트로바토레(Il trovatore)와 함께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3대 걸작 중 하나로,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또는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
명곡들이 많습니다.
같이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꼽추 어릿광대의 비극적인 이야기,
리골레토
16세기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와
당시 귀족들의 부도덕성을 비판한
빅토르 위고 (Victor Hugo)의 희곡,
왕은 즐긴다
(Le Roi s’amuse, 1832)를 바탕으로,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Francesco Maria Piave)가
대본을 썼습니다.
베르디가 리골레토를 작곡할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트리아는
정치적으로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검열 당국으로부터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서
오페라의 무대를 프랑스 궁정에서
이탈리아 만토바
(Mantova, Mantua) 궁정으로 옮기고,
제목도 저주(La maledizione)에서
주인공의 이름인
리골레토 (Rigoletto)로 바꾸었어요.
작곡가 : 베르디
(Giuseppe Verdi, 1813-1901)
초연 : 1851년 3월 11일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
간단한 줄거리
1막 :
리골레토(Rigoletto)는
만토바 공작(Duke of Mantua)이
궁정 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도록 부추겼고,
마침 농락당한 딸의 명예를 위해 싸우던
몬테로네(Monterone) 백작은
리골레토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2막 :
리골레토는 아무도 모르게 숨겨두고
키우던 딸(질다, Gilda)이 있었는데,
질다는 가난한 학생으로 변장한
만토바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
겁탈을 당하게 된다.
3막 :
분노한 리골레토는
자객(스파라푸칠레,
Sparafucile)을 시켜
공작을 살해하려 했는데,
공작을 사랑한 질다는
대신 자객에게 찔려 죽고,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로부터 받은
자루(공작의 시신)를 강에 던지려다가
공작이 아닌 자신의 딸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Rigoletto, Charlottesville Opera(2017)
1막
만토바 공작의 궁정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였습니다.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Duca)은
체프라노(Ceprano) 백작 부인에게
눈길을 보내며
‘Questa o quella
(이 여자나 저 여자나)를
부릅니다.
만토바 공작이 바람둥이인 만큼
그의 음악은
질다나 리골레토의 음악에 비해
상당히 경박스럽습니다.
DUCA :
Questa o quella per me pari sono
This woman or that one for me the same are
이 여자나 저 여자나 나에게 다 똑같아
a quant'altre d'intorno mi vedo;
to as many others as around me I see;
(This or that woman are all the same to me
as all others I see around me;)
내 주변에 많은 여자들처럼;
Del mio core l'impero non cedo
Of my heart the rule I don’t give up
내 마음의 법칙 내가 포기하지 않는 법칙
meglio ad una che ad altra beltà.
More easily to one than to another beauty.
(I don’t give up the rule of my heart more easily
to one beauty than to another.)
마음 가는 데로 쉽게 이 여자나 저 여자나
La costoro avvenenza è qual dono
Their loveliness is like a gift
그들의 사랑스러움은 선물이다.
di che il fato ne infiora la vita;
with which fate bedecks with flowers life;
꽃으로 삶을 장식하는 어떤 운명 같은;
S'oggi questa mi torna gradita
If today this woman pleases me
오늘은 이 여자가 좋고
forse un'altra doman lo sarà.
Perhaps another tomorrow it will be.
아마도 내일은 저 여자가 좋을 걸.
… (생략)
Rigoletto: "Questa o quella" -- Piotr Beczala (Met Opera) - YouTube
공작은 체프라노 부인과 떠나고,
체프라노 백작은 화가 나지만
신분에 눌려 참아야 했어요.
옆에서 깐족대는 리골레토,
체프라노 백작과 그 무리들에게
미움을 삽니다.
리골레토가 밖으로 나간 사이,
마룰로가 들어와서
리골레토가 꽁꽁 숨겨둔
애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MARULLO
Gran nouva! Gran nuova!
Great news! Great news!
대박사건! 대박이야!
귀족들은 수군거리고,
공작과 리골레토가 다시 돌아온 때
마침 공작에게 딸을 농락당한
몬테로네 백작이 나타나서
그를 조롱하는 리골레토에게
저주를 퍼붓고,
리골레토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MONTERONE
(al Duca e Rigoletto
to the Duke and Rigoletto):
Ah, siate entrambi voi maledetti!
Ah may you be both of you accursed!
너희 둘(공작과 리골레토) 다 저주받아라!
Slanciare il cane al leon
morente è vile, o Duca...
To unleash the dog onto the lion dying is
cowardly, oh Duke...
죽어가는 사자에게 개를 푸는 것은
비겁하지, 공작…
(a Rigoletto to Rigoletto)
e tu, serpent, tu che d’un padre ridi al dolore,
and you, snake, you who of a father
laugh at the grief,
(and you, you snake,
who laugh at a father’s grief,)
그리고 너(리골레토), 독사 같은 것,
아버지의 슬픔을 비웃다니,
Sii maledetto!
Be cursed!
저주받아라!
RIGOLETTO
(da sè colpito
to himself, stricken
스스로 괴로워하며):
(Che sento! Orrore!)
(What do I hear! Horror!)
(뭘 들은 거지! 소오름!)
늦은 밤. 어두운 뒷골목.
망토로 몸을 가리고 집으로 가는
리골레토를 따라온 스파라푸칠레
(Sparafucile)가 돈만 주면
적수를 없애주겠다고 한 후 떠납니다.
리골레토는 착잡한 마음에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죠.
의지와 상관없이
웃는 것만 할 수 있는 본인의 처지,
그의 독백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를 느낄 수 있어요.
RIGOLETTO:
O uomini!.. o natura!
Vil scellerato mi faceste voi!
Oh mankind!... oh nature!
(a) base wicked man made me you!
(Oh mankind!.. oh nature!
You have made me base and wicked!)
사람들도! 자연도!
나를 추하고 악하게 만들었네!
Oh rabbia!... esser difforme!...
oh rabbia! esser buffone!
Oh rage! to be deformed!
Oh rage! to be a buffoon!
원통하다! 병신인 것이!
분하다! 광대인 것이!
Non dover, non poter altro che ridere!...
Not to be allowed to,
not to be able to do anything but laugh!...
웃어라! 그것밖에 할 줄 모르니!…
Il retaggio d’ogni uom m’è tolto: il pianto...
The possession of every man is
denied to me: weeping...
모든 사람들이 갖는 것 난 없네: 눈물도...
… (생략)
Odio a voi, cortigiani schernitori!...
I hate you, courtiers scornful!...
난 경멸해, 잘난 체하는 귀족들!...
Quanta in mordervi ho gioia!
How much to bite you I have joy!
(How I enjoy stinging you!)
너를 물어뜯는 게 즐거워!
Se iniquo son, per cagion vostra è solo.
If wicked I am, for reason yours it is only.
(it is only because of you.)
내가 나쁘다고? 그건 다 너희들 때문이야.
바리톤 김주택(Bar. Julian Kim) 베르디 '리골레토' 중 "Pari siamo" - YouTube
집으로 들어가는 리골레토.
질다가 뛰어나와 아버지와 2중창
(Deh non parlare al misero … & Ah! Veglia,
o donna, questo fiore …)을 부르고,
리골레토는
하녀에게 문단속을 부탁하며 떠납니다.
한편 교회에서 만나
관심 있는 청년에 대해
아버지께 고백하지 않은
질다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침 그 사이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
(그 교회 오빠)이 숨어 들어와
질다와 사랑의 2중창
(È il sol dell'anima, la vita è amore)을
부르고 떠납니다.
질다는 교회 오빠를 생각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GILDA:
Gualtier Maldè! Nome di lui si amato,
Gualtier Maldè! Name of him do beloved,
괄티에르 말데! 내가 사랑하는 이름,
ti scolpisci nel core innamorato!
You are carved in my heart in love!
(Gualtier Maldè! Name of him I love so,
you have carved yourself in my loving heart!)
내 사랑의 마음에 새겼네!
Maria Callas - Caro Nome - YouTube
질다의 아리아 후,
지난번 일로 화가 난
체프라노 백작과 그 무리들
(Borsa, Marullo)이
질다를 리골레토의 애인으로 생각해
그녀를 납치합니다.
2막
질다가 없어진 걸 알고
화가 난 공작
(Parmi veder le lagrime...),
공작의 하인들이 들어와서
리골레토의 애인을 잡아왔다고 하자
그녀가 질다임을 알아차린
공작은 기뻐하며
(Possente amor mi chiama)
퇴장합니다.
한편 딸이 없어져
속이 타는 리골레토는
차분한 척 나타나지만,
끝내 분노를 터트립니다.
딸을 찾는 아버지가 부르는
아주 슬픈 곡입니다.
2017/10/12,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리골레토'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 YouTube
RIGOLETTO:
(02:20부터)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Courtiers! Cowardly race, damned,
귀족들! 비겁한 자들, 지옥으로 떨어질 놈들,
per qual prezzo vendeste il mio bene?
for what price did you sell my happiness?
내 딸을 얼마에 팔아넘긴 거냐?!
A voi nulla per l'oro sconviene!...
For you nothing for gold is unseemly!...
네놈들은 돈이라면 어떤 짓도 하겠지만,
ma mia figlia è impagabil tesor.
but my daughter is (a) priceless treasure.
내 딸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야.
… (생략)
(03:35부터)
결국 리골레토는 무릎을 꿇고 빕니다.
Ebben, piango... Marullo... Signore,
Very well, I weep... Marullo... Lord,
아, 너무 슬프다... 마룰로... 제발 (애원...),
tu ch'hai l'alma gentil come il core,
you who have your soul kind like your heart,
당신은 마음이 너그러우니,
dimmi tu dove l'hanno nascosta?
you tell me where they have her hidden?
딸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시오.
공작의 방에서 나온 질다.
딸을 다독이며 부르는 2중창.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합니다.
Signori in essa... Si, vendetta!
Sumi Jo.Hvorostovsky.RIGOLETTO."Signori e dessa...Si vendetta!" - YouTube
3막
그날 밤, 스파라푸칠레의 여관 근처.
질다는 공작을 사랑한다며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에게 간청합니다.
마침 병사로 변장한 공작이 나타나
여관으로 들어가서
‘여자의 마음
(La donna è mobile)’을 부릅니다.
리골레토는 딸 질다에게
공작이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제발 질다가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며...
DUCA :
La donna è mobile, qual piuma al vento,
Woman is fickle, like a feather in the wind,
여자는 변덕스럽지, 바람에 깃털처럼,
muta d'accento e di pensiero.
she changes her words and her thoughts.
말과 생각을 계속 바꾼다네.
Sempre un amabile leggiadro viso,
Always a lovable, lovely face,
언제나 사랑스러운 얼굴,
in pianto o in riso è menzognero.
Weeping or laughing it’s lying.
울고 웃는 것 다 거짓말이라네.
Piotr Beczała - La Donna E Mobile - YouTube
공작이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마달레나
(Maddalena)를 유혹하는 것을
본 질다는 실망합니다.
질다, 리골레토, 공작,
그리고 마달레나의 4중창
(Bella figlia dell’amore)을
감상해보세요.
Bella Figlia DellAmore Sutherland and Pavarotti Rigoletto Quartet - YouTube
질다는 베로나로 떠나기 위해 퇴장.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없애줄 것을 의뢰합니다.
공작이 잠든 사이
스파라푸칠레가 공작을 살해하려 하지만,
마달레나는 오빠(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합니다.
공작 대신 여관에 들어오는
다른 손님을 죽이자고 설득하는데,
공작을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질다
(남장을 하고 있음)는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공작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합니다.
폭풍우 3중창
(Terzetto e Tempesta, 01:45부터)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부분인데요,
특히 오케스트라 부분에서,
플릇으로
고요한 밤중에 번개
(lampo, lightning)를 표현,
현악기 트레몰로와 합창으로
천둥소리 (tuono, thunder),
금관을 포함한 풀 오케스트라 사용으로
지속적인 번쩍임, 폭풍우를 표현한 것이
아주 멋있고, 전체 줄거리 중에
가장 극적으로 치솟는 부분입니다.
질다가 죽는 상황에
멋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베르디 시대에
음향장비 기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관현악법 만으로도 충
분히 폭풍우와 극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워요.
보컬 악보 (Piano / Vocal Score)만 봐도
무엇을 묘사했는지,
질다가 언제 문을 두드리는지 등등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어서
베르디의 치밀한 계획을 느낄 수 있어요.
LUCIANO PAVAROTTI Storm Scene from Rigoletto Met 1991 - YouTube
시체 자루를 넘겨받은 리골레토.
강으로 끌고 가는데,
저 멀리서 공작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여자의 마음은...".
자루 안에는
질다가 칼에 찔려 죽어가고 있었어요.
결국 몬테로네의 저주가
실현되고 말았습니다.
리골레토 천국에서 Rigoletto Lassù... in cielo - YouTube
너무 순수하면 저렇게 되나 봅니다...
이건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고,
현실에 누가 질다처럼 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칼에 찔려 죽어야 죽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의 관계에는 별의별 관계가 있겠지요.
마지막 순간은 다시 봐도 엄청 슬퍼요.
리골레토는 워낙 유명한 오페라이지만,
저는 이 오페라를
특히 아버지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