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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오는 3분기 영업이익 3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시장 분석가들이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실적 하락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3분기 영업이익, 전분기 반토막?
삼성전자의 지난 2014년 2분기 매출은 52조원대였다. 영업이익은 7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15% 정도 내려간 숫자다. 다음 3분기는 어떨까. 일부 증권업체가 제시한 숫자는 3조원대. 보통 4~5조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2013년 3분기 삼성전자가 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시장분석업계 관계자 ㄱ은 “이번 주 초에 분기마다 한 번씩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데이가 진행됐는데, 그 자리에서 동양증권을 비롯한 국내 일부 증권업체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3조원대로 낮춰 제시했을 정도”라며 “지금은 대체로 안 좋은 분위기여서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적자가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5조원대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3조원대 진입 관측이 나왔다는 것은 업계의 비관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증권업체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하락을 예견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4조7천억원 정도로, 현대증권은 4조2천억원 수준으로 관측했다. 당초 5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치마저 무너진 숫자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7일 전후로 잠정실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3분기 실적은 10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직격탄’에 아이폰 ‘후속타’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부터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의 상승세와 스마트폰 시장의 과포화 문제에 직면했다.
삼성증권이 지난 9월24일 발간한 <삼성 테크위클리> 보고서를 보자.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8월 글로벌 스마트폰 소비자 판매 조사자료에 따르면, 중국업체의 고성장은 8월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라며 “특히 중국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판매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화웨이, ZTE, 샤오미, 레노버 4대 업체가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판매 점유율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의 판매 점유율은 30%대다. 지난 2013년 같은 시기 중국의 4대 업체가 기록한 판매 점유율이 9%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성장률 측면에서는 중국 내수 성장률을 압도한다”라며 “이는 중국의 고사양 저가 모델이 더 이상 중국만의 현상이 아님을 의미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성장으로 인한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고스란히 막대한 재고 부담으로 이어졌다. ㄱ 관계자는 “지금 글로벌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재고가 6조원어치 정도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앞으로 팔릴 가능성이 있는 재고가 아니라 거의 못 파는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은 새 제품이 나오는 주기가 빠르다. 유행과 시장 분위기도 많이 타는 제품이다.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이 특히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까닭이다.
재고 부담에 가장 큰 경쟁업체 애플의 새 제품도 삼성전자에 위협이다. 애플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9월22일 밝힌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의 3일 판매 기록은 1천만대 수준. 애플 스마트폰 판매의 새로운 기록인 동시에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삼성전자는 우선 국내와 중국부터 새 ‘갤럭시노트4’를 출시해 실적 하락을 완화할 계획이지만, 새 아이폰의 인기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바일 악화, 다른 영역으로 번지나
지난 9월24일 삼성전자가 유럽 지역에서 더이상 노트북 사업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 지역은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이은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분야를 막론하고 상징성이 높다. 삼성전자 국내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는 담담하게 대응했다.
국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영국 <PC어드바이저>의 보도에 대해 “나와 있는 그대로로 봐 달라”라며 “크롬북을 비롯한 일부 노트북 출시를 중단한다는 것이고, 태블릿 PC와 하이엔드 제품군에 주력한다는 뜻”이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ㄱ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3년 12월부터 계획돼 있던 내용”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사이에는 내년 사업 계획을 꾸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유럽 지역 사업 변화가 알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지역의 노트북사업 중단도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주력 사업 분야인 스마트폰이 잘 팔려야 다른 쪽에도 금전적인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삼성전자가 PC 사업부를 모바일과 통합해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전략 변화가 두드러졌다.
태블릿PC에 주력한다는 전략도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태블릿PC 시장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상태인 탓이다. 삼성전자가 2013년 말 발표한 2014년 태블릿PC 판매 목표는 1억대 수준. 하지만 10월이 가까운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천만대 태블릿PC를 팔았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5천만대 가까이 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판 태블릿PC는 약 3천만대 수준이다.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이며, 지난해보다 큰 성과를 이루지도 못했다.
PC 시장 상황은 더 나쁘다. 삼성전자는 2013년 1300만대의 PC를 팔았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약 600만대를 팔았다. 그중 국내에서 소화된 PC 물량이 150~200만대 수준이다. 전세계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유럽에서의 PC 사업 중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장분석업계 관계자 ㄴ은 삼성전자의 유럽 철수에 관해 “나라 하나하나가 엄청난 규모도 아니고, 북미의 ‘베스트바이’처럼 하나의 리셀러로 통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유럽 각국에 둬야 하는 인력과 각기 다른 지역 선호도 등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극히 낮아 고심 끝에 후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