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양대 정당 후보 모두 "생명에 반하는" 후보들이라며 "덜 사악한 쪽"을 택하라고 가톨릭 신도들에게 조언했다. 교황은 이주민을 환대하지 못하는 일은 위중한 죄악이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 대선 후보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그를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역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 대선 후보 이름을 들지 않고도 낙태에 찬동하는 그녀의 태도를 문제 삼아 "암살"로 규정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교황은 열이틀의 남서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13일(현지시간) 기내 기자회견에 나서 이례적으로 정치적 언급을 했다. 그는 "이민자에 발길질을 하는 이나 아기를 죽이는 이나 둘 다 생명에 반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 가톨릭 신도는 5200만명으로 전 세계 신도 14억명의 28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한 기자가 교황에게 가톨릭 유권자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주문하자 자신은 미국인이 아니어서 이번 투표에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을 향해 꼭 투표하라고 하면서 "투표하지 않는 것은 추악하다. 좋지 않다.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덜 사악한 쪽을 골라야 한다. 누가 덜 사악한가? 그 숙녀인가, 아니면 그 신사인가? 난 모른다. 모두가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투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종종 낙태를 가톨릭 가르침은 금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주 짧게 "엄마의 자궁에서 아기를 강제로 떼내는 것은 생명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암살"이라고 정리했다.
교황이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인 언사를 늘어놓은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16년 대선 때도 그는 트럼프를 반이민 언사 때문에 "크리스천이 아니다"고 공박했다.
그는 이날도 "이민자들을 내쫗고 그들이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 그들로 하여금 생명을 갖지 못하게 하는 일은 추악한 일이다. 내 말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단속하겠다고 되풀이해 공약했으며, 이날 오후에도 재선되면 곧바로 수백만명을 추방할 것이며 그 처음은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자신이 억지 주장을 늘어놓은 오하이오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뒤 낙태에 대한 접근을 전국적으로 보호하는 조치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급이 트럼프와 해리스의 첫 번째 대선 토론이 끝난 지 며칠 만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후보 모두 대선 투표일 전에 한 번 더 토론을 열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으나, 트럼프는 다시 헤리스와 마주 보며 토론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