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교조의 의견을 전폭수용하여 NEIS를 사실상 사용정지한 것을 가지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교장/교감단은 정부가 전교조의 집단행동에 굴복한 것이라하여 연일 전교조를 성토하고 있고 NEIS구축작업에 동원되었던 정보담당교사들도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가 무용지물이 되자 집단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학부모 단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전교조측에서는 환영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논란이 거세지고 NEIS폐기에 대한 반발의 수위가 높아지자 교육부는 또 NEIS일부시행을 천명하는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도대체 NEIS의 무엇이 문제이길래 이리도 갑론을박 논란이 심한가?
사실 NEIS는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에 시작이 된 전자정부(e-government) 프로젝트중의 하나이다. 교사 개인이나 각 학교별로 산재되어있는 학원정보를 하나의 슈퍼컴퓨터에 집적시키고 이를 인터넷에 연결하여 학생이나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즉시즉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NEIS의 목적이다. 전학을 가거나 이사를 가도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 일일이 자료요청을 할 필요없이 인터넷만 있으면 일이 쉽게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어 교사들이나 교육관계자들이 여러종류의 수많은 서류들을 들고 씨름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교사들의 업무량도 줄일 수가 있는 데다가 학부모나 학생들의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NEIS계획의 골자이다.
과연 NEIS는 위험한가? 전교조가 NEIS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신상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면서 그 정보가 불순한 목적에 사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 째는 정보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에 의한 탄압을 받았던 전교조란 조직이나 그 구성원들의 배경을 볼때 ‘정부의 손에 수많은 정보가 쥐어진다’라는 그들의 불안감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따지자면 정부나 기업에 의한 악용의 소지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NEIS체계가 가동이 되면 대한민국 교육부와 정부가 George Orwell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대형(Big Brother)으로 변해버리는 것일까? 만약에 현 정부가 과거처럼 국민의 생활을 통제하고 강제하던 군사독재정권이라면 그러한 우려는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를 위시한 ‘진보’인사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과연 현재의 정부가 이 정보를 악용할 만한 소지가 있는 정권이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본인은 그들은 정부와 국가라는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 즉 그들의 시각은 NEIS는 정부가 정보집중을 통하여 민주화세력에 밀려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음모’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볼때 생각나는 것이 두가지 있는데, 바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와 성경에 등장하는 ‘짐승의 印 (Mark of the Beast)’인 숫자 666이다.
메트릭스는 ‘자아’를 획득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슈퍼컴퓨터에 관한 이야기이다. 숫자 ‘666’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명쾌하게 밝혀내는 사람은 없지만 최근래에 대두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설은 이것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집적한 슈퍼컴퓨터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현재 호주에 세계 모든 사람들의 신용정보를 집적하고 있는 ‘The Beast (짐승)’이라는 슈퍼콤퓨터가 있다는 설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둘 다 황당무계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공통점은 바로 정보가 하나의 통제체계아래 집중이 되었을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전교조는 NEIS구축이 그러한 ‘정보의 집중을 통한 독재’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 그것이 가능키나 한 것일까? 앞서말했듯이 현정부나 NEIS구축을 처음으로 입안한 전임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가 정보의 집중을 통하여 독재권력의 부활을 획책하는 정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면 자신들의 동료들이기도 한 정보담당교사들은 결국 독재정권부활에 일조를 한 ‘반역자’들이란 말인가? 물론 전교조가 반드시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면, 그러면 그들은 결국 악용될 ‘가능성’에 대하여 미리 태클을 거는 것이라는 것인데.....무엇이던지 100%보장은 없는 것이지만, 만약에 현재의 정권이 독재정권이 아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독재정권이 출현할 가능성이 적다면, 전교조가 말하는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 않는가?
지금까지의 논지를 한 가지로 요약하자면, 전교조의 우려가 현실화 되려면 일단 정부조직이 독재화하는 것을 이를 시민사회가 견제할 능력이 없다는 가정하에서만 가능하다. NEIS반대론자들은 NEIS자체를 독재화의 징후라고 할테지만 그러면 개인의 금융신용정보를 전부 다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은 또 무엇인가? 그러면 주민등록제도에 의한 정보를 자료화한 행정자치부는 무엇인가? 독재화던 무엇이던 상관없이 많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주민등록정보의 전산화와 집중은 서류발급상의 절차를 간소화한 이점이 있지 않은가? 그러면 그 당시에도 각 동사무소별로 분산되어있는 주민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집중하면 안된다고 하였어야하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적은 우려를 이유로 대다수의 학부모, 교사들의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큰, 거의 확실한 시스템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교조는 대형(大兄)의 출현을 걱정하는지 몰라도 본인은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대형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을만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은 안다. 전교조는 우리 대한민국 시민들의 역량을 도대체 뭘로 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