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메모
021118
영화를
보았다.
토요일이었다.
제목은 '밀애'
비밀스러운
사랑이란 말인가 보다.
하여간
제목부터 영화의 시종일관이 모두 2% 정도 아니 5% 정도는 무언가 부족했다.
윤기마저
나는, 때갈좋은 화면에 비해 대사들이 가끔 걸리적댄다.
이
대사의 걸리적거림은, 분명 '네 멋대로 해라' 이후에 심각해진 우리 모두의 병이다.
심지어
노희경의 '고독'의 대사들 마저도 유치해 보이고 어색해 보이는 것 투성이니 말이다.
하여간
노력한 티는 엄청나는데, 감독도 애썼고, 배우들도 무척 힘들게 찍었다는 티가 팍팍난다.
그런데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다. 밋밋하다. 김윤진이나 이종원의 표정들에 드러나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계속 방해한다.
영화
내내 나에게 밀착해 온 것은 어떤 영화 속의 상황도 아니고 내용 전개도 아니었다.
영화
속 미흔의 심리상태였다.
몰래
창문을 넘어 밤길을 뛰어 바로 언덕 위의 인규의 집으로 내닫는 미흔. 그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얼굴. 그리고 차가운 인규. 실망과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지는 미흔.
맥주집,
무덤덤하거나 고민스러운 인규. 하루 밤을 보낸다는 기대로 부풀어 곱게 화장을 했던
미흔. 화장실에서 거칠게 지워버리는 빨간 립스틱.
여자는
상황논리에 호응하지 않는다.
위험을
무릎쓰고 소문 빠른 시골동네 뒷집으로 잠옷 바람에 달려온 여자를 반갑게 맞이할
남자는 없다. 아무리 욕망에 눈이 멀었어도 말이다.
물론
여자도 안다. 자기의 욕망의 객관적으로 상황을 나쁘게 끌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남자의
태도가 인지상정임을....하지만 여자는 화가 난다.
상황논리를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뛰어넘는 자연스런 욕망의 충실한 것, 감정에 충실한 것이
여자인가보다.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은 그것, 그 자잘하고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인 심리의 변화를 드러내는
데에 성공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런 느낌을 처음 받은 영화는 '베티블루37°2'였다.
아주
어려서 봤는데,
이해못할
베아트리체 달의 과격한 애정의 행위들, 급기야 자기 눈을 찌르고야 마는, 그리고
미쳐버리는 그녀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 격정의 사랑, 모든 상황을
흡수하거나 하찮은 것으로 밀어내버리는 극단적인 사랑 그리고 감정과 행위야말로
정말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일 뿐.
이해하는
것은 이해하는 것일 뿐........
.
.
나는
항상 바로 그런 이유로 여자와 만나지 못햇다.
아니
만났다가 헤어졌다.
무엇을 안다는 것이 곧 삶의 방식으로 소화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