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시월 4일, 시월 첫째 주일입니다. 오늘은 술 취한 붕돌이 라는 제목으로 잠언 같은 동화 한편을 올려드립니다.
하얀 조약돌, 깜장 조약돌, 파란 조약돌, 납작한 돌, 둥그스럼한 돌, 예쁜 돌, 귀여운 돌, 잘 생긴 돌, 초승달 같은돌, 반달같은 돌, 보름달 같은 돌... 가지각색 돌들이 면경처럼 맑은 강물에 보석을 깔아놓은 듯 강바닥을 다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는 작은 강이 하나 있었습니다.
구정물 한가락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말끔한 그곳 강물에는 물고기들이 낄끼리 무리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송사리들은 강섶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하루 해를 재미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새우, 할머니 새우, 아버지 새우, 어머니 새우, 딸 새우, 아들 새우, 손녀 새우, 손자 새우..., 이처럼 새우 가족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깨를 맞대고 한 가족이 몰려다니며 굽을 등을 탁탁 치며 물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렁이들은 조약돌을 슬금슬금 뒤지며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신명 나게 몰려다니는 것은 붕어들이었습니다.
붕어들은 무리 지어 몰려다녔습니다. 대장 붕어는 붕돌이였습니다. 붕어들은 일사불란하게 대장 붕어 붕돌이를 따라 행동을 같이 하였습니다.
붕돌이가 앞으로 가면 모든 붕어들은 일시에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다가 붕돌이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면 모든 붕어들도 일시에 대장 붕어 붕돌이를 따라 몸을 뒤로 돌이 켰습니다. 붕돌이가 위를 향하면 모든 붕어들도 위를 향하였습니다.
붕돌이가 아래를 향하면 모든 붕어들은 아래를 향하여 헤엄을 쳤습니다. 붕돌이가 빠르게 헤엄을 치면 모든 붕어들도 붕돌이의 자막질에 맞추어 빠르게 헤엄을 쳤습니다.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붕어들은 붕어대장 붕돌이를 중심으로 하나같이 행동하였던 것입니다.
누구 하나 붕어대장 붕돌이가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수군거리거나 불만을 가진 붕어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붕돌이는 아주 멋진 붕어들의 대장이었습니다. 붕어대장 붕돌이만 따라다니면 맛있는 먹이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붕어 대장 붕돌이를 따라다니면 하루 해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나게 놀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강물 나라 붕어치고 붕어 대장 붕돌이를 좋아하지 않는 붕어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강물 나라 붕어들은 바늘에 꿰인 실처럼 붕어 대장 붕돌이를 따라다녔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붕어들은 붕어대장 붕돌이를 따라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 군사 훈련을 받은 병사들처럼 행동을 같이하면서 강물 나라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붕돌이는 붕어들을 데니고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샛강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물론 강물 나라 붕어들도 군말 없이 붕돌이를 따라 샛강으로 들어섰습니다. 무어라 꼬집어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샛강의 물맛은 강물 나라 물맛과는 다른 물맛이었습니다. 난생처음 마셔보는 물인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사실 붕돌이가 샛강으로 들어온 것도 이 이상한 물맛에 끌려서였습니다. 붕돌이는 이 물맛에 끌려 자꾸만 자꾸만 샛강을 거슬러 올라갔던 것입니다. 물론 강물 나라 모든 붕어들도 붕어 대장 붕돌이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샛강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이상한 물맛이 짙어졌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슬금슬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이 이상한 물은 물이 아니었답니다. 바로... 술이었습니다. 샛강 위에는 큰 술공장이 있었습니다. 그 술공장에는 다 만들어진 술을 저장해 두는 아주 큰 통이 있었습니다. 그 통을 누군가가 실수로 몇개나 깨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술들이 폭포수 처럼 샛강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붕어 대장 붕돌이와 강물 나라 붕어들이 마시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독한 술이었습니다. 술이 몸에 들어가자 처음에는 기분이 묘하게 살금살금 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잠깐뿐이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나는 고래다!" 하고 외쳤습니다. 이 어찌 된 소립니까? 붕어의 입에서는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소리를 누군가가 외쳤던 것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붕어가 화를 버럭 내며 하는 말이 "그놈 버르장머리 없기는..., 내가 고래야 인마!" 하고 퇴박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나는 고래다 하고 외친 그 녀석이 "네놈은 고래가 아니야, 네놈은 새우야"하고 말했습니다. 몇 번을 말로 다투더니 급기야는 "내가 고래다", "아니다 내가 고래다, 너는 새우다", "웃기고 있네, 내가 새우 라면 너는 잔 멸치 중에도 잔 멸치다" 하면서 엉겨 붙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쪽에서도 이와 비슷한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내가 오늘부터 붕어 나라의 대장님이시다. 그리고 붕돌이는 이 순간부터 내 졸병이다 "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쓰는 붕어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붕어대장 붕돌이가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뭣이 내가 졸병이라구? 좋아 그럼 이 졸병님의 독하고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주지" 하더니 그놈의 멱살을 물고 냅다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녀석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그래 이놈아. 오늘 네 녀석의 장례를 여기서 치러 주마" 하더니 붕돌이의 팔을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엎치락 저기서 뒤치락... 거울같이 고요하고 평화롭던 샛강은 일시에 붕어들의 싸움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던 샛강 물은 흙탕물과 핏물로 변해 버렸습니다. 샛강 위로 술 냄새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시끄럽던 샛강이 죽은듯이 조용해졌습니다. 허연 배를 들어낸 붕어들이 여기서 둥, 저기서 둥..., 하나 둘 셋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공부를 마친 윗 동네 아이들이 샛강 둑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자지러지게 외쳤습니다.
"붕어 봐라! 붕어들이 모두 죽었어!"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그것을 발견하고는 "이를 어쩌나? 붕어들이 다 죽었나 봐?"
붕어 대장 붕돌이를 따라 행복하게 다정하게 어울려 살았던 붕어들이 아니었습니까?
안타까워 발을 굴리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처참한 모습을 한 붕어들만이 계속하여 둥, 둥, 둥, 거품 속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좋아?", "붕어들이 불쌍해", "붕어들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하면서 애를 태우는 동네 아이들의 외침만이 샛강 위로 지금도 무심히 번지고 있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