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세기 최고의 지성,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이 쓴 자서전 서문입니다 35년전에 자서전을 사 놓고 몇페이지 읽다가 지루하여 포기하였지만 서문만큼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 소개합니다. 대단한 철학자의 명문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하긴 하나 몹시도 강한 3가지 열망이 내 생애를 지배해 왔으니 그것은 사랑에 대한 갈망이요 지식에 대한 탐구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나는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 그 첫째 이유는 사랑이 황홀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얼마나 대단한지 그 기쁨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남은 여생 전부를 바쳐도 좋으리라 종종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랑이 고독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 하나의 떨리는 의식이 이세상 너머에 있는 차고 깊은 끝없는 심연을 바라보는 그 무서운 고독감.
마지막으로 성인들과 시인들이 그려온 천국의 모습이 사랑의 결합 속에 있음을 그것도 신비롭게 축소된 형태로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추구한 것이며 비록 인간의 삶에서 찾기엔 너무 훌륭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쨓든 나는 그것을 찾아냈다
내가 똑같은 열정으로 추구한 또 하나는 지식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었다 밤 하늘의 별이 왜 반짝이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삼라만상의 유전 뒤에서 수들이 힘을 발휘한다고 설파한 피타고라스를 이해해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많지는 않으나 약간의 지식을 얻게 되었다
사랑과 지식은 그것을 얻을 수 있는 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하였다 고통스러운 절규의 메아리들이 내 가슴을 울렸다 굶주리는 아이들 압제자에게 핍박받는 희생자들 자식들에게 미운 짐이 되어 버린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외로움과 궁핍과 고통 가득한 이 세계가 인간이 지향 해야 할 바를 비웃고 있다 고통이 덜어지기를 갈망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나 역시 고통 받고 있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그 길을 갈 것이다
(추신) Russell하면 떠오르는 글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성문종합영어로 공부를 했던 분들이라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The Limits of Human Power와 Fact and Fiction이란 글이다.
추억 삼아 이 글들을 다시 적어 봅니다.
Man has existed for about a million years, and scientific technique for, at most, 200 years. Seeing what it has already accomplished, it would be very rash to place any limits upon what it may accomplish in the future. But scientific knowledge is an intoxicating draught, and it may be one which the human race is unable to sustain. It may be that, like the men who built the Tower of Babel in the hope of reaching up to heaven, so the men who pursue the secrets of the atom will be punished for their impiety by providing by accident the means of exterminating the human species, and perhaps all life on this planet. From some points of view, such a consummation might not be wholly regrettable, but these points of view can hardly be ours. Perhaps somewhere else, in some distant nebula, some unimportant star has an unimportant planet on which there are rational beings. Perhaps in another million years their instruments will tell them of our fate, and lead them to agree on an agenda for a conference of foreign ministers. If so, man will not have lived in vain.
인간은 약 백만 년 동안 존재해왔으며 과학기술은 기껏해야 200년 동안 존재해 왔습니다. 인류가 이미 성취해 온 것을 볼 때 미래에 성취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을 두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은 취하게 만드는 독약 같은 것이어서, 인류가 지속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천국에 닿겠다는 희망을 품고 바벨탑을 지은 사람들처럼, 원자의 비밀을 쫓는 사람들은 인류와 어쩌면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단을 우연히 제공함으로써 불경건함에 대한 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어떤 관점에서는 그러한 성취가 전혀 유감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관점일 수 없습니다.아마도 다른 곳, 어떤 먼 성운에 중요하지 않은 별이 있고 그 별이 행성을 가지고 있고 이 행성에 이성적인 존재들이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백만 년 후에는 그들의 도구(망원경)가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고 외무장관 회의 의제에 합의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그랬다면 인간은 헛되이 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첫댓글 “만일 기회가 주어 진다면 기꺼이 다시 그 길을 갈것이다.” 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버트란드 러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의 삶에 관에 금궁증을 갖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