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쓴 책)
고동진_ '일은 무엇인가'
전 삼성전자 사장 삼성 직원들이 질문에 직접 답하다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3년 11월호)
민음사 2023
현대경영사史의 ‘큰 바위 얼굴’들이 쓴 책을 모아 한국경영의 대하 시리즈를 올린다.
삼성정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기술전략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에서만 38년간 근무하고 퇴임한 고동진 전 사장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선별하여 작성된 경영지침서가 나와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멀티태스킹이 약한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고동진 전 사장은 먼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과 멀티태스킹을 구별하라고 강조한다. 전자가 산만함이라면, 후자는 다양함을 컨트롤하는 능력이다. 손에 쥐고 있는 일의 실타레가 꼬여 있는지, 아니면 하나하나 팽팽하게 유지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고 전 사장은멀티태스킹을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접시돌리기’에 비유한다. 공연자가 여러 접시를 돌리면서 회전이 느려진 접시를 다시 돌려 회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즉 다양한 일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일종의 ‘회전력’이다. 일반적으로 회전력은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이지만, 직장생활에서의 회전력은 일이 돌아가게 하는 능력이다. 고 전 사장은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할 것을 권한다. 퇴근 전 내일 할 일을 기록할 뿐 아니라 주 단위, 월 단위로 기록하고 긴급히 요청받는 업무의 양을 고려해 최대 60~70%, 기본적으로 50%의 비율로 리스트를 작성한다. 도저히 나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동료와 협업하고, 독서를 통해 업무를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도 멀티태스킹을 해내기 위한 비결이다. 고 전 사장은 이런 멀티태스킹 능력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는 ‘삶의 순서도’를 그리고 실천해 간다면 점차 일의 흐름과 본질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한 번에 2가지 이상이 일을 동시 처리하는 다중작업능력)
이메일이나 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메일도 보고서도 본질은 소통이라고 말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고 전 사장이 제안하는 비법은 다음과 같다.
1) 누가 받는지 파악한다. 2) 소통의 대상을 정확히 한다. 3) 짧고 명료해야 한다.
짧고 명료한 글쓰기를 위해 고 전 사장은 ‘KISS’를 기억하라고 한다. KISS는 ‘Keep it simple, stupid.’ ‘Keep it small and simple.’ ‘Keep it short and simple.’ 등의 약자이다. 표현은 다양하지만 의미는 그냥 단순하게 쓰라는 것이다. 핵심만 간단명료하게 써야 하고, 핵심을 파악하려면 선배나 상사에게 수시로 묻고,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이 쓴 글을 심사숙고하며 퇴고하는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고 전 사장은 이런 훈련을 통해 언젠가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현대경영 독자분들도 고동진 전사장이 전하는 일 잘하는 비법을 실천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