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의 3일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나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하게 맞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자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즉각 탄핵을 노리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탄핵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녹화영상으로 발표된 29분간의 담화에서 12.3비상계엄에 대해 입법폭거를 일삼고 오로지 자신들의 몸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려 한 것이라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단 2시간의 내란이란 게 있느냐. 질서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깐 투입한 것이 폭동이냐며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국회를 해산하거나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엄선포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한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궤변을 토했다. 그는 다른 내란행위 가담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된 정치인 체포, 구금 계획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것을 거의 야당 탓으로 돌렸다. '대선 불복종'과 '입법 독재'를 바로잡는 '경고를 위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해 계엄을 빌미로 자신의 탄핵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는 것만은 막겠다. 나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지층에 결집을 호소했다.
'망상'에 가까운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해킹 공격 이후 국가정보원 등이 점검한 결과) 선관위 시스템은 해킹으로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그래서 (비상계엄 시)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변했다.
담화는 즉각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담화 발표 직후 윤 대통령의 제명탈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이후 한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통령 담화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것을 취지로 하는 것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말했다. 그동안 '찬반'에 대해 입장 표명을 보류했던 친(親)한동훈파 진종오·한지아 의원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 상임위원장급 중진 의원도 기자들에게 탄핵이 불가피해졌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로써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8명이 됐다. 이 숫자는 수도권과 충청권 등 비경상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 여권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도 당론으로 탄핵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탄핵에 유보적이었던 인사들이 속속 입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닷새 만에 대통령실로 출근한 윤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1개 법안, 21개 대통령령을 재가했다.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