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상점에 들어간 코끼리’는 독일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나쁜 의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어떤 주체가 들어가서 문제가 일어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도자기는 고급 문화상품이다. 유럽 사람들은 도자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도자기를 귀하게 여겼다.
민주주의도 잘 관리해야할 고급 문화상품인데,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권력자가 들어가서 고급 문화재가 부서지고 있다. 지금 한국이 그런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태도, 살아가는 방식, 그를 사로잡고 있는 욕망 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나쁜 행위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나쁜 행위를 하는 게 아니고 본인은 옳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다 고 생각하고 것 같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고 되어있다. 윤석열의 권력은 국민이 준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회수할 수 있다. 그런 절차도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 최근 조사에서 대통령 탄핵 여론이 60%에 육박했다. 여기서 10%만 더 올라가면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대통령이 임기 끝까지 국정수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본인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인격적 특징 중에 하나가 자기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메타인지라고도 하고, 자기 객관화라고도 한다.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게 1년 9개월이 됐고, 국민의 60%가 대통령직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국정운영을 바꾸지 않고 있다. 야당과 협치를 통해서 국정운영의 많은 부분을 맡기고, 대통령은 고유 업무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자주 격노하고, 듣고 싶지 않는 얘기를 누가 하면 쌍욕을 한다고 한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직장생활 하면서 들을 수 없는 쌍욕을 하는가 하면 1시간 회의하면 59분 혼자 얘기를 한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는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당과 국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탄핵 말고는 이것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다. 여당이 100석 넘게 있으니까 탄핵당할 염려는 없고. 그리고 극우 유튜브에서 하는 말을 듣고 그런 데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서 극우 탈레반적인 그런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나라 일을 안 한다. 자기들끼리 권력 투쟁을 하거나 또는 대통령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임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일들만 하고 있지 민생을 돌보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대통령이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냥 권력 투쟁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당의 일부 세력이 등을 돌리면 탄핵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기각할 수도 있으니까 버텨보겠다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하루빨리 내려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미국식 불기소 사면을 우리도 한번 생각해봄직 하다. 조사도 안 하고 기소도 안 하는 면책 사면이다. 닉슨 대통령 경우에 그렇게 해서 처벌을 면했고, 보좌관들만 처벌받았다.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코끼리에게 스스로 나오면 사면시켜주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코끼리 등에 올라타서 코끼리를 움직이고 조련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유권자들의 잘못도 스스로 사면하는 거다. 도자기를 부시는 것이 코끼리의 잘못이긴 한데 코끼리로 하여금 거기 들어갈 수 있게 해준 우리의 잘못도 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떤 의도에서 일어난다. 어떤 의도가 있기 때문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고, 그 목적은 그 사람이 자기 자신과 타인과 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측근에 영향을 주는 그런 사람들은 일종의 가상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무관한 자기들끼리 구축해 놓은 가상세계에서.(유시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