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수원에서 열린 LG_현대전이 끝난 후 모든 사람의 시선은 단 한 선수에게 집중됐다. 이날 프로 데뷔 8년째에 첫 선발승을 따낸 LG 투수 신윤호(26)가 그 주인공이었다.
신윤호는 6이닝 6피안타 3볼넷 3실점(2자책)의 호투로 올 세 번째 선발 등판(통산 8번째)만에 감격의 첫승을 따냈다. 팀내 국내 투수로는 올 첫 선발승.
우선 경기를 끝낸 동료들이 신윤호와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7년 만의 선발승을 축하했다. 다음엔 코칭스태프의 격려가 잇달았고 권혁철 대표이사, 최종준 단장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악수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끝까지 스탠드를 지켰던 LG 팬들 또한 목소리를 합쳐 '신윤호, 신윤호'를 연호하고 있었다.
7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피어난 '스타 탄생'의 현장이었다.
▲쟤, 신윤호 맞아?
신윤호를 만나 보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영화 <메이저리그>에 나오는 괴물 투수 '와일드 싱'이다. 특이한 복장과 좌충우돌하는 행동, 150㎞를 넘는 광속구 등 많은 것을 닮았다. 빵점 제구력까지 흡사하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신윤호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 8년차의 관록이 진하게 묻어난다. 나이 탓일까,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일까. 여간해서는 흥분하는 일이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다.
7년 만의 선발승을 거둔 다음 밝힌 소감도 "아직도 선발로 모자라는 점이 많다.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천방지축 화려한 소감을 기대했던 기자가 일순 무색해졌다.
▲왜 이제서야..
충암고를 졸업하던 1994년 고졸 첫 억대 몸값(계약금 8,800만 원+연봉 1,200만 원)을 받고 프로에 뛰어든 신윤호의 지난 7년간 성적은 고작 2승 2패. '만년 기대주'였던 그의 예상 외 선전은 자신의 노력과 김성근 수석 코치의 지도가 어우러진 결과다.
우선 직구 스피드를 140㎞대 중반으로 줄이는 대신 제구력과 변화구를 보완했다. 새로 익힌 승부구는 슬라이더와 커브.
그러나 신윤호는 올 첫 선발인 지난달 28일 한화전에서야 처음 슬라이더를 제대로 던졌고, 다음 선발 등판인 지난 3일 롯데전에서 커브를 시험 구사했다. 세 번째 등판만에 신윤호는 직구_체인지업_슬라이더_커브 등 4개 구질로 중무장한 그럴듯한 선발 요원이 됐다.
■ 축복속에 결혼식 올리는게 올해 소망
어느덧 프로 8년차가 된 신윤호의 희망은 세 아이들이다. 딸 쌍둥이 하늘이와 샛별이(3)의 아빠였던 신윤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들 효수를 얻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느낀 것은 강한 책임감이다. 덕분에 신윤호는 예전에 비해 무척 진지해지고 침착해졌다.
비록 혼인 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신윤호는 개인 사정상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 올해 성공을 거두고 세 아이의 축복 속에 오는 11월 11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게 신윤호의 또다른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