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은 두 얼굴을 지닌 매력적인 고장이다. 한면은 ‘문경새재’와 같은 고즈넉한 풍경이요, 다른 한면은 사계절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야외 레포츠다. 옛길을 거닐며 사색에 잠기고 각양각색의 레포츠에 심취하는 여정, 거기에 겨울 추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 10:00 문경새재도립공원 산책
문경새재, 과거길서 산책로로 탈바꿈 1관문 지나 보이는 조선시대 세트장,
경복궁 등 실감 나게 재현해 볼거리
문경새재의 초겨울 풍경은 속세를 떠나온 듯 호젓하다. 새도 넘기 힘들 만큼 험했던 고개는 양지바른 산책로가 됐고, 과거를 보러 한양을 향해 걷고 또 걸었던 영남지방 선비들의 발자취는 길 곳곳에 역사로 남았다.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뜻하는 문경새재는 제1관문인 주흘관과 제2관문인 조곡관을 지나 제3관문 조령관까지 닿으면 끝이 난다. 이곳은 해마다 맨발로 걷는 행사가 열릴 만큼 길에 깔린 흙이 부드럽고, 대부분이 평지라 남녀노소 힘들이지 않고 산책하기 딱 좋다. 자박자박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길에는 나그네들이 지친 몸을 쉬던 원터와 주막, 새로 부임한 경상감사에게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 등 조선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법 긴 산책로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제1관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오픈세트장까지만 관람하기도 한다. 7만㎡(2만1175평) 부지에 광화문·경복궁·양반집·초가집 등 조선시대 건물을 실감 나게 지어놓은 이곳에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영화와 드라마가 200편 이상 만들어졌다. 오픈세트장은 특히 눈 내리는 날 찾아보길 권한다. 기와와 담장, 옛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운치 있다.
● 13:00 속이 든든한 능이버섯전골
찬바람이 매서운 이맘때 뜨끈한 국물만큼 반가운 음식이 또 있을까. 문경새재 어귀에 있는 식당들은 문경에서 나는 자연산 능이버섯으로 전골을 팔팔 끓여낸다. 능이버섯전골의 가장 큰 특징은 된장국물·손두부·만두 등 모든 재료에 능이버섯의 진한 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는 것. 쫄깃쫄깃한 능이버섯을 한입 베어물면 버섯에서 우러나온 즙이 입안 가득 스며든다.
● 15:00 클레이사격 체험
문경관광사격장서 클레이사격 즐기고 불정자연휴양림에 들러 집라인 타면
지쳤던 몸과 마음, 가뿐하고 통쾌
‘탕! 탕!’
불정동에 있는 문경관광사격장에 도착하면 굉음이 귓전을 때린다. 다름 아닌 클레이사격 소리다. 클레이사격은 공중으로 쏘아올린 점토접시를 엽총으로 맞히는 레저스포츠로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문경관광사격장은 전국에 몇 안되는 클레이사격장 중 한곳으로, 단체가 아니라면 예약 없이도 체험할 수 있다.
한번 체험할 때 주어지는 총알은 25발. 귀마개와 어깨보호대를 착용하고 발사대에 서면 담당 직원이 총을 어깨에 올린 후 함께 잡아준다. 총 무게가 3.5㎏으로 묵직한 데다 초보자일 경우 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인데 익숙해지면 혼자 쏠 수도 있다. ‘아’ 소리를 내면 점토접시가 쏘아올려지고, 직원이 잡아준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70~80%는 명중이다. 반동 때문에 어깨가 얼얼하지만 접시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의 쾌감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시원하게 울려퍼지는 총탄 소리에 묵은 스트레스도 달아난다.
● 16:00 짜릿한 집라인 9코스 도전
관광사격장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문경의 또 다른 명물인 집라인 체험장이 나타난다. 집라인은 와이어에 건 트롤리(도르래)를 타고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야외 레포츠다. 다른 관광지의 집라인이 몇초에서 몇분 만에 끝날 정도로 짧다면 문경집라인의 길이는 무려 1.3㎞, 9코스에 달한다. 보통 10명이 한팀을 이루는데 체험인원에 따라 1~2시간이 소요된다.
불정자연휴양림을 누비는 집라인 9코스는 길이가 짧고 경사가 완만한 초급 코스부터 시작해 중급·상급 코스로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덕분에 처음엔 소리를 꽥꽥 지르던 사람도 후반부에 다다를 때쯤엔 능숙하게 와이어에 몸을 맡긴다. 그러다보면 아찔한 능선과 발아래 수풀이 서서히 눈과 가슴에 들어온다. “집라인은 70세 할머니도 즐길 만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안전한 레포츠”라는 게 집라인 가이드의 전언이다. 단, 몸무게 30㎏ 이상 110㎏ 미만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 18:00 문경약돌한우 맛보기
문경까지 왔다면 ‘문경약돌한우’를 맛볼 일이다. 약돌한우는 거정석(일명 약돌)을 갈아넣은 사료를 먹고 자란 한우다. 약리 성분이 들어 있는 거정석을 먹은 소는 질병에 강해 그만큼 항생제를 적게 투여한다고. 또 거정석은 소의 몸속에 불필요한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줘 맛이 담백하다. 결이 고운 생고기를 달군 불판 위에서 살짝만 구워먹으면 약돌한우의 야들야들한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맛볼 수 있다.
문경 여행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온천을 추천한다. 문경읍은 경북에서 지정한 온천지구로, 문경종합온천은 1년 내내 문을 연다. 관절염·신경통 등에 좋은 칼슘 중탄산 온천수와 알칼리탕 온천수에 몸을 녹인 후 잠자리에 들면 다음날 여독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