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오래전, 반여동 농산물 도매시장 담장 따라 줄장미가 풍성하고 탐스런 5월 하순쯤,
힘없이 장미를 쳐다보고 있던 아주머니는 장미가 참 곱다 하며, 이제 장마가 들면 저
장미가 곧 시들어 버릴 텐데, 저 장미가 시들기 전에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깜짝 놀라 아주머니 눈치를 살피니, 암투병에 지쳐 죽음을 기다리는 소리였다.
지금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 아주머니는 "삶과 죽음이" 이 하나라는 얘기를 인식하고
하는 소리였는지 자꾸 궁금해진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형태 있는 것이 헛것과 다르지 아니하며
헛것이 형태 있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니라
형태 있는 것이 곧 헛것이요, 헛것이 곧 형태 있는 것이니라
반여동 농산물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도매시장 북문이다. 잔뜩 기대했던,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장미를 생각하고 왔는데, 북문 쪽엔 커다란 주차장만 덩그러니 삭막하다. 남문
쪽에 장미들이 피어 있는 것 같다.
석대 화훼단지를 지나고 해운대 수목원 외곽으로 돌아가는 잘 정비된 도로 따라가다, 숲 속길
로 들어선다. 널따란 임도길 따라 양쪽으로 나무숲이 무성하다. 햇볕 한점 파고들지 못하는
정겨운 숲 속 길을 걸어보는 행복한 시간이다.
김치전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는데 비가 오지 않는다며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마시는 생각인데,
이젠 부추전까지 나온다.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는 놓치지 않는다. "월매 " 개똥쑥" "생탁" 등
막걸리 혼합술에 젖어든다.
반송 운봉마을에서 오솔길 따라 올라오면 임도길에 올라서고 운봉산이 저기 보이고, 짧지만
급한 오르막을 오르면 무지산에 도착하고, 다시 달리면 크지도 작지도 않는 억새평원을 지나고
반송 실로암 공원묘지 상단부를 통과하면 개좌산이 보이고, 개좌산 못 가 급경사의 내리막 길을
신나게 내려오면 개좌고개에 닿는다. 관통하여 오르막을 오르면 회동수원지 아홉산이다.
오래전 산행들이 생각난다. 널찍한 임도길 평평한 곳에 점심 식사자리를 펼친다. 매실주와 막걸리
에 젖어가며 풍성하고 오붓한 식사를 끝내고, 사방숲 속 임도길을 또 걷는다, 해운대 숲 속 야영장을
조성 중인데 아직 갈길이 멀고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수목원을 바라보고 임도 길 좌측으로 내려
서니 수목원 철망담장에 막혀 버리고, 빙 휘돌아 조그만 수로통로를 통과하니 수목원 정문이 보인다.
가족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수목원을 걸어 상단부에 자리 잡은 연못에 앉아본다. 하얀색 빨간색 분홍
색의 연꽃에 취해 시간을 뺏긴다. 위로 치솟아 꽃대가 길게 자라 수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꽃이 연꽃
이고, 꽃과 잎이 수면에 붙어 있거나 바로 위에 피어 물 위에 널리 펴져 있는 꽃이 수련이라 한다.
하얗고 빨갛고 분홍색으로 피어있는 연꽃의 꽃말은 "당신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큼 마음도 아름답다"
수목원 정문에서 버스로 서동 산후조리 집으로 이동, 잘 가동되는 한증탕과 냉탕을 오락가락 하니 시원한
맥주 생각에 빠르게 산후조리집을 빠져나와 금사동 갈매기살이 맛있는 뒤풀이 집에서, 동기회 회장님 금일봉
찬조금 전달 행사도 하고, "58 산우회를 위하여"로 건배를 외치며 마무리한다.
_끝-
첫댓글 산행후기 올린것 보아하니 무사히 귀가했는 모양...
당구장 김사장한테 맡겨놓다시피하고 와버려서 미안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