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72
제7장 청풍산의 두령들
제32편 석장군 32-1
송강과 화영이 졸개 4,50명을 거느리고 노인과 아이들이 탄 수레를 보호하여
일주일이 걸려 도착한 곳은 대영산(對影山)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큰 싸움판을 목격하게 되었다.
길에 늘어선 군마가 1백 여 명쯤 되는데, 그들은 모두 붉은 갑옷을 입고 소년 장수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소년 장수는 머리에 금옥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몸에는 꽃을
수놓은 옷 위에 다시 용의 비늘을 그린 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연지를 칠한 듯한 붉은 말에 앉아 방천극(方天戟)이라는 창을 들고 있었다.
소년 장수가 방천극을 들고 말을 몰아 산 언덕 아래로 달려 나갔다.
“내 오늘 너와 겨루어 기필코 승패를 가르겠다. 어서 내려오너라.”
다른 언덕위에는 역시 소년 장수가 백 여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 역시 눈같이 흰 관을 쓰고 철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은띠를 두르고, 손에는
한극(寒戟)이라는 창을 들고 있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흰 갑옷을 입고 있었고,
들고 있는 기도 흰색이고 말들도 모두 백마였다.
양편에서 붉은 기와 흰 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북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두 소년 장수들은 수작도 건네지 않고 각각 화극(畵戟)을 잡고 넓은 길에서 무술 솜씨를
겨루고 있었다.송강과 화영이 말을 멈추고 서서 보니 둘이 모두 호적수였다.
두 장수가 서로 어우러져 싸우기를 30 여 합에도 승패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은 한창 어우러져 싸우는 중에 두 사람의 창끝에 달린 깃발들이
공교롭게도 서로 얽혔다.양쪽에서 힘을 다해 잡아 당겨보았지만 풀리지 않았다.
화영은 그것을 보자 곧 왼손으로 비어대(飛魚袋)에서 활을 꺼내 들고, 오른손으로는
주수호(走獸壺)에서 화살을 빼들어 힘껏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화살이 날아가 두 사람의 창이 얽힌 끝에 명중, 끈을 끊어서 화극을 좌우로
갈라놓는다.
그 순간 양쪽에서 싸움을 관전하던 2백 여 명의 무리들이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
두 소년 장수는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함께 말을 달려 송강과 화영이 있는 곳으로 와서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어 말했다.“장군의 대명을 듣고 싶습니다.”
화영이 말 위에서 대답한다.“여기 계신 어른은 운성현 압사 급시우 송공명이시고,
이 사람은 청풍진 지채 소이광 화영이오.”
이 말을 듣자 두 소년 장수는 일제히 화극을 버리고 급히 말에서 내려 뛰어내렸다.
“두 어른의 명성을 들은 지 이미 오랩니다.”두 사람이 그들 앞에 넙죽 절을 올렸다.
송강과 화영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두 사람을 붙들어 일으켰다.
“두 분 장수의 이름은 뭐요?”붉은 옷을 입은 장수가 먼저 대답한다.
“소인은 담주(潭州) 태생으로 이름은 여방(呂方)입니다. 평소에 여포(呂布)를 좋아해서
방천화극을 익혀 왔습니다.처음에는 생약 장사를 하다가 본전을 까먹고
고향에 돌아갈 도리가 없어 대영산에 들어와 무리들과 험한 돈 벌이를 하고 사는데,
최근에 저 사람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소인의 산채를 뺏으려 하기에 이렇게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이어 흰 옷을 입은 장수가 나섰다.
“소인은 서천 가릉(西川嘉陵) 사람으로 이름은 곽성(郭盛)입니다. 돈 장사를 하다가
황하에서 풍랑을 만나 고향에 못 가고 전에 배웠던 방천극을 시험해 보려고 저자와 십여일
을 싸웠지만 승패를 나누지 못하고 오늘 두 분 호걸을 뵈옵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송강이 듣고 나서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큰 인연인데,
두 분이 서로 화해하는 게 어떠시오?”두 소년 장수가 크게 기뻐 쾌히 응낙했다.
이어 여방은 그들을 산채로 청하여 소 잡고 말을 잡아 극진히 대접했다.
송강이 그들에게 양산박으로 가자고 권하자 두 사람은 크게 기뻐 두말없이 승낙했다.
일행이 대영산을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관도의 큰 주점에서 쉬어가게 되었다.
주막에 들어가 보니 자리가 없었다.
큰 탁자 세 개에는 먼저 온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73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