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눈물’ 香 풀어놓자 싸움 멈춘 남성들
분노 유발 후 눈물 냄새 맡게 하자
공격적 행동 40% 이상 줄어들어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공격성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흔히 여성이 눈물을 흘리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한다. 속설처럼 여겨지는 이 같은 현상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여성의 눈물 냄새에 노출된 남성은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공격성과 관련된 뇌 활동도 실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니 아그론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여성의 눈물에는 남성의 공격성을 차단하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설치류 실험을 통해 암컷의 눈물 냄새가 수컷의 공격성을 차단한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동물에게는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게임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먼저 건강한 성인 남성 실험 참가자 51명에게 게임을 하게 한 뒤 게임을 하는 동안 상대의 부정행위로 공격적인 행동이 생기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6명의 여성으로부터 채취한 눈물 또는 식염수 냄새에 노출되도록 했다. 눈물과 식염수 모두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자신이 무슨 냄새에 노출됐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게임에 참여했다.
실험 결과 게임 도중 복수를 하려는 공격적 행동은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을 때 40% 이상 감소했다. 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공격성과 관련된 뇌 부위인 전전두엽 피질을 관찰한 결과, 남성들은 게임 도중 화가 났을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됐지만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땐 덜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쥐에게 확인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공격성을 차단하는 화학적 신호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눈물이 감정과 연관된다는 개념은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동물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화학 신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이츠만연구소는 201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여성의 눈물 냄새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공격성, 경쟁심 등과 연관된 남성 호르몬이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