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73
제7장 청풍산의 두령들
제32편 석장군 32-2
머리에는 돼지뿌리 두건을 썼고, 적삼을 입은 다리에는 각반을 차고 가죽신을 신었으며,
탁자 옆에는 단봉과 보따리 한 개가 놓여 있었다.
키가 8척쯤 되고, 광대뼈가 툭 불거진 얼굴에는 수염이 없었다.송강은 주모를 불러 말했다.
“보다시피 우리는 일행이 많으니, 저분에게 좀 다른 자리로 옮겨줄 수 있는지 여쭈어보게.”
“너희들은 내가 혼자라고 우습게 보는데, 황제가 와도 이 자리는 못 주니 그리 알아라.
내가 천하에 어려운 사람은 두 사람 빼고는 없다. 또 한 번 잔소리하면 주먹맛을 보여주겠다.”
이것을 보자 연순은 성질이 나서 옆에 있는 의자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순간 송강이 황망히 손을 들어 그를 멈춘 후에 사내에게 한마디 물었다.
“지금 말씀하시면서 천하에 두 사람만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 두 분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아시는지 모르겠소만, 한 분은 창주에 사시는 소선풍 시진 시대관인이시고,
또 한 분은 운성현 압사 급시우 송공명이시오.”송강은 연순을 돌아보고 웃었다.
연순은 의자를 내려놓고 제자리에 앉았다.그 사내는 다시 말한다.
“그 두 분이 아니면 설사 송나라 황제가 온대도 두렵지 않소.”
“한데 노형은 그분들과 어디서 만나서 아시오?”“실은 3년 전에 시대관인 댁에서 넉 달을
지낸 일이 있소. 하지만 송공명 어른은 만나 뵌 일이 없습니다. 난 그 분을 찾는 중이오.”
“송공명의 제씨 되시는 송청에게서 편지를 전해달란 부탁을 받아서 그러오.”
송강은 그 말을 듣자 반가웠다.“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서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서로 대하고도 못 만난다 하더니, 그게 바로 이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구려. 내가 바로 송강이오.”
그 사내는 잠깐 송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 앞에 넙죽 절을 올렸다.
“여기서 뵙기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공태공 장원까지 헛걸음을 할 뻔했습니다.”
송강은 사내의 입에서 동생 송청의 말이 나오자 반색을 했다.
“내 집은 별일 없습디까?”“저는 석용(石勇)이라고 합니다. 본래 대명부(大名府)태생으로
노름판만 떠돌며 살았지요.어느 날 노름판에서 시비가 붙어 그만 사람 하나를 때려죽이고,
잠시 시대관인 장상의 집에 숨어살았습니다.그때 제씨께서 형님이 백호산에 계시다기에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편지를 저에게 맡깁디다.
그래서 저는 지금 백호산에 가는 길이었습니다.”석용이 보따리에서 송청의 편지를 꺼냈다.
송강은 급히 편지를 뜯어 읽었다.내용은 아버지가 금년 정월 초순에 병으로 돌아가셨으나
아직 발인도 하지 못했으며, 오직 형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는것이었다.
송강은 사연을 읽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천하에 나같은 불효자가 있던가! 연로하신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죄인의 몸으로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개, 돼지보다 나을 것이 없구나.”
- 74회에 계속 -
첫댓글 급시우 송강, 송공명이 머잖아 양삭박으로 가시겠네요. 매일 즐겁게 읽으며, 다음 회차를 기다립니다. 작가님과 이준황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