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멀티미디어화를 이끌다
사운드카드(Sound Card)
컴퓨터는 개발 초기에는 단순히 커다랗고 비싼 계산기에 불과했고, 용도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이르자 값이 싸고 크기도 작은 개인용컴퓨터(PC)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PC를 이용해 게임이나 영화, 음악 등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져 PC는 단순한 사무용 기기에서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운드카드는 음향을 출력하기 위한 PC 부품의 일종이다.
멀티미디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음향 출력 기능이 필수다. 하지만 초기의 PC는 제대로 된 소리를 출력하지 못했다. 기껏 소리를 낸다고 해봐야 메인보드(주기판)에 내장된 단순한 전자회로와 동전만한 간이 스피커를 통해 삐-삐- 정도의 비프(beep)음을 내는 정도였다. 이는 주로 경고나 알람 등의 용도로만 쓰였고, 초기 PC용 게임 중에는 비프음을 이용해 음악을 출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음질이나 출력 면에서 볼 때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용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2011년 현재 나오는 PC도 비프음 출력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경우는 없다.
PC의 음향 기능 향상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관련 업체들에서는 고음질 음성 출력을 위한 PC전용 하드웨어의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사운드카드(Sound card)다. 이는 마치 그래픽카드나 네트워크 카드처럼 PC 메인보드의 확장 슬롯에 꽂아 사용하는 형태의 하드웨어로, 이를 탑재한 PC는 외부 스피커를 통해 기존의 비프음과는 비교되지 않는 다양하고 깨끗한 음향의 출력이 가능하다.
사운드카드의 여명기에 등장한 ‘애드립’
애드립 뮤직 신디사이저(1987년)의 등장으로 사운드카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와 다양한 PC용 사운드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성능과 호환성 면에서 만족할만한 제품은 없어 보급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1987년, 캐나다 출신의 학자인 마틴 프레벨(Martin Prevel)이 세운 애드립(Adlib)사에서 ‘애드립 뮤직 신디사이저(AdLib Music Synthesizer Card, 통칭 애드립)’라는 사운드카드를 개발해 발표하면서 PC에 사운드카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애드립은 FM(Frequency Modulation: 주파수 변조 방식) 규격의 음향을 재생할 수 있었는데, 이는 미리 저장된 여러 형태의 음향을 조합해 음악을 출력하는 방식이었다. 구현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데다 하드웨어 생산에 드는 비용도 높지 않아서 애드립은 업계에서 환영 받았다. 특히 애드립은 게임 제조사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88년에 시에라(Sierra)사에서 출시되어 크게 히트한 [킹스 퀘스트 IV(King’s Quest IV)]의 경우, 애드립을 탑재한 PC에서 구동하면 이를 탑재하지 않은 PC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고품질의 음향을 들을 수 있어, 게임의 인기와 함께 애드립을 보급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1989년부터 출시된 사운드블라스터 시리즈는 애드립을 밀어내고 사운드카드의 표준이 되었다.
사운드블라스터, 사운드카드의 표준이 되다
하지만 애드립은 FM음원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곧 한계에 부딪혔다. FM음원은 악기 소리를 재생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그 외의 녹음된 음성, 즉 사람의 목소리나 각종 효과음을 재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사가 1989년부터 출시를 시작한 ‘사운드블라스터(Sound Blaster)’ 시리즈는 애드립과 호환되는 FM 음원은 물론, FM음원의 단점을 개선한 PCM(Pulse Code Modulation: 펄스부호변조) 음원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운드카드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PCM 음원은 FM 음원에 비해 데이터의 용량이 훨씬 크고 CPU(중앙처리장치)의 처리 속도도 많이 요구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거의 모든 종류의 음성을 재생할 수 있어 활용도는 훨씬 높다. 더욱이 사운드블라스터 시리즈는 조이스틱용 포트와 CD-ROM 드라이브용 포트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등, 게임에 대한 배려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당시 사운드카드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게이머였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적절한 판단이었다.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사운드블라스터 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게임 제조사들도 사운드블라스터와 호환되는 게임을 주로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외의 제조사에서도 사운드블라스터와 호환되는 사운드카드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에 들어와 사운드블라스터는 사실상 사운드카드의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게 된다. 당시 한국 제조사들도 사운드블라스터 호환 카드를 다수 출시했는데, 삼호전자의 ‘옥소리’, 훈테크의 ‘사운드트랙’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운드카드의 전성기와 쇠퇴기
1995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95(Windows 95)’ 운영체제가 출시되어 인기를 끌면서 사운드카드의 수요는 더욱 급증했다. 윈도우 95는 이전에 PC용 운영체제의 주류를 이루던 도스(Dos)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멀티미디어 기능이 향상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PC로 영화나 음악,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를 비롯한 사운드카드 제조사들은 단순히 음향을 재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5.1채널 입체 음향, 디지털 입출력, 각종 음장 효과 등의 고급 기능을 갖춘 사운드카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사운드카드는 PC의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았고, 얼마나 고급의 사운드카드를 달았느냐에 따라 PC의 등급이 나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사운드카드 기능을 자체적으로 내장한 메인보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카드는 별도로 꽂는 사운드카드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CPU 자원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PC 구매 시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어서 경제성을 중시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서서히 기존 사운드카드 시장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 X-Fi TITANIUM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다 보니 내장 사운드카드의 성능도 점차 발전, 2005년 즈음부터는 어지간한 보급형 사운드 카드를 능가하는 음질을 갖춘 사운드카드 내장형 메인보드도 다수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덩달아 CPU의 성능도 크게 향상되어 내장형 사운드카드를 쓴다고 하여 PC 전반의 성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이로 인해 2011년 현재, 보급형 사운드카드 시장은 거의 사장된 상태이며, 일부 매니아들을 위한 고급형 사운드카드 시장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1998년에 출시된 ‘사운드블라스터 Live!’는 큰 인기를 끌며 사운드카드 고급화를 이끌었다
사운드카드의 종류
1. 메인보드 슬롯 장착형 사운드카드
일반적으로 ‘사운드카드’라고 한다면 이를 일컫는다. 메인보드 상에 위치한 확장 슬롯에 꽂은 후 PC 케이스에 나사를 조여 고정하는 방법으로 장착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ISA(Industry Standard Architecture) 슬롯용으로 나온 제품이 많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온 제품들은 ISA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슬롯용이 대부분이다. 2011년 현재는 한층 발전된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PCI Express) 슬롯용 사운드카드도 나오고 있지만 사운드카드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인해 보급률은 저조한 편이다.
메인보드의 PCI 사운드카드를 장착하는 모습
2. 노트북 전용 사운드카드
별도의 내부 확장 슬롯을 이용할 수 없는 노트북을 위해 나온 사운드카드다. PC카드(PCMCIA)나 익스프레스카드와 같은 노트북 전용 확장 슬롯에 꽂아 사용한다. 카드 자체의 크기가 작아서 휴대성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깔끔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가격이 비싼 편이고 PCMCIA나 익스프레스카드 슬롯을 갖춘 노트북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다지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PC카드(PCMCIA) 슬롯에 꽂아 쓰는 노트북 전용 사운드카드
3. 외장형 사운드카드
PC 외부에 두고 쓰는 사운드카드다. USB와 같은 외부 확장 포트에 연결해 쓰므로 설치가 편하고,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가리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PC 외부에 두는 특징 때문에 PC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영향을 덜 받으므로 노이즈가 발생할 여지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USB와 같은 외부 인터페이스는 PCI나 PCI 익스프레스와 같은 내부 인터페이스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고음질이나 다채널 입체음향을 구현하기에 불리하며, 상대적으로 CPU 사용량도 높은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외부 인터페이스의 고속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단점이 해결되는 추세다.
Refurbished sound Blaster X-Fi Surround 5.1 USB
4. 메인보드 내장형 사운드카드
2000년대 이후부터 가장 많이 쓰이는 사운드카드다. 메인보드 자체적으로 음성 처리용 칩셋과 출력 포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사운드카드를 장착하지 않아도 음성을 출력할 수 있다. 경제성이 높은 것이 최대의 장점이며, 최근에는 5.1채널 입체 음향이나 디지털 출력 등, 상당수준의 고급 기능을 갖춘 것도 많다. 별도로 장착하는 사운드카드에 비해 노이즈나 CPU 점유율, 부가기능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운드카드 기능을 내장한 최근의 메인보드
5. 그 외의 사운드카드
위와 같은 사운드카드 외에도 내장 및 외장형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갖춘 제품도 있으며, 그래픽카드에 사운드카드 기능을 내장하는 경우도 있다(HDMI 포트로 음성을 출력하기 위한 용도). 그리고 전문 오디오기기 수준의 고음질 음향 출력 기능을 갖추거나 음악 제작 / 편집 기구의 연결을 지원하는 등의 전문 기능을 갖춘 몇몇 고급형 사운드카드는 ‘오디오카드(Audio Card)’로 부르기도 한다.
글 김영우 / IT동아 기자 현재 IT 전문 저널인 ‘IT동아(http://it.donga.com)’의 PC 부문 전문 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컴맹 퇴치’를 위한 강의형 기사 집필에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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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내장사운드가 안좋다 라는 것은 아니구요. 사운드의 역사를 짚어본 내용같구요. 저는 외장 샤블 (이름이 BX, XB, 몬가 하여튼 그걸로 나가는데 제 헌컴에 달려 있는데 그컴이 맛이 가서 안열려서 손봐야 함 ㅎㅎ) 제일 처음나온 사운드카드를(지금은 아주 귀하다고 함)사용한 적이 있는대요. 정말로 음질 쥑입니다.
과연 지금 사운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것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기술이 가지고 있는 사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비님도 구해 컴에 달아서 함 들어보세요. 홀딱 반할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