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75)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이름값을 떨쳤다.
달리오는 오는 1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후보 중 어느 쪽이 당선되든 세계 최대 경제에 심각한 고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고 14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창립했으며 어떤 주식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따라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지난 10일 두 후보의 첫(어쩌면 마지막) 대선 TV 토론을 지켜 보며 “패자가, 특히 공화당과 트럼프라면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좌파와 우파 모두 타협하지 않고 이기려고 모든 비용을 써버리는 상황이 가능하다"면서 "내 가장 큰 두려움은 민주주의"라고 진단했다.
승자가 누가 되든 달리오는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분열이 너무 뚜렷해 주를 옮기는 주민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같은 주들에 살던 많은 이들이 부분적으로 세금 때문에, 아니면 부분적으로 가치관이 달라 플로리다와 텍사스 같은 주들로 이사가는 일"이라며 “가치관에 큰 갭(gap)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런 일은 내게 경제 위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이어 독재가 출현한 1930~45년을 떠올리게 한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은 대의제를 갖고 있었는데 강경 좌파와 강경 우파, 공산주의, 파시즘의 내부 갈등 끝에 이를 망가뜨려 버렸다. 우리는 오늘날 이런 일들의 몇 가지 현대적 버전을 목도하고 있다.”
가치관에 근거해 미국인들이 이주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몇 가지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 소셜미디어 회사 X와 스페이스X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젠더 정체성을 바꾸고 싶어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학교가 미리 알려주는 일을 금하는 새로운 규칙 때문이었다.
자산이 무려 1240억 달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의 창업자인 달리오는 미국에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행스럽게도 달리오는 절대 오류가 없는 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틀린 주장보다는 옳은 주장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수정 구슬을 붙들고 사는 이들은 바닥의 (깨진) 유리를 먹고 살게 될 운명이다. 하지만 난 시장에서 당시의 65%에 대해 옳았다”는 투자 격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급박하게 대두되는 문제에 대해 그는 어느 쪽에 돈을 걸었는지 밝히길 거부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와 해리스 어느 쪽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결론이다. "난 이번 선거가 어떻게 끝날지와 이런 일들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우리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예외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달라 주 경계를 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달리오의 전망은 우리가 최근 20여년 '다음 대선에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이민 가야지' 툭하면 내뱉던 것과 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