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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월간 '말'의 청탁을 받아 2001년 9월호, 이번 달 기사로 싣게된 저의 글입니다.
요즘 드라마로써 사극과 사극의 촬영행태를 지켜보면서 그 형식과 내용면에서의 문제점을 많이 느껴왔습니다.
또한 겨레문화답사연합에서는 그동안 몰상식한 방송사의 횡포를 참을만큼 참아왔고, 그들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대책와 무대응이었습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앞장서도 부족할 방송사들의 사적지 촬영관행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작금의 사극 내용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사극의 형식, 즉 '촬영방식', '촬영관행' 등에 대해서도 이제는 공론화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애정과 관심을 바랍니다.
공명심에서 글을 쓴 것도, 홧김에 쓴 것도 아님을 밝혀둡니다. 드라마 속 '그림'의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진실의 그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뜻입니다. 고민끝에 글을 썼지만 충분한 말을 다하지 못한 감도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고 경계하는 것은 묵묵히 문화재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많은 궁궐관리사무소 직원들께 원치않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취재과정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문화재 보호를 위한 노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란 것이 '촬영관행'을 앞세운 방송사들에겐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전락한 궁궐 유적지...
- 강임산(겨레문화답사연합 사무국장)
가히 '사극천하'라 할만큼 사극열풍이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들에 의하면 현재 드라마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모조리 이들 사극이라고 한다.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의 경우 이미 시청률 40%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인터넷 다음카페에선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여인천하> 관련 각종 동호회 회원만 벌써 3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현재 방송사별 사극편성 및 방영현황을 살펴보면 역대 그 어느 때보다 편수가 많고 열기가 뜨겁다. 우선 '사극의 왕국' KBS의 경우 주말인 토, 일요일에 <왕건>이 주중인 수, 목요일에 <명성황후>가 각각 편성 방영되고 있다. SBS는 월, 화요일에 <여인천하>를, MBC는 월, 화요일에 <홍국영>을 각각 편성 방영하고 있다. (<홍국영>은 8월초 종영했다.)
흥미로운 것은 나말여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KBS 사극 <왕건>을 제외하고 이들 사극의 대부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여인천하>는 16세기초에서 중반에 이르는 중종 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국영>은 18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영정조 연간을, <명성황후>는 이보다 약 100여년 뒤인 19세기 중후반을 각각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3사의 사극이 '보기 드물게' 일제히 조선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편성 방영되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각기 시대물인 사극의 특징을 내세워 "극중 의상, 소품 등을 시대에 맞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배역 또한 간판급 스타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은 단순히 TV 속 공중파에서만 치열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시대적 배경 못지 않게 장소의 주무대가 되는 궁궐 역시 촬영경쟁이 뜨겁다.
이러다 보니 궁궐에 가면 심심치않게 사극촬영장면을 목격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대다수 관람객들이 필연적으로 겪는 '당혹스런 상황'도 벌어진다. 사극촬영의 이유만으로 궁궐의 관람과 출입에 제한을 당할 수 있을 만큼 궁궐은 '사극천하'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게 궁궐에서 부는 사극촬영 '붐'쯤으로 보고 넘기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사극이라는 드라마의 쟝르적 특성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각종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나타난 사극의 영향은 그간 역사학자들과 극작가들 사이에서 그 드라마의 내용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어왔다. 우선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문제는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적 허구 사이의 균형감각이다.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사실성에 관한 논란이 그것이다. 과거 KBS <왕과 비>의 경우 수양대군의 권력 찬탈을 미화하고 김종서 등 수양대군의 반대진영을 지나치게 폄하해 한 차례 역사해석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심지어 이를 보다못한 국사편찬위원장이 직접 신문기고를 통해 사극의 그릇된 시각을 통박하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극작가 이은성씨의 동명소설을 모태로 한 '국민드라마' MBC <허준>의 경우에는 허준이 의원의 길을 들어서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승 유의태의 역사적 실존여부와 허준 보다 무려 110년 뒤의 인물인 유의태를 스승으로 설정한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어 눈길을 끌었다. 아무리 드라마적인 허구와 이를 통한 재미도 좋지만 역사적 인물이 중심에 놓인 사극으로써 너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사극은 사극이고 역사적 사실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자들과 드라마작가들 사이의 논란은 분명한 경계를 짓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의 대부분인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사극의 지대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사극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까지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이고 실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사극은 곧 한편은 '국민드라마'이자, 'TV역사교과서'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이는 사극을 통해 드러나는 각종 사회적 현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허준>에서 매실이 한번 등장하자 품귀현상을 빚는가하면, 매실과 살구를 혼동한 시청자들에 의해 살구나무도 덩달아 수난을 당하는 웃지 못할 내용들이 신문기사화 된 점등은 익히 경험했던 바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 그 속의 실존인물을 소재로 사극을 집필하는 극작가들이 드라마의 파급력을 주의 깊게 재고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인 것이다. 아무리 역사적 사실에 대한 '허구' 운운하며 극적 형상화 자체를 문학적으로 옹호한다한들 피할 수 없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극의 허구적인 내용에 비해 정작 그러한 사극의 극적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시대적 배경이나 극중 무대 등에 대한 관심과 지적은 이러한 내용 논쟁의 이면에 가려져 소홀히 취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허구헌날 지리한 '씨앗타령'과 '정쟁'으로 일관하는 궁중암투, 실제와는 다르게 엄청 큰 규모로 꾸며진 세트장 속 왕과 왕비의 처소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사극의 내용 못지 않게 사적지에서의 촬영관행, 제작방식 등 형식에 대한 문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사극 속 주요무대이자 '국가사적지'이기도 한 궁궐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야외촬영 등을 지켜보면 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우선 궁궐에서 사극촬영이 잦다보니 과연 궁궐이 '드라마 세트장' 인지 '국가사적지'인지 알다가도 모를 경우가 많다. 더구나 사극 촬영장의 자세한 속사정을 알고 그 행태를 살펴보면서 문화재 훼손의 위기로 가슴을 쓸어 내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사극의 내용 못지 않게 제작관행까지도 '문화재보호의 입장에서' 공론화시켜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문화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왜곡된 식견의 조장은 물론 국가사적지와 문화재에 대한 경시풍조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막을 내린 KBS 대하사극 <왕과 비>가 이러한 몰상식의 일단을 잘 보여준 바 있다. <왕과 비>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3월초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창덕궁 인정전에서 가스횃불을 이용한 야간촬영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국보 225호인 인정전 건물은 물론 인정전 주변 곳곳에 LPG 가스통을 밀착시켜 놓고 횃불장면을 실감나게 촬영했던 것이다. 우연히 이를 목격한 겨레문화답사연합 관계자를 통해 이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되자, 수많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는 물론 신문지면을 통해서도 방송사의 빗나간 촬영관행이 맹비난을 받는 등 문화재 관리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아무런 안전장치나 보호구 없이 너무도 과감하게 LPG 횃불 장면을 촬영하고 버젓이 방영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할 공영방송이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국보를 아찔한 문화재 훼손의 순간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후 겨레문화답사연합에서는 KBS 박권상 사장 앞으로 관련 사진을 첨부한 정식 공문을 접수시켜 항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징계, 향후 궁궐 등 사적지 촬영시 재발방지를 위한 기본수칙 등을 만들어 준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정식 공문을 통해 답변이 오지는 않았다. 절차를 밟아 제출한 민원이 무시당한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 한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그간 궁궐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사적지에서 사극촬영이 있어왔지만 정작 방송사들 내부에서는 이렇다할 사적지 촬영규정 조차 마련해 놓은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극촬영을 맡은 제작직들은 물론 수많은 엑스트라, 출연진들에게 사적지 촬영시 준수해야 할 일정한 기본 교육조차 없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그 뒤로 1년이 지난 지금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야간촬영시 횃불사용 장면은 이미 지난 97년 문화유산의 해 당시 문화재위원들 사이에서도 그 심각성이 지적된 바가 있었다. 당시 KBS <용의 눈물>의 촬영행태를 지켜보던 문화재위원들이 "문화재는 만약이 없으며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여 사적지에서 야간촬영시 횃불촬영 장면을 못하도록 정하기도 했었다. <왕과 비> 가스횃불 촬영 당시 창덕궁 관리소 직원들 또한 현장에서 이를 만류했었고, 문화재청 담당직원 역시 이를 허가해 준 적이 없었지만 '사실감' 있는 장면을 위해 아찔한 장면이 무리수를 두어 연출된 것이었다. 국가사적지의 국보 또한 방송사의 세트장과 소품쯤으로 취급당하고 만 것이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시간이 흘렀지만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말 창경궁 명정전에선 KBS <명성황후>의 촬영이 있었다. 이날 촬영의 내용은 고종 10년 무렵의 조정의례 장면. 물론 고종 10년 무렵은 흥선대원군의 주도하에 경복궁이 대대적으로 중건된 이후이기 때문에 창경궁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현재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한 조정마당을 보수하고 있는 터라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려다보니 엉뚱한 창경궁 명정전 앞 조정마당에서 조정의례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일 뿐. 이미 방영된 이부분은 사극의 시대성 못지 않게 장소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이 조화롭게 작품 속에 녹아들고 형상화되어야 진정한 사극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100년 뒤 지금의 시대극을 촬영하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청와대가 아닌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를 세트장으로 촬영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같은 시각 창경궁 명정전 뒷편 내전 지역에서는 소품을 싣고 온 KBS 트럭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 와중에 내전의 정자인 함인정에선 소품을 실은 트럭을 아슬아슬하게 붙인 채 드라마 의상, 소품들로 어지럽혀져 출연진들의 탈의실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일단의 스텝들은 일반 관람객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에 걸터앉아 노닥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함인정은 '올라가지 마시오'란 팻말과 더불어 일반의 접근이 항시 금지된 채 보호받고 있는 목조건축으로, 궁궐 안에 남아있는 건물 가운데 몇 안되는 순조34년 (1834)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건물이다. 그런데 나중에 TV로 방영된 모습을 보니 함인정 위에 술판이 벌어진 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과거 일제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조성할 때도 수난을 피해서 고스란히 전해오던 함인정이 정작 우리 손에 의해 수난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사극촬영의 위험성이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생각 없이 세트장으로 마구 쓰지만 오래된 목조건축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무거운 방송장비와 조명기구 등 각종 전열기구 등에 노출되는 오래된 목조건축의 훼손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목조건축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적지에서 사극촬영의 문제는 역사적 장소성의 문제와 함께 문화재 훼손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방송사의 편의적인 촬영관행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궁궐을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사적지가 아닌, 그림이 잘나오는 세트장이라는 생각에서 함부로 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해서 궁궐을 찾은 관람객들의 편의 또한 이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실례로 이날 창경궁에서는 문화재전문위원 등이 참석한 문화재청 공식행사인 고궁청소년문화학교가 개최되고 있었지만, 오히려 사극촬영으로 인해 부당하게 제지를 받아야했고 이에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또 촬영지 주변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엑스트라부대의 무질서한 모습은 아이들 보기에도 낯뜨거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비단 창경궁만의 문제는 아니며 KBS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MBC, SBS 그리고 사극이 촬영되고 있는 경복궁, 창덕궁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며 풍경이다. 경복궁에서는 막바지 복원중인 흥례문 권역내에까지 촬영진이 들어가 진을 치고 촬영을 하는가하면, 양해를 구하는 안내팻말 조차 없이 궁궐을 찾는 내외국인들의 일부 관람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재 이들 방송사들은 궁궐에서 사극촬영을 할 경우 문화재청의 '궁능원 및유적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기본 2시간 이내 20만원의 촬영료와 1시간 초과시 5만원씩의 추가요금을 문화재청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촬영료가 곧 궁궐을 통째로 '빌렸다' 전세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얼렁뚱땅 관람객의 관람을 임의대로 제재하는 법적 근거로 둔갑하는 경우도 현장에선 비일비재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궁궐에서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이 들더라도 세트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방송제작 환경 탓만 하는 방송사 중심의 편의적 발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바에는 최소한 사적지 촬영규정에 관한 방송사 내부의 별도 규정을 자체적으로 제정해 이를 철저히 준수토록 해야한다. 아울러 궁궐내 사극 촬영은 그 특성상 적지 않은 방송인력이 동원되는 만큼 사적지 촬영시 출연진은 물론 스텝들에 대한 철저한 기본수칙 정도는 필수적으로 인지시켜야 한다. 오래된 목조건물이 즐비한 궁궐에서 너나할 것 없이 함부로 담배를 피워 물고 꽁초를 버리는 행위는 현행 사적지 금연규정 조차 모르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또한 궁궐은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내외국인 관람객들이 항시 붐비는 사적지이자 관광지인 까닭에 사극 촬영으로 인해 관람객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발상의 촬영행태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방송사들은 궁궐 관리의 현장책임이 있는 관리소 직원의 통제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궁궐관리소 직원이 항시 감시할 순 없다. 기관에서 규정을 제시했으면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그뿐'이다. 문화재청 역시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고 세부적인 강도 높은 관리규정을 만들어 적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2009년을 목표로 일제에 의해 훼손된 궁궐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무려 2,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해 발굴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이러한 사업의 목적이 어디에 있겠는가? 문화유산은 자연유산과 마찬가지로 훼손된 것을 복원하고 우리가 물려받은 원형 그대로를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한다. 문화유산은 우리모두의 공동의 경험이자 역사이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자산인 것이다. 사적지에서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위험한' 촬영을 감행하고 있는 방송사들은 이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창경궁 명정전 행각 도처에 널부러져 있는 엑스트라들
명정전은 약 400여년전 건물로 현재 궁궐건물중 最古(국보385호)
청소년 관람객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엑스트라부대
사극출연자들은 무법자?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궁궐
함인정은 순조 34년(1834) 건립된 건물이다.
또한 함인정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 목조건물의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여기가 과연 궁궐인가? 드라마 세트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