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을 세운다(立)? 왜 입춘(立春)의 입은 들입(入)이 아니라 설입(立)인걸까?
새싹이 움트는 나무
24절기를 곰곰히 보다보면 의외의 한자가 쓰인 경우가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인데요,
우리는 당연히 계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들 입(入)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설 립(立)을 쓰더라고요.
봄을 세운다?
무슨 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아리송했지만, 뾰족한 정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절기서당’이라는 책을 통해 멋진 이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지금부터 차근히 설명할게요
우리는 계절이 찾아왔다가 때가 되면 떠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봄이 성큼 다가왔다’ 같은 표현을 쓰죠.
여기서 핵심은 우리는 계절과 나 자신을 다른 존재로 생각한다는 거에요.
나는 이곳에 가만히 있고, 나와 무관한 계절이 우리를 오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조상님들은 근본적으로 우리와 생각이 달랐어요.
조상님들에게 계절은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었어요. 우리 안에 사계절이 모두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계절이 우리에게 오는게(入) 아니라 우리 안의 계절을 찾아서 세우는(立) 과정이라고 여겼어요.
따뜻한 바람, 깨어나는 봄꽃, 개구리,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만물이 어우러져서 함께 우리 안의 봄을 세우는 거에요.
이렇게 생각하면 절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실 저도 절기를 자연의 시간을 나누는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나눠서 그때 보이는 자연을 관찰한다고 생각했죠.
물론 자연을 멀리 떨어트리고, 객관성을 가진 ‘관찰’도 인류를 발전시켰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건 나와 만물의 연결지점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봄을 세운다고 생각하면,
봄꽃이 피어나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게 나와 무관하지 않게 느껴져요.
우리는 봄을 함께 세워가는 거대한 팀인걸요?
오늘 단원님도 하굣길, 퇴근길에서는 포슬해지는 땅, 조금 따뜻한 바람, 따뜻한 햇빛 그리고 살짝 설레는 마음을 발견해보고,
우리 속에서 함께 봄을 쌓아봐요!
입춘이 되면 해야할 일 3가지!
다시 시작되는 절기를 맞아 봄꽃도 피어나기 시작하지만, 우리도 새 시작을 맞아 행하는 여러 풍습이 있었어요.
그 중에서 재밌는 풍습부터 소개드릴게요.
첫 번째 풍습은 '아홉차리'라는 재밌는 풍습이에요. 입춘에는 무슨 일을 하든 9번을 한다고 해요.
밥도 9번 먹고, 혼도 9번 나고요.
진지하게 꾸역꾸역 아홉번 밥을 먹는 조상님을 떠올리니 상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는데요,
갑자기 궁금증이 밀려옵니다. 왜 하필 10번도 아니고 9번일까요?
조상들은 10을 완전한 수라고 생각해서 모자란듯 비워두고 기운을 북돋는다는 의미에서 9번을 행했다고 해요.
오신채는 아니더라도 여러 채소를 먹으며 인생의 생로병사를 든든하게 이겨내봐요!
두 번째는 오신채 먹기입니다!
옛 궁에서는 입춘에 오신채를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대요.
오신채는 인생의 다섯 가지 괴로움인 생로병사독을 참고 견디라는 뜻에서 향이 강한 다섯 가지 나물 요리를 말한다고 해요.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마늘, 파, 부추, 달래, 아위 같이 향이나 맛이 강한 채소에요.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해서 건강에도 좋대요. 우리도 봄 내음 가득한 나물 요리를 올려볼까요?
저는 달래 장을 만들어서 순두부랑 먹어보려고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풍습은 '적선공덕행’이에요.
뜻을 풀어보면 아무도 몰래 선행을 베푼다는 뜻이에요.
가난한 이에게 밥을 한솥 가져다 두거나 냇물에 다리를 만들어서 남모르게 선행을 했어요.
우리는 선조들처럼 큰 베풂은 아니더라도 지하철에서 가방 문이 열린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흘리고 간 물건을 주워서 알려주는 소소한 선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분명 우리 모두 훈훈한 입춘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새해를 맞아 열심히 모아두고 쓰지 않았던 물건을 대부분 나눔했어요.
용량이 작은 새 메모리카드, 아꼈지만 더이상 듣지 않는 클래식 CD, 식물원 기념품 자석,
소장용으로 10년 전에 구매한 지브리 달력 등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필요로 해서 기뻤어요.
덕분에 매일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바쁘게 물건을 나르고 있지만, 좋은 물건을 구했다고 기뻐하시는 분들을 보면,
제 물건이 좋은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도 새 시작을 맞아서 방을 청소한다면, 물건을 버리기보다 좋은 주인을 찾아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