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줄고, 소포는 뺏기고… 남은 건 30억 달러 적자
또 멈추는 우편… 파업 앞둔 캐나다 포스트, 구조 전환 없다
캐나다 포스트가 다시 멈춰선다. 5만5,000명을 대표하는 캐나다 우편노조(CUPW)는 오는 23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규 우편물은 접수되지 않으며, 이미 운송 중이던 물품도 모두 중단된다. 전국적인 배송 중단이 다시 한 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32일간의 파업으로 크리스마스 배송과 여권 수령 등 전국에 걸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당시 노동부는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12월 17일 복귀 명령을 내렸고, 기존 단체협약은 5% 임금 인상 조건으로 2025년 5월까지 연장됐다. 그러나 그 이후 새 협약을 위한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문제의 본질은 뿌리 깊은 재정난이다. 캐나다 포스트는 2017년 이후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2년에는 5억4,800만 달러 적자, 2023년에는 7억4,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누적 손실은 30억 달러에 달한다. 급기야 연방 정부는 올해 1월 운영 자금 명목으로 10억 달러를 대출해줬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캐나다 포스트는 2026년부터 매년 최소 10억 달러의 추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매출 구조가 이미 무너졌다는 점이다. 캐나다 포스트는 과거 편지 배달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이메일과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이 사업은 사실상 붕괴됐다. 2006년에는 55억 건의 편지를 배달했지만, 2023년에는 22억 건으로 30억 건 이상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주소 수는 3,000만 개 이상 늘었다. 인구는 늘고, 배달해야 할 곳은 많아졌지만, 수익은 거꾸로 줄어든 셈이다.
캐나다 포스트는 편지 배달에 대해 독점권을 보장받고 있는 대신, 전국 모든 주소에 균일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수익이 급감한 지금 이 독점권은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내부 보고서에서는 이 상황을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택배 시장에서도 캐나다 포스트는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국 택배 물량의 62%를 담당했지만, 2023년 기준 점유율은 29%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체 택배 시장이 해마다 커지고 있음에도, 캐나다 포스트만 그 성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택배 업체들은 주말 배송은 물론, 지역별 맞춤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반면 캐나다 포스트는 주말 배송 인력 확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파트타임 근무자를 추가 채용해 주말 배송을 강화하려 했지만, 노조는 이를 ‘임시직(gig)’ 형태라며 거부하고 있다.
고용 구조도 유연하지 않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 직원은 정리해고 대상이 아니며, 최근 입사자도 10년을 채워야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회사 측은 “사실상 종신고용 체계”라고 평가하며, 조직 유연성 부족이 구조 전환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캐나다 포스트는 편지 감소, 소포 경쟁력 상실, 인력 구조조정 불가라는 삼중 압박에 놓여 있다. 여름에는 5억 달러 규모의 대출 상환도 예정돼 있어, 정부 지원 없이는 존속 자체가 어려운 형국이다.
노조는 협상 의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캐나다 전역의 우편·소포 서비스는 금요일부터 또다시 중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