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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를 벗 삼아 – 흥룡봉,향적봉,도마치봉,도마봉,번암산
1. 도마치봉 오르는 길
깎아지른 절정을 힘겨웁게 올랐을 때
구름 안개 겹겹으로 시야를 막았다가
이윽고 서풍 결에 태양이 눈부시고
천봉만학 있는 대로 일시에 다 보이면
그 얼마나 유쾌할까
岧嶢絶頂倦游筇
雲霧重重下界封
向晩西風吹白日
一時呈露萬千峯
不亦快哉
ⓒ 한국고전번역원 | 양홍렬 (역) | 1994
――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 「그 얼마나 유쾌할까(不亦快哉)」 20수 중 제5수
▶ 산행일시 : 2026년 4월 11일(토),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에 갬
▶ 산행코스 : 백운동,피우정,569m봉,흥룡봉,746m봉,향적봉,도마치봉,도마봉,886m봉,┳자 갈림길,807m봉,임도,
번암산,삼각문바위,구름다리바위,임도,감자바위유원지,번암산휴게소
▶ 산행거리 : 도상 12.1km
▶ 산행시간 : 6시간 31분(08 : 21 ~ 14 : 52)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 백운동에서 내림
▶ 올 때 : 번암산휴게소 앞 덕골농원에서 (사창리에서)동서울 가는 시외버스 타고 동서울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5 – 동서울터미널
08 : 21 – 백운동, 산행시작
08 : 40 – 피우정(避雨亭), 계류 건넘, 흥룡봉 1.78km
09 : 16 – 569m봉
09 : 38 – 흥룡봉(興龍峰, 729m)
09 : 55 – 746m봉
10 : 13 – 향적봉(香積峰, 784m)
11 : 15 – 도마치봉(道馬峙峰, 949m)
12 : 15 – 도마봉(道馬峰, 883m), ┫자 갈림길, 왼쪽은 화악지맥
12 : 42 - 886m봉
12 : 44 - 헬기장, ┳자 갈림길, 왼쪽이 번암산 가는 능선
13 : 20 – 임도, 번암산 정상 740m
13 : 41 – 번암산(番岩山, 844m), Y자 갈림길, 왼쪽이 감자바위유원지(2,113m) 가는 길
14 : 05 – 구름다리바위
14 : 27 – 임도
14 : 40 – 도로, 감자바위유원지
14 : 52 – 번암산휴게소, 산행종료, 휴식, 동서울 가는 버스(15 : 44)
17 : 37 – 동서울터미널
2. 산행지도
연 이틀 내리던 비가 다행히 주말에는 멎었다. 오전에는 구름이 많으나 11시 이후에는 맑을 거라고 예보했다. 바야
흐로 여행시즌이 시작되었는지 동서울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장터마냥 북적인다. 07시 05분에 사창리 가는 첫
시외버스를 탄다. 88올림픽도로에서 구리 가는 고속도로이며, 진접, 내촌 지나 서파 가는 47번 국도가 의외로 막히
지 않는다. 쾌속으로 달린다. 차창 밖은 짙은 안개 속이다. 슬며시 졸았는가 싶었는데 일동이다. 버스기사님은 너무
빨리 와서 좀 쉬었다 간다고 한다. 쉬는 시간이랬자 5분이다.
백운동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다. 다리 건너 텅 빈 너른 백운계곡 주차장을 지나고 이어 흥룡사 앞을
지나 백운1교를 건넌다. 어제와 그제 이곳에는 비가 제법 내렸다. 계류가 불었다. 요란하게 소리 지르며 흐른다.
박석 깐 임도가 미끄럽다. 살얼음으로 코팅한 것 같다. 갓길로 간다. 백운2교 건너면 ┫자 갈림길 왼쪽은 백운산을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직진한다. 박석 깐 임도는 피우정까지 이다.
피우정 가기 전에 계곡으로 내리는 잘 닦인 소로는 와폭을 보러 가는 길이다. 들른다. 제법 볼만하다. 피우정 바로
아래 와폭도 멋있다. 흥룡봉을 가려면 계류를 건너야 하는데 물이 불어 우왕좌왕한다. 향적봉 가는 길도 계류를 건
너지만 거기는 말랐다. 향적봉 가는 길로 계류를 건넜다가 오른쪽 흥룡봉 쪽의 계류를 건너려고 했으나 물이 깊고
물살이 너무 거세다. 다시 뒤돌아 와서 와폭 위의 암반 훑는 얕은 계류를 첨벙첨벙 건너고 만다.
여기서부터 도마치봉까지 3.8km 정도 된다. 오늘 산행 중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험로의 연속이다. 3.8km 중 적어
도 3km는 굵은 밧줄이 달려 있다. 십수 년 전에 눈 쌓인 겨울날 흥룡봉을 오르려고 했다가, 이곳 부근에서 설벽을
오르지 못하고 과감히(?) 뒤돌아선 적이 있다. 그때 얼마나 분했던가! 그러나 오늘 이 길을 가다 험로를 만나고
보니, 그때 뒤돌아가기 퍽 잘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향적봉까지는 처음 가는 길이다. 걸음걸음이 새롭다. 밧줄 잡고
오른쪽 돌길 사면을 돌아 오른다.
안개비가 내린다.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젖어 쭉쭉 늘어졌다. 젖은 밧줄 붙드는 장갑도 젖어 손이 시리다. 안개
속 어스레하다. 440m 고지에 오르고, 오른쪽 지능선은 ‘등로 없음’이라는 표시판이 있으나 길이 뚜렷하다. 약간
주춤했다가 오른다. 왼쪽 사면은 깊은 절벽이다.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린다. 진달래꽃 만발한 꽃길을 간다. 동명
정두경(東溟 鄭斗卿, 1597~1673)이 보았음직한 진달래꽃이다. 다음은 그의 시 「진달래꽃을 읊다(詠杜鵑花)」이다.
산골짜기 삼월이라 봄이 저물려고 하매
나무마다 피어난 꽃 바위 절벽 비추는구나
흐드러진 산꽃들은 모두가 다 두견화로
천만 나무 꽃의 빛깔 모두가 다 똑같구나
봄 동산서 감상하는 사람 몇이 있으려나
석양 속에 돌아오는 나무꾼이 감상하네
가련케도 꽃 흔하여 세상에서 천히 보니
만사 모두 그러하매 탄식 토할 만하구나
山中三月春欲暮
雜花生樹照岩壑
大都山花盡杜鵑
千樹萬樹花一色
春山遊賞有幾人
落日歸來見樵客
可憐花賤世不貴
萬事盡然堪歎息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15
3. 백운계곡 피우정 아래 와폭
4. 흥룡봉 가는 길
6. 흥횽봉 정상, 아무런 조망이 없다
7. 태백제비꽃(?)
8. 처녀치마, 도마치봉 오르는 길에서
11. 도마치봉 가는 길, 작년 가을에는 저 바위를 내려왔는데 오늘은 미끄러워 우회했다.
이럴진대 두견주가 없어 서운하다. 혹시 춘흥을 못 이겨 두견주(탁주에 진달래꽃을 띄운)를 마시다 보면, 험로에
발걸음이 방자해지지나 않을까 해서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569m봉이 첨봉이다. 땀 뺀다. 569m봉을 잠깐 내렸
다가 가파르고 길게 오른다. 거리 0.53km에 고도 170m를 올라야 한다. 그 거리를 굵은 밧줄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다. 낙엽 수북한 등로다. 일로 직등한다. 젖은 낙엽을 헤치니 등산화가 젖는다.
헬기장 지나고 곧 흥룡봉 정상이다. 너른 공터에 키 큰 나무숲 둘러 아무런 조망이 없다. 흥룡봉 내리면서 잠시
숨 돌리고 암봉인 746m봉 오른쪽 사면을 오른다. 거대한 슬랩이다. 이때는 손이 시리고 숨 가쁜 줄 모르고 오른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암벽이라 더듬거리며 미리 발로 미끄러운 정도를 시험해보고 기어오른다. 짙은 안개로 어두컴
컴한데다 혼자서 오르려니 은근히 겁이 난다. 쓴웃음이 난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밧줄이 없다면 도저히 오르지
못할 슬랩이다.
746m봉. 배낭 벗어놓고 놀란 가슴 진정시키다. 이 암봉이 가리산과 장쾌한 한북정맥 주릉, 그 너머 화악산 등이
요연하게 보이는 일대경점이라고 하여, 오늘 산행의 이유이기도 한데 만천만지한 안개라 전혀 보이는 게 없으니
여간 서운하지 않다. 746m봉을 내리는 길도 절벽 섞인 바윗길이지만 방금 오를 때를 생각하면 애교스럽다. 그러나
한 걸음 한 발짝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살금살금 내린다. 그런 다음 봉우리 두 개 넘고 긴 한 피치 올라
향적봉이다.
향적봉도 나무숲 둘러 쓸쓸하다. 곧장 도마치봉을 향한다. 향적봉에서 도마치봉까지 1.19km가 그리 쉬운 길은 아
니다. 0.3km 내린 왼쪽으로 흥룡사(3.46km)로 가는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줄곧 오르막이다. 2개 봉우리를 넘는
다. 직등하지 않고 왼쪽 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가파른 사면이라 한 발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처녀
치마를 본다. 안개비에 젖었다. 어쩌다 한 송이인가 했더니 여기저기서 나 좀 보아달라고 아우성이다.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는 종소명에서 보듯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보랏빛 통꽃들이 줄기 끝에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미니스커트처럼 보이기 때문에 처녀치마라고 한다. 학명의
명명자 중 N.S.Lee는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자인 이화여대 이남숙(Nam Sook Lee) 교수이다. 일본명은 쇼우죠우바
카마(猩々袴, ショウジョウバカマ)로 ‘성성이치마’이며, 영어명은 Korean swamppink이다.
작년 가을에 직등하여 내린 암봉은 오늘은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도마치봉 오르기
도 사납다. 가파른 슬랩을 두 차례 기어오른다. 교통호 지나면 도마치봉 정상이다. 너른 헬기장이다. 안개는 해의
분투로 푹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원경은 흐릿하다. 도마봉을 향하여 도마치봉 내리는 길도 교통호이다. 모처럼 교통
호 벗어나 한북정맥 마루금을 잡는다. 잡목 헤치고 절벽 위 바위에 오르면 아까 본 도마치봉 남서릉 암봉의 앞모습
을 볼 수 있다.
도마봉 가는 길은 부드럽다. 등로 주변 혹은 좌우 사면에 풀꽃이 피었을까 하고 목운동 할 겸사로 도리도리 살피지
만 내내 빈 눈이다. 오늘따라 어깨에 둘러멘 카메라가 무겁다. 시원스런 조망이나 얼레지 등 야생화를 담지 못해서
다. 도마봉이 경점이다. 이칠봉, 매봉, 화악산, 석룡산, 국망봉이 칙칙하게 보인다. 명지산은 환영처럼 보인다. ┫자
갈림길 왼쪽인 화악지맥 쪽으로 간다. 등로가 아주 잘 났다. 화악지맥 종주꾼들의 인적이다.
12. 작년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웠던 협곡이 황량하다.
13. 거목 밑동에 자리 잡은 처녀치마
14. 도마치봉 남서릉 암봉 뒷모습
15. 도마치봉 가는 길
16. 도마치봉 남서릉 암봉 앞모습
17. 왼쪽 멀리는 국망봉
18. 한북정맥 주릉에서 바라본 가리산
19. 멀리 가운데 명지산이 환영처럼 보인다
20. 도마봉에서 바라본 도마치봉
886m봉 넘고 오른쪽으로 도마치고개 가는 ┣자 갈림길 지나고, 헬기장 오르고 직진하여 살짝 내렸다가 ┳자 갈림
길 왼쪽으로 간다. 인적이 흐릿하지만 서너 개의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군인의 길이기도 하다. 봉봉이 벙커이고,
교통호와 군통신선과 나란히 간다. 십수 년 전에 갔던 길이지만 갔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처음 가는 길이다. 등로
가 그때도 이랬던가, 임도처럼 넓다. 조망이 트이는 바위가 나오면 꼬박 들러 화악산 연봉을 보고 또 본다.
807m봉 넘고 임도에 내려선다. 번암산 쪽은 아프리카돼지열병방지용 철조망을 둘렀다. 철조망 문이 잠기지나 않았
을까 염려했는데 다가가서 보니 번암산등산안내도가 있고 철조망 문이 열렸다. 이정표에 번암산 정상 740m이고,
임도는 덕골로 간다. 번암산 품에 든다. 잔잔하게 오르다 암봉인 번암산 전위봉 오르막은 가팔라 핸드레일이 설치되
어 있다.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넘고, 다시 한 차례 핸드레일 잡고 바윗길 오르면 번암산 정상이다.
번암산 정상 바위에 올라서도 키 큰 나무들이 가려 조망이 시원치 않다. 그래도 화천 명산이라고 한다. 정상 주변에
걸린 뭇 산행표지기가 14개나 된다. 번암산은 번암산(磻岩山), 반암산(盤岩山) 또는 범암산(-岩山)이라고도 부르는
데, 지역에서는 범이 자주 출몰한다하여 범암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배낭 털어먹고 하산한다. 사실 아까 번암산 갈림길에서 화악지맥 석룡산을 오르고도 싶었다. 내 산욕심을 다스리지
못할까봐 집 나설 때 먹거리를 조정하였기 망정이다. 번암산을 내리는 등로는 두 갈래다. 왼쪽은 감자바위유원지로
가는 길(2,113m)이고, 오른쪽은 번암산휴게소(2,044m)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간다. 거기가 약간 더 길기도
하지만 구름다리바위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다.
밧줄 구간이 자주 나온다. 삼각문바위가 묘하다. 거대한 바위다. 그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구름다리바위도
묘하다. 하마터면 능선 마루금 고집하여 구름다리를 건널 뻔 했다. 그 내리막은 장비 없이는 내릴 수 없는 절벽이다.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까다로운 슬랩이 두 군데 나온다. 예전에는 어떻게 오르내렸을까 자세히 살폈더니
넓적한 슬링이 달려 있다. 지금은 튼튼한 핸드레일을 붙잡고 발판 쇠고리를 디뎌 내린다.
그리고 완만해진 능선을 내리면 덕골 임도와 만나고, 임도 따라 내린다. 임도 오른쪽 계곡은 깊다. 봄을 환영하는
계류 물소리 우렁차다. 이윽고 차도와 만난다. 감자바위유원지는 오른쪽으로 도로 따라 얼마 안 가면 좁은 다리
건너에 있다. 동서울 가는 버스정류장이 어디일까? 한참 망설이다 예전의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린다. 번암산휴게소
앞에 있었다. 시간이 넉넉하다. 연신 포말 일으키는 계류 물구경 하며 간다. 번암산휴게소가 썰렁하다. 계류에 내려
가 암반 훑는 옥수에 세면탁족한다. 이만해도 시원하고 개운하다.
(부기) AI에게 미리 오늘 내 산행코스를 물어보았다. 약 14 ~ 15km 될 거라며 중 ㆍ 상급자라면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산행 도중 곳곳에 위험한 구간이 나오니 조심스럽게 산행하시라는 주의 말씀도 덧붙였다.
실험단계라고 하지만 AI의 정확도가 비교적 높다.
21. 화악산
22. 가운데는 매봉, 그 왼쪽은 이칠봉
23. 번암산 정상
24. 번암산 정상 바위 위에서 바라본 화악산과 그 앞 석룡산
25. 구름다리바위
26. 번암산 내리는 길에 까칠한 슬랩이 두 군데 있다
27. 도로에서 올려다본 번암산 지능선
28. 덕골농원 마당에서 핀 민들레
29. 도평리 지나가는 도중에 차창 밖으로 바라본 가리산

첫댓글 석룡산, 화악산, 광덕산 오르며 바라보았을 봉우리들 일듯. 군 훈련코스처럼 험한 느낌이니 고생스런 길이었겠습니다. 흐린 하늘이지만 사진 분위기 좋으네요.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그러려니 하고 산행합니다.
조망이 좋으면 운이 좋은 거고, 갈 때마다 좋을 리는 없겠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꼭 산행 마치고 나면 맑아진다는 겁니다.
만만치 않은 암 릉 길입니다.
안개라도 자욱하게 끼면 낭패이지요.
번암산 구름다리는 여전합니다.
바위가 살얼음이 얼었는지 미끄러워 무척 애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