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내용전달을 위해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Prologue]
미르탈레 아슬라노브는 내 인생을 통틀어 나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팔씨름 선수가 아닐까 한다.
그가 강해서? 그가 우승했기 때문에? 그가 거대하기 때문에?
아니다.
그는 강했지만 겸손했고, 우승했지만 자만하지 않았고, 몸은 거대했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상대방, 아니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배려가 몸에 배어있었다.
그 배려의 깊이는 후천적 교육을 통해 학습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어서,
그 사람이 갖고 태어난 원래의 품성, 즉 천성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난 오늘 미르탈레 아슬라노브(Mirtaleh Aslanov)라는 한 남자에게 내가 왜 반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들려주고자 한다.
[Episode 1]
미르탈레가 한국에 도착하던 날, 아슬라노브를 위해 공항에 나가려고 계획했던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대회를 준비하며 얼마나 바쁠지 안봐도 뻔하다. 내가 어떻게든 당신을 찾아갈테니, 내 걱정 말고 대회준비에 충실하길 바란다. 당신의 일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다시 귀국길에 오를 때도...그는 같은 이유로 혼자 공항버스를 타기를 고집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Episode 2]
미르탈레를 만난 직후 그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KFC를 데려갔고, 각종 음식을 시키고 계산을 하려던 찰나,
"뭐하는거냐? 배고픈 나를 이끌고 이 곳에 와준것만으로 고맙다. 실비스 클래식에 참가할 수 있도록 초청해준 것만으로 고마운데...밥은 내가 당신에게 사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당신이 바쁘다면 내 걱정 하지 말고 가서 일을 보기 바란다."
(물론, 밥값은 내가 냈다. 하지만 이런 제스쳐를 취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그에게 밥을 얻어먹었다고 생각한다.)
[Episode 3]
미르탈레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출국하기 전 나에게 135달러를 송금했다. 한화로 약 15만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한국에서 쓸 경비가 부족할 수 있다며 은행에서 급하게 이 돈을 송금했다고 했다.
난 그에게 물었다.
"오른팔 1등 상금이 약 1,500달러, 왼팔 1등 상금이 약 630달러, 그러니까 아무리 못해도 2,000달러를 상금으로 받을텐데, 겨우 135달러를 보낸건 또 뭐냐?"
그는 답했다.
"내가 1등을 할거라는 확신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난 한 번도 내가 우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난 (팔씨름 대회에서) 수많은 챔피언들을 놀래켰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놀래키고 있다."
그의 대답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진실했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pisode 4]
미르탈레는 사실 오른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도착한 날 밤에도 호텔에서 옷을 팔에 칭칭감고 따뜻하게 유지하며, 계속해서 아픔을 호소하곤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참가했던 대회(WAF 세계팔씨름대회)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난 그에게 물었다.
"팔이 그렇게 아픈데 대회에 나갈 수 있겠는가? 팔 상태가 심각하면 회복을 위해 쉬지 왜 실비스 클래식 참가를 고집하는가?"
그는 답했다.
"지난 7월 중국에서 너와 약속하지 않았냐. <제3회 실비스 클래식>에 참석하겠다고. 너에게 한 말을 지키고 싶었다."
[Episode 5]
피아노베베 형님과 심재원 선수와 함께한 자리에서, 심재원 선수가 물었다.
심: "존 블젱크와 팔씨름을 해본 적이 있는가?"
M: "없다."
심: "그럼, 존과 팔씨름을 하면 이길 자신이 있는가?
M: "나는 존을 우러러보며 팔씨름을 했다. 내가 어찌 감히 그를 이길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를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기지 않을 것이다...(중략)"
그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독백을 이어나갔다.
[Episode 6]
피아노베베 형님이 미르탈레에게 물었다.
베베: 당신의 눈을 보면 마치 어린아이같다. 어쩜 그렇게 맑고 순수한 눈을 가질 수 있는가?
M: 정상적인 스포츠맨(Normal Sportsmen)의 눈은 맑고 순수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스트레스와 분노를 체육관에 다 쏟아붇고 나오는데, 어찌 나쁜 기운이 몸에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Episode 7]
북카페에서 내 어머니와 처음 인사를 한 순간, 미르탈레가 나에게 통역을 요청했다.
"당신 어머니에게 이렇게 전해달라. '당신의 아들로 인해서 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당신 아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대견스럽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난, 잠시 움직일 수 없었다.
[Episode 8]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스폰서 얘기가 나왔고, 한국행 경비를 어떻게 충당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난 해외대회에 참가할 때 스폰서가 내가 원하는 경비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번 한국대회는 내 자비로 왔다. 지난번 대회에서 스폰서에게 떳떳할 성과(입상)를 내지 못했고, 날 지원해준 스폰서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자비로 한국에 와서 스폰서를 위해 꼭 입상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는 나에게 대회 티셔츠가 아닌 스폰서의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Episode 9]
난 미르탈레에게 실비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의 일부를 선물로 제공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다며, 본인이 돈을 주고 사고 싶다고 했고, 난 "너가 도착하기 전부터 준비한 선물이니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미르탈레는 마지못해 선물을 받으며, "사실 너무도 필요한 훈련도구였는데 차마 사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왜?"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사겠다고 말하면, 네가 나에게 그걸 선물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에..."라고.
"이미 대회를 준비하고 치러내며 많은 돈을 썼을 너에게 내가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라고.
난, 한참 동안이나 그를 바라보았다.
[Episode 10]
아제르바이잔에 돌아가기 전, 그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 나의 형제이자, 친구이자, 스폰서다. 당신이 날 필요로하면 언제든지 불러라. 난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당신의 곁을 지켜줄 것이다. <제4회 실비스 클래식>을 준비하며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 대회 일주일전에 한국에 와서 네 업무를 도와주겠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나갔다 왔다.
[Episode 11]
아제르바이잔에 도착한 그는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당신이 결혼을 하는 날이 온다면, 날 반드시 불러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그리고 우리(our) 엄마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잘 도착했다고."
[Epilogue]
차 안에서 그가 나에게 이 말을 건넸다.
"종교가 있는가?"
"없다."
"신을 믿는가?"
"그 존재는 믿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당신이 믿는 그 신은 지금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네가 나에게 베풀어준 선행을 그 신도 봤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당신에게 그에 대한 답을 들려주실 것이다."
첫댓글 크....
감동적입니다..
으와 진짜 진짜 인성까지도 너무 멋지내요~!!!
귀한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다이너마이트 체육관 왔을때도
깊은 배려심에 거리감없이 팔씨름 같이하며
좋은추억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립보드 화이팅! 다이너마이트 화이팅!
팔씨름뿐 아니라 마음도 챔피언인 아슬라노브 미르탈레! ^ ^
보기드문 인성을가진 멋진스포츠맨
보고싶어지네..
멋진분이였던거 같았는데 . .실제로 멋진분이네요.
내년엔 꼭 봐야겠다..그만큼 노력해야할 이유가 생겼네ㅎㅎ 고맙소 배대표님~
멋지신 분이네요..
정말 멋지네요^^;;
좋은 인연 쭈욱 이어지겠어~~~^*^ 대한민국 아제르바이젠 팔씨름 실비스 배승민 멀타레 화이팅!
와.. 진짜 멋있습니다!!
두분이서 영화한편 찍었네요
잘읽었습니다
진짜 멋있다..
마음도 실력도 세계급입니디^^~~!!
진짜 멋지네요 존경합니다! 미르탈레
4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 정말 진국이라는걸 느꼈습니다. 다시 와도 그의 가이드를 하고 싶군요
으허;;;오른팔이 그정도나 아프셨다니 몰랐네요 ㅠㅠ
실력만 가진 스포츠맨이 아니었군요, 자만하지 않는 마음을 그에게 배워갑니다.
두분다 멋지십니다.....
너무 멋지네요ㅎㅎ
와 존에대한 인터뷰는 진짜...
정말 멋진남자네요
인성이 훌륭함이 글만으로도 느껴지네요 ㅎ
정말본받고싶은인성입니다 강함과인성을모두갖춘멋진 암레슬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