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經 중에서 불경佛經이라 하면 그 내용이 얼마 정도일까요 한마디로 말해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은 명사에서 그치지 않고 방대한 내용이 실제 존재합니다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라 하는데 팔만대장경각 건물 내에 소장된 고려대장경을 보면 이해될 수밖에요 실로 그 방대庬大함에 놀랍니다
팔만대장경은 방대함의 표현이며 동시에 대장경 전각 이름입니다 이 팔만대장경각이란 도서관 내 <고려대장경>은 경판 제조 시대를 한마디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의 장점은 완벽입니다 수많은 다른 대장경과 견주어볼 때 오식誤植이라는 게 없습니다 요즘처럼 글자를 찍는 게 아니고 목판에 새겼기에 식자植字입니다
1962년 12월 20일 장경판藏經板이 국보 제32호에 지정이 되었으며 같은 날 대장경판을 모신 판전板殿이 국보 제52호로 함께 지정되었지요 건축물 설계에서 크게 한 번 놀라고 소장된 81,258장 경판 양에 놀랍니다 이 장엄한 경판과 잘 짜여진 판전은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UNESCO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실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재지요
경전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했을까요 내가 입산 출가入山出家할 무렵인 그저 겨우 50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 사찰에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해인사의 경우 법보종찰이다 보니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다고 해도 장경판 자체를 꺼내어 놓고 공부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물며 다른 사찰이겠습니까 사경寫經 문화가 발달한 배경입니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서 <치문경훈緇門警訓>이라든가 사집四集으로 잘 알려진 대혜大慧 선사 <서장書狀>과 함께 고봉高峰 선사의 <선요禪要> 규봉圭峰 선사의 <도서都序> 보조국사의 <절요節要> 등 교과서는 그나마 구할 수 있었으나 그 밖의 참고서는 그다지 많지 않아 메모지나 노트에 옮겨 적기 바빴지요
치문과 사집을 이태에 걸쳐 마치면 삼년째가 사교四敎반이었습니다 마명보살의 <대승기신론>을 비롯하여 <능엄경> <금강경> <원각경>까지 한 해 동안 터득해야 했습니다 금강경이나 원각경은 짧지 않지만 능엄경은 그 양이 꽤 긴 편입니다 지금도 어려운 경론이라면 여래장 사상의 대승기신론과 많이 알려진 금강경인 듯싶습니다
지금은 교과 과목에 관해 잘 모르지만 당시는 <화엄경>이 마지막이었지요 <화엄경>은 대교과大敎科라 하여 당시 승가대학의 피크였습니다 어찌 보면 법보종찰 '해인승가대'가 화엄학을 제대로 해야 했는데 사교와 대교를 한 해에 마쳤습니다 그러다보니 화엄경에 관해서는 청량국사 징관의 화엄 소초疏抄인 <현담玄談>에서 매듭을 지었습니다
<화엄경>하면 큰 스승이 떠오릅니다 다름 아닌 무진장 큰스님입니다 소위 <십무진장품十無盡藏品>이 화엄경 속에 들어있기도 하지만 삶과 말씀의 일치가 크셨지요 근대의 고승을 얘기하라면 법정 스님(1932~2010)과 함께 무진장 스님(1932~2013)입니다 두 고승의 삶이 곧 화엄의 꽃이었고 화엄의 가르침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