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丁公)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지팡이를 이르는 말이다.
丁 : 성 정(一/1)
公 : 공변될 공(八/2)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지팡이를 이르는 말이다. 지팡이를 만들 때 손잡이(머리 부분)를 쓰기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무래와 같아서, 고무래를 뜻하는 한자 丁을 활용해 별칭을 정공(丁公)이라 부르는 것이다.
고려의 스님이었던 식영암(息影庵)은 지팡이를 의인화한 가전체 작품을 남겼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문선(東文選) 第101卷 전(傳)
정시자전(丁侍者傳) 석식영암(釋息影庵)
입동(立冬)날 어둑한 새벽에 식영암이 암자 안에서 벽에 의지하여 조는데 밖에서 누가 뜰에 절하며, “새로운 정시자(丁侍者)가 뵙나이다” 하며, 문안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이상히 여겨 나가 보니 사람이 섰는데, 형체가 가늘고 길며, 빛이 검고 빛나며, 붉은 뿔은 우뚝 뾰죽하여 싸우는 소 뿔 같고, 검은 눈망울이 툭 부러져 부릅뜬 눈 같은 것이 기우뚱 기우뚱 들어와 오뚝히 섰다.
나는 처음 놀라고 이윽고 불러 말하기를, “여보게, 앞으로 오게. 우선 물을 것이 있네. 자네가 왜 이름이 정(丁)씨요, 어디서 왔으며, 무엇 때문에 왔는가. 또 내가 평소에 자네 얼굴을 아지 못하는데, 자네가 시자(侍者)라 일컬음은 무엇 때문인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하니,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丁)은 깡충깡충 뛰어 나와 차분차분 삼가 대답하였다. “옛날의 성인(聖人)으로 소머리를 가진 이가 포희씨(包犧氏)온데 그 분이 저의 아비요, 뱀의 몸을 가진 이가 여와(女媧)이온데 그 분이 저의 어미로소이다.
저를 수풀 속에 낳아 버리고 기르지 않아 서리와 우박이 칠 때에는 말라져 죽은 듯하였사오나, 바람과 비가 은혜를 내리면 다시 살아 번영한 듯하여, 추위와 더위를 천백 번 겪은 뒤에 자라나 인재(人材)를 이루었습니다.
여러 대를 지나 진(晉)나라 속세에 이르러 범씨(范氏)의 가신이 되어 비로소 몸에 옻칠하는 기술을 배웠사오며, 내려와 당나라 승대(僧代)에는 조로(趙老)의 문인이 되었사옵고, 또 철취(鐵觜)의 호(號)를 더하였나이다.
그 뒤에 정도(定陶) 땅에 놀았는데 정삼랑(丁三郞)을 길에서 만나니, 그가 저를 익히 보고 하는 말이, ‘자네의 형이 위는 건너지르고 아래는 내리 그었으니(丁), 마땅히 내 성을 자네 성으로 줌세’ 하였으나, 저는 그 말을 좇아 고치지 않으려 하옵나이다.
대개 저의 직책이 사람을 붙들어 모심에 있사온데, 사람 사람마다 저를 부려 제가 천하고 또 고달프오나, 그 사람이 아니면 감히 저를 부르지 못하므로 제가 붙들어 모시는 이가 워낙 적었나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돌아가 의지할 바를 잃어 해내를 떠돌다가 토우(土偶)에게 웃음을 당함이 이제 오래였사온데, 어제 하늘이 저의 기구한 운명을 불쌍히 여겨 명하여 이르시기를, ‘너를 화산(花山)에 시자(侍者)로 삼으니, 가서 직(職)을 받들고 스승을 오직 삼가 섬길지어다.’ 하시기로, 저는 명을 듣잡고 기뻐 뛰며 외다리로 왔사오니, 바라옵건대 장로(長老)께서 용납하여 받으시옵소서”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후덕스럽구나. 정상좌(丁上座), 옛 성인이 남긴 몸이여. 뿔이 무너지지 않았음은 장(壯)함이요, 눈이 도망하지 않음은 용(龍)이요, 몸에 옷칠하여 은혜와 원수를 생각함은 신(信)과 의(義)요, 쇠주둥이로 민첩히 묻고 대답함은 지(智)와 변(辯)이요, 붙들어 모심을 직책으로 함은 인(仁)과 예(禮)요, 돌아가 의지할 것을 택함은 정(正)과 명(明)이다.
이 여러 미덕을 모아 길이 살아 늙거나 죽지 아니하니, 성인이 아니면 곧 신(神)이라, 어찌 내가 너를 부릴 것이냐. 나는 이 중의 하나도 가진 것이 없으니, 그대의 친구라도 마땅하지 않거늘, 하물며 스승이 될 수 있으랴.
화도(華都)에 또 화(花)란 이름을 가진 산(山)이 있는데, 각암(菴) 늙은 화상이 그 산에 머무른 지 이미 2년이다. 산은 비록 이름이 같으나 사람은 덕이 같지 않으니, 하늘이 그대를 가라고 명한 것은 이곳이 아니요, 대개 그 곳이리라. 그대는 그리로 갈지어다” 하고,
이어 노래를 불러 보내기를, “정(丁)아, 성큼성큼 각암의 뜰로 가거라. 나는 여기서 박과 오이처럼 매어 사는 몸. 너 정(丁)만 못하구나” 하였다.
[註]
🔘 범씨(范氏)의 가신이 되어 비로소 몸에 옻칠하는 기술을 배웠사오며 : 전국 시대에 진(晉)나라의 지(智)씨의 신하인 예양(豫讓)이 그의 주인 지씨가 조씨에게 망하자 주인의 원수를 갚으려고 몸에 옻칠하여 문둥이처럼 된 것을 말함인데, 범씨의 가신이 되었다 함은 원문의 잘못이다.
🔘 조로(趙老) : 당나라 때의 유명한 중 조주(趙州)이다. 그는 말을 잘하여 쇠주둥이(鐵嘴)라고 불리었다.
🔘 토우(土偶)에게 웃음을 당함이 : 전국 시대의 웅변가 소대(蘇代)가 한 말인데, 목우(木偶)로 만든 인형이 토우(土偶)에게 말하기를, “비가 오면 너는 풀어져서 없어질 것이다.” 하니, 토우가, “나는 본래 흙으로 된 것이라 풀어져야 고향인 흙으로 가지만, 비가 와서 물이 많이 나면 너는 물에 떠서 어디로 갈지를 모를 것이다.” 한 말에서 온 말이다.
▶ 丁(고무래 정/장정 정)은 상형문자로 못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음(音)을 빌어 천간(天干)의 넷째 글자로 쓴다. 그래서 丁(정)은 (1)십간(十干)의 넷째 (2)사물(事物)의 등급(等級)을 매길 때나 차례(次例)에 있어서 제 4위 병 다음임 (3)정방(丁方) (4)정시(丁時) (5)남정(男丁)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고무래(곡식을 그러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거나 아궁이의 재를 긁어모으는 데에 쓰는 丁자 모양의 기구) ②넷째 천간(天干) ③장정(壯丁) ④인구(人口) ⑤일꾼 ⑥정, 부스럼 ⑦사물(事物)을 세는 단위(單位) ⑧소리의 형용(形容) ⑨옥(玉) 소리 ⑩제사(祭祀)의 이름 ⑪세차다, 강성(強盛)하다 ⑫친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추측컨대 틀림없이를 정녕(丁寧), 나이가 젊고 기운이 좋은 남자를 정남(丁男), 오야의 넷째 곧 1시부터 3시까지를 정야(丁夜), 성년 남자를 정구(丁口), 장년의 남자를 정장(丁壯), 국가에 등록된 장정을 정인(丁人), 혈기가 왕성한 남자를 정장(丁莊), 돌쩌귀처럼 창문이나 가구의 문짝을 다는 데 쓰는 장식을 정첩(丁蝶), 한창 때의 여자를 정녀(丁女), 남자가 20 살이 되는 나이를 정년(丁年), 장성한 한 사람 몫의 노동력을 정력(丁力), 묏자리 또는 집터 등이 정방을 등진 좌향을 정좌(丁坐),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정장(丁匠), 육십갑자의 열넷째를 정축(丁丑), 육십갑자의 스물넷째를 정해(丁亥), 육십갑자의 서른넷째를 정유(丁酉), 육십갑자의 마흔넷째를 정미(丁未), 육십갑자의 오십넷째를 정사(丁巳), 병역에 복무하는 장정을 병정(兵丁), 제 밑에 거느리고 부리는 사람을 솔정(率丁), 나이가 젊고 한창 힘을 쓰는 건장한 남자를 장정(壯丁), 집에서 부리는 남자 일꾼을 가정(家丁), 열다섯 살이 넘은 사내인 젊은 남자를 남정(男丁), 군적에 있는 지방의 장정이나 부역에 종사하는 장정을 군정(軍丁), 옥에 갇힌 사람을 맡아 지키던 사람을 옥정(獄丁), 농사를 짓는 사람을 농정(農丁),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을 역정(役丁), 영락하여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음을 영정(零丁), 음력으로 한 달 중 중순에 드는 정일을 중정(仲丁), 절에서 밥 짓고 물 긷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을 불정(佛丁), 국가 소유의 전지를 정전으로 만듦을 작정(作丁), 단 한 사람의 장정 또는 형제가 없는 홑몸의 장정을 단정(單丁), 주장하여 일하는 사람을 곁에서 거들어 도와주는 장정을 협정(挾丁), 새로 주조한 금화나 은화를 신정(新丁), 사내가 열여섯 살이 된 나이 또 그 사람을 성정(成丁), 고무래를 보고도 그것이 고무래 정(丁)자인 줄 모른다는 뜻으로 글자를 전혀 모름 또는 그러한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목불식정(目不識丁), 솜씨가 뛰어난 포정이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으로 기술이 매우 뛰어남을 비유하는 말을 포정해우(庖丁解牛), 가난하게 되어 남의 도움 없이 고생함을 고고영정(孤苦零丁), 공교롭게도 좋지 못한 때에 태어남을 생정불신(生丁不辰), 가난해지고 세력이 꺾여 도와 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괴로움을 당하는 어려운 처지를 이르는 말을 영정고고(零丁孤苦) 등에 쓰인다.
▶ 公(공평할 공)은 ❶회의문자로 마늘 모양의 사사로운, 나(我)의 뜻인 마늘 모(厶)部 일과 서로 등지고(八)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그 반대의 의미로 공변되다를 뜻한다. 公(공)의 옛 모양은 무엇인가 닫힌 것을 여는 모양인 듯하다. 옛날의 쓰임새는 신을 모시고 일족(一族)의 사람이 모이는 광장을 나타내고 그후부터 거기에 모셔지는 사람, 일족의 長(장), 높은 사람이란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公자는 ‘공평하다’나 ‘공변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공변되다’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公자는 八(여덟 팔)자와 厶(사사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厶자는 팔을 안으로 굽힌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사롭다’라는 뜻이 있지만, 갑골문에서는 八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사실 갑골문에 쓰인 口자는 ‘입’이 아니라 단순히 어떠한 사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公자는 사물을 정확히 나눈다는 뜻이었다. 소전에서는 口자가 厶자로 바뀌게 되면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나눈다는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公(공)은 (1)여러 사람을 위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관계되는 국가나 사회의 일 (2)공작(公爵) (3)남자(男子)의 성이나 시호(諡號), 아호(雅號) 또는 관작(官爵) 뒤에 붙이어 경의를 나타내는 말 (4)공작(公爵)의 작위(爵位)를 받은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붙이어 부르는 말 (5)공적(公的)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6)2인칭(二人稱) 남자(男子)에 대해서 당신, 그대의 뜻으로 쓰는 높임말 (7)3인칭(三人稱) 남자(男子)에 대해서 당신의 뜻으로 쓰는 높임말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공평(公平)하다 ②공변되다(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 ③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 ④숨김없이 드러내 놓다 ⑤함께하다 ⑥공적(公的)인 것 ⑦상대를 높이는 말 ⑧벼슬(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 또는 그런 일) ⑨존칭(尊稱) ⑩귀인(貴人) ⑪제후(諸侯) ⑫관청(官廳), 관아(官衙) ⑬널리 ⑭여럿,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사사 사(私)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에게 개방함을 공개(公開),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사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공무원(公務員),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함께 함을 공공(公共), 세상이 다 알도록 뚜렷하고 떳떳한 방식을 공식(公式), 사회의 일반 사람들이 추천함을 공천(公薦), 공중 앞에서 약속함을 공약(公約),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공포(公布), 여러 사람들의 휴양을 위하여 베풀어 놓은 큰 정원을 공원(公園),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정(公正), 공직에 있는 사람을 공직자(公職者), 어느 한 쪽에 기울이지 않고 공정함을 공평(公平), 국가 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설립하여 경영하는 기업을 공기업(公企業), 여러 사람 앞에서 연극 등을 연출하여 공개함을 공연(公演), 마음이 공평하고 사심이 없으며 밝고 큼을 공명정대(公明正大),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음을 공평무사(公平無私), 공(公)은 사(私)를 이기지 못한다는 공불승사(公不勝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