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좌장 “‘한나땡’ 방심땐 필패… 수평선 너머 쓰나미 몰려와”
野, 한동훈 비대위장 평가절하 일자
친명 일각 “韓은 尹과 달라” 경계론
비명계, 이재명 사퇴 다시 촉구
이낙연 “사법문제 없던 DJ도 후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적절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다른 세상에 사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을 외칠 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 내에선 다들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을 받지 못할 것이라 자신하는데, 만에 하나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한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한나땡’ 등의 낙관론이 이어지는 점을 경계한 것. 이날도 친명계 지도부에선 “헛스윙으로 아웃되고 경기 망치면 감독도 경질될 수 있음을 알아두길 바란다”(정청래 최고위원), “(한 전 장관이)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 만에 은퇴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장경태 최고위원)는 등 한 전 장관을 향한 평가절하가 이어졌다.
● 친명 좌장 “수평선 너머서 쓰나미 밀려와”
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그의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며 “한 위원장(한 전 장관)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다. 술을 좋아한다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막연히 한 위원장의 실책만 기다리고 방심하다가는 필패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쓸 모든 카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말 정신 바싹 차리고 굳게 단합해 혁신해야 한다”며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합’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의 총선 시계가 예년보다 빨라진 것에 우리 당이 맞출 필요는 없다”면서도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우리 당의 예측과 달리 갈 수 있으니 그에 대해 긴장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명 최고위원도 “한 전 장관은 똑똑한 사람”이라며 “그래서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고 있다. 갑자기 김건희 특검법을 받겠다고 하면 여론이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의 등판을) 우리 시계에 맞춰서 흔들림 없이 총선 승리를 위해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 당내, 다선 의원 용퇴 요구 본격화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사이에선 다선 의원 용퇴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 168명 중 3선 이상 중진이 39명인데, 이들 중 장관 등 국무위원이나 당 지도부, 원내 보직을 거친 올드보이(OB) 위주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것.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와 당, 원내에서 모두 한 번씩 자리를 역임한 소위 ‘트리플 크라운’ 인사만 당내 8명”이라며 “혜택을 많이 받은 분들이 먼저 결단을 내려주면 당 입장에선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한 전 장관을 필두로 국민의힘의 쇄신이 본격 시작될 텐데 민주당도 이 대표 체제로 뭉개고 있을 수는 없다”며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칙과 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은 이달 말까지 이 대표의 사퇴 후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을 요구한 바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한 전 장관 등판 이후 상당 시간 컨벤션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반면 민주당은 86그룹과 친명 체제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구태로 비치지 않겠냐”고 했다.
역시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전환을 요구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오후 MBC라디오에서 “한 전 장관은 꽤 대중적 인기가 있는 미래 권력의 한 축이기 때문에 ‘미래 대 현재’의 대결구도로 (총선 프레임이) 가게 되면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금처럼 사법 문제가 없는데도 2선 후퇴를 여러 번 했다”며 “민주당이 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서라도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