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시에라리온 출신 고아에서 미국 가정에 입양돼 팝스타 비욘셰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발레리나 미카엘라 마빈티 드프린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졌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너무도 이른 스물아홉 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는데 사망 원인은 알려진 것이 없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대변인은 고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부음을 발표하며 유족들이 "그녀를 알거나 그녀 스토리를 들은 모든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영감을 안겼다"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언니 미아와 오빠 에릭에 따르면 양어머니 일레인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일주일 새 두 차례 상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2000년 이 나라를 찾은 적이 있다. 하릴 없이 거리에 나앉아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시선을 던지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팔다리를 잃어버린 이들을 어렵지 않게 수도 프리타운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내전이 끝난 지 5년이 된 시점이었는데도 절망과 체념만 가득했던 그곳이었다.
드프린스는 내전이 종료된 해에 케네마란 곳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내전 와중에 부모를 여의고 삼촌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친아버지는 총격에 목숨을 잃었고 친어머니는 굶어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아원에서도 "악마의 자식"이라 불리며 따돌림을 당했다. 색소가 제대로 침착되지 않는 백반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입양돼 미국 뉴저지주로 이주했다. 양어머니 일레인은 딸이 발레에 집착하는 것을 눈여겨 봐 학교 발레 수업을 받게 했다. 고교 졸업한 뒤에 유명해졌다. 그렇게 해서 할렘 댄스시어터에 최연소 수석 댄서로 입단하는 역사를 썼다. 세계를 돌며 춤을 췄고, 비욘셰의 '레모네이드' 뮤직비디오 앨범에 출연했다.
2021년 보스턴 발레단에 차석 솔로이스트로 입단했으며, 열일곱 살 때 TV 리얼리티 쇼 '댄싱 위드 더 스타즈'에 주인공이 됐다. 그녀는 또 헌신적인 인도주의 활동가로 분쟁과 폭력에 희생된 어린이들의 권익 옹호에 앞장섰다.
쌍둥이처럼 착각할 정도로 똑닮은 미아도 어린 시절부터 함께 발레리나 꿈을 키워왔다. 두 소녀는 고아원 매트 위에서도 단짝이었다. 미아는 "그녀는 모래 위에 남기듯 그렇게 많은 전 세계 무대에 족적을 남겼다. 그녀가 무척 그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아는 "엄마 주치의와 전화를 끊자마자 내 자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면서 "그냥 늘 하듯 엄마와 통화하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던 것인데 이제는 전화할 곳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레인은 다섯 살이던 드프린스를 매일 차로 45분을 달려야 닿는 필라델피아의 록 스쿨 오브 댄스에 등교시킬 정도로 열성을 기울였다. 모녀가 함께 회고록을 집필했다.
드프린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워 차일드'의 홍보대사였는데, 피붙이들은 그녀의 레거시를 이어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에릭은 세계가 고인을 "다른 이의 삶을 낫게 하려고 열심히 일한 누군가"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발레계 인사들의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런드는 소셜미디어에 “'세상은 아직 흑인 발레리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어'라거나 '흑인 발레리나들은 투자할 가치가 없어'라는 말을 듣고도 그녀는 결단력 있게 집중하고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고 고인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양아버지 찰스도 2020년 6월 세상을 떠나 이제 5녀 2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