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나?
석불암의 관묵 스님께 차 한잔 마시고 규봉암으로 돌까?
백마능선 지나 안양산 가 본지도 오래되었다.
만연산을 넘어 화순읍에서 버스 타고 광주로 갈까?
백마능선을 잠깐 걸을까 하다가 바로 장불재에서 너와나 목장 쪽으로 내려간다.
길은 많이 정비되었다.
땀 흘리며 올라오는 이들이 꽤 있다.
샘 옆에는 와상도 두었고 사람들이 옆에서 쉬고 있다.
배가 고파온다.
식당 부근에 오자 나이 먹은 노인들이 돌을 모아 길을 공사하고 있다.
몸으로 힘쓰는 일은 노인들만 한다.
흙 위에 흰 때죽나무 꽃이 떨어져 있다.
식당은 폐업이다. 길을 돌아 주차장을 지나니 차가 많다.
점심을 먹고 싶은데 먹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만연산쪽으로 걸어오른다. 산딸기가 빨갛다.
산딸기를 따 먹으며 시 한구절을 떠 올리고 싶은데 엉터리다.
빨간 모습으로 눈호강 주더니
내 입안에 들어가 최후를 마쳤다.
입안 가득 신선경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꽃받침까지 씹어 넘기지만
씨앗은 이빨로 깨지 않고 목구멍으로 넘긴다.
내일 아침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가야는데.
만연산 가는 길은 무돌길 이름을 단 뒤로 능선을 두고 허리로 돈다.
그늘이 진 바위를 찾는데 사람이 앉아있다.
만연산 입구 사거리에서 지장산 쪽으로 길을 잡는다.
일찍 걸었으니 오늘은 분적산까지 걸어보자고 오기를 부린다.
소나무 아래 선 바위를 만나 배낭을 벗고 기대 앉는다.
김밥도시락을 펴고 돼지고기를 펴 놓고 막걸리를 따룬다.
점심이 걸다.
바위에 기대어 잠을 청할까 하다가 일어난다.
수레바위산에서 조망이 열린다.
신너릿재 아래 화순읍의 풍경이 바뀌었다.
광덕지구 아파트 단지는 작고 도로 곁으로 키가 큰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부자들이 많아진 건가? 광덕지구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큰 아파트로 옮겨 가겠지. 아니 광주로 가고
광주사람들은 서울로 가겠지. 머지않아 광덕지구의 학교들도 쫄아들겠다.
푸른 산 뒤의 우뚝한 용암산을 보고 지장산으로 올라간다.
산은 항상 힘들다. 힘들지 않다면 산에 오지 않을 것이다. 산에 오르고 오르면 힘들지 않아질까?
지장산에서 너릿재까지도 2km다. 밥을 먹어 힘을 내는데도 숲길을 걷는데도
다리가 아파온다. 나의 지구력은 형편없다.
데크를 돌아 너릿재에 닿는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이가 있다.
아랫쪽 터널입구에서 분적산길을 찾다 헤맨 것이 생각나 웃는다.
해맞이 명소 200m이정표와 도덕산 등의 안내판을 보고 걷는다.
해맞이 명소엔 정자가 있다. 길이 넓다.
초록숲이 좋다.
다리에 힘은 점점 떨어진다. 낮으막한 능선이 오르내린다.
지승재인지 저승재인지를 지나 긴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분적산인줄 알았더니 소룡봉이다.
부부가 오더니 세량제 가는 길을 묻는다.
한쪽에 누군가 메직으로 길 표시를 해 두었다.
그들은 좁은 길로 가고 난 더 너른 분적산쪽길을 내려간다.
건너다 보이는 분적산이 돌아돌아 멀다. 힘이 빠진 탓일게다.
세시 반이 다 되어 분적산 너른 정상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제법 모인다. 바위 아래엔 속옷을 입은 남자가 무등을 향해 앉아 있다.
내남인지 내지마을인지가 내려다 보이고 내가 지나온 능선과 너릿재터널이 보인다.
한쪽 벤치에 앉아 남은 막걸리를 마신다.
편한 차림으로 올라오는 이들이 있어 술병을 얼른 치운다.
남은 김치를 나무 사이에 버리고 일어난다.
길이 여러갈래다. 남구체육센터쪽을 묻는데 아저씨는 저수지를 말한다.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다. 노대동인지 진남지구인지. 5단지 앞 유치원 입구를 지나니
노대제 앞 버스 정류장이다. 75번이 풍암동으로 간다.
다음엔 금당산을 걸어볼까?
금당산을 지나 만연산까지 가 화순에서 돌아오는 것도 해 볼 만하겠다.
버스에서 졸고 졸다 와 씻고 전원주택한다는 산후배 쇄락을 만나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