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린 월요일 저녁, 우리 성당 판공성사 날에는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용담동 성당에 갔습니다.
성사를 보고 보속으로 받은 묵주기도 5단을 바치기 위해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모처럼 저수지도 한바퀴 걸었어요.
성사를 보고도 답답했던 마음이 묵주기도 (5단+5단 더!) 바치며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어젯밤 빗속의 고해성사..
찰떡같이 제 마음을 잘 표현해 준 시가 있어 올려봅니다~^^
모과 한 알
-박태석
빗속에 교회에 갔다
용서를 빌었으나 잘 안 된 것 같고
나도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다
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길
비를 막기에는 우산이 점점 작아지는구나
주택가 골목길 한 발 앞서가던 할머니
길바닥에 찰싹 몸 붙인 나뭇잎들 사이에서
모과 한 알을 주워든다
“뭘 믿는 게 있어 혼자 떨어진 게야, 응?
무슨 마음으로 너 혼자서 떨어져 있는 게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품에 안고 조심스레 걸어간다
나도 저런 모과는 아니었는지
저런 바보 모과로 살고 있지나 않았는지
발소리 죽이며 뒤따르다 문득,
누구 하나쯤은 용서해보리라 생각한다
*주변에 쉬는 교우들에게도 고해성사 하시도록 안내해주시고 기쁜 성탄 함께 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