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요란한 쥐잡기 소동이 벌어진 이후 닭장안에 변화가 생겼다.
귀한 알들을 낳아주는 암탉을 해치는게 족제비나 쥐보다도 이웃에서
침입한 닭들이란데 분개한 주인 오마니가 힘쎄고 멋진 수탉들을 사온것이다.
이제껏 알 잘 낳는 우리들(암탉)위주로 성비만 간신히 맞추어 수탉들을 키웠는데
쥐잡기 소동에서 회의에만 신경쓰던 수탉들이 이웃집 수탉들에게 참패당한 이유가
제대로 된 수탉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란걸 뼈저리게 통감한 쥔 오마니는 거금을 들여
토종뿐만 아니라 수입한 수탉들까지 들여와 바야흐로 우리 닭장은 세계화되었던 것이었다.
수탉들을 우리보다 더 잘 멕이며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개,고양이,염소,오리,거위 등등)을
덥쳐서 쪼아대도 쥔 오마니는 오로지 강한 수탉을 만들기 위한 일념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않고 최고 승리자이며 동네에서 제일 강하다는 저 사진의 수탉을 이길수 있게끔
강하게 집중 훈련에 순탄하던 닭장에 전쟁의 살벌한 바람이 몰아쳤던 것이다.
복수에 불타는 쥔 오마니의 제의로 이웃집들과 추석 연휴에 닭들의 운동회격인 닭싸움
시합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그리하야 오로지 순종 쌍알을 잘 낳아 인기최고 암탉이었던
난 어쩔수없이 세태의 흐름에 따라 일부종사의 열녀문을 뒤로하고 싸움닭들의 튀기
잡종알을 낳을수밖에 없는 슬픈 역사가 시작되어떤 거시어떤 거시어따~! ㅠ.ㅠ......
나으 첫번째 앤이면서 이웃집 원쑤 수탉과 가장 먼저 닭싸움에 붙었던 돌돌쒸는 자그마한
체구지만 완벽한 벼슬과 윤기나고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날 무척이나 사랑했던 수탉이었다.
허나 불같은 성정을 지녀 그 불같은 기운으로 어떤 닭과도 싸우려고 먼저 덤비는 통에
이웃집 수탉에게 판전승 완패로 뻗어버려 둘이 제대로 쌍알 항개 못 만들고
쥔 오마니의 끓는 물속으로 사라져버려떤 거이어따..ㅠ.ㅠ
두번째 앤으로 만나게 된 짱돌쒸는 벼슬은 별로였으나 훤칠한 키에 대단한 몸짱으로
닭장의 암탉들에게 인기 짱이어서 이름까지 짱돌이라 불리웠는데..
평소 다른 닭 울음 소리만 들리면 불끈 성을 내는통에 닭들 우는 소음에
흥분해서 닭 싸움터에 나가서 몸짱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도 못하고
무수한 상처만 훈장처럼 달고 고개를 떨구며 돌아와떤 거시어따..ㅠ.ㅠ
싸움닭들 중에 특이했던 세번째 앤이었던 날돌쒸는 상대를 제압하는
멋진 깃털을 펼치며 위급할적엔 날기까지 해 상대 싸움닭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어
닭싸움에서 가장 오래 버티어 쥔 오마니를 잠시 기쁘게 했는데..
상대만 보면 너무 노려보고 깃털을 곤두세우며 폼만 너무 잡다가 공격을 피해
날아보기도 전에 급소를 공격받아 그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했던 거시어따..ㅠ.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쥔 오마니가 스페인에서 수입한 우짤수 없었던
운명의 네번째 나으 앤인 데콜로데스쒸를 싸움터에 보내기 이르렀는데..
평소에 색을 발켜서 이름까지 데콜로데스(스페인 어로 色이란 뜻)인
이 수탉은 평소엔 잘 싸웠는데 관중을 의식해 스타의식이 발동이 됐는지
싸움터에 나가서까지 운동장을 돌며 때깔 좋은 암탉만 쫒아 다니며
자기 빨간 깃털을 너무도 흔들어 대다가 화난 이웃집 수탉들의
집중 테러로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떤 거시어따..ㅠ.ㅠ
그래도 포기할수 없는 쥔 오마니는 마지막 카드로 똘똘하고 중심잡기까지 잘해서
닭장의 모든 닭들에게 존경을 받던..
모든것에 거의 완벽했던 나으 넘버 파이브 앤인 똘레랑스쒸를 싸움터 안으로 몰자
우리 닭장 닭들의 응원소리는 하늘을 찌를만큼 대단했다.
감성과 지성,형이상과 형이하학까지 두루 골고루 안정감있게 발달된 이 똘레랑스쒸야말로
우리 닭장의 자존심을 지켜줄거라고 모두 숨죽이며 환호를 보내는 순간..
이런 싸움은 무의미 합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다가야하고 싸움닭이나 알 낳는 닭이나
각자 자기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를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하루를 소중히 보내면 되는겁니다.
이 싸움에서 포기하고 내려오는 저를 비겁하게 보시면 전 비겁한거 맞습니다.
비겁하더라도 전 똘레랑스이니까요..
싸움닭을 피해 단상에 올라간 울 똘레랑쓰쒸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나직히 말하고 내려오는것이 아닌가..
순간 조용했으나 이미 과도한 열기에 흥분한 싸움닭들이 똘레랑스쒸를 떼지어 공격해
다섯번째 나으 앤도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던 거시어따..ㅠ.ㅠ
우리 닭장의 완패로 닭싸움이 끝나 쥔 오마니가 닭들을 수습해 돌아오려는 순간.
아득하게 꼬오오오끼~~이~~오오오오오오~~~~~~~소리가 들리는것이 아닌가.
그 울음소리는 듣는 닭뿐 아니라 사람의 혼과 기를
모조리 빼 놓을만큼 이상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그 소리의 진원지를 살펴보니 평소에 다른 닭이 울어도 움직이는 빛이 안 보이고
먼데서 보면 마치 나무로 조각한 닭과 같이 항상 뒷전 멀리 횃대에 올라가
쥔 아저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읽던 노자 장자 책을 귀 기울여 듣던,
평소 시원찮던 나의 별볼일 없었던 장자쒸 울음소리가 아닌가..
그 장자쒸 울음소리에 어떤 공력이 실려있는지 기세등등하던
싸움닭들은 내상을 입은듯 다들 비실비실 쓰러져가고..
완패한 싸움터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쥔 오마니는 기쁨의 할렐루야를 외쳤으며
어느새 나타난 쥔 아자씨의 말쌈..
음..우리 장자닭이 이제 비로서 성숙한 싸움닭이 되었다.
앞으로 그 어떤 닭도 덤비지 못할 것이며 보기만 해도 도망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