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1. 불날(화요일).날씨: 아침저녁으로 가을 겉옷을 챙기지만 낮에는 따듯하다.
[외계인에서 지구인으로 — 2학년 아침열기]
마을 소공원 놀이터에서 2학년 아침열기를 했다. 마을 산책을 하려던 길이었지만, 아이들이 “선생님, 축구해요!” 하고 외쳤다. 그래서 산책도 하고 몸놀이도 하기로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공을 몰고 뛰었고, 두 아이가 문지기와 수비를 맡았다. 1:3의 경기였지만, 아직은 선생이 충분히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기라 전반전, 후반전 나눠 마음껏 뛰었다. 회오리슛이 날아가고 엉덩이 강철 수비가 등장하자 웃음이 터졌다. 아슬아슬하도록 조절해 10:9로 선생이 이겼지만, 모두가 즐겼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아이들과 몸놀이를 하면 아이들이 쓰는 말과 관계가, 마음이 보인다. “괜찮아.” “내가 먼저 할게.” “미안.”
이 짧은 말들 속에 아이들의 성장과 우정이 담겨 있다. 금세 사과하고 금세 웃으며 다시 달린다. 놀이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어울리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말을 배우는 시간이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또 제안했다.
“선생님, 이번엔 숲속놀이터에서 구슬치기 해요!”
오늘은 교실에서 책을 읽고, 아침 놀이에서 드러난 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아이들의 흐름을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아침 호흡을 가다듬고 놀이로 성장하리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숲속놀이터에서 구슬치기를 시작했다. 구슬이 굴러가는 길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축구가 몸의 놀이였다면, 구슬치기는 말의 놀이였다. “들어가라 얍!” “이번에는 꼭!” “야호 들어갔다!” 서로의 규칙을 만들고 새로 주고 받는 놀이 사이, 아이들은 사회의 작은 질서를 몸으로 익혀 간다. 함께 놀이를 채비하며 즐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숲속놀이터에 있던 다른 학년 아이들도 구경을 했다.
교실로 돌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의 몸놀이는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었다. 땀과 웃음이 섞인 얼굴에는 만족함과 행복이 묻어났다.
2학년은 1학년 때의 외계인 티를 벗고 이제 조금씩 지구인이 되어간다. 여전히 외계인 감성이 남아 있지만, 규칙을 알고, 약속을 지키고, “이건 안 돼요”라고 말할 줄도 안다. 피아제가 말한 ‘구체적 조작기’의 문턱에 서 있는 아홉 살은, 세상을 감으로 이해하던 아이가 이제 눈앞의 경험으로 사고를 정리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아이들은 이제 눈앞의 구체 사물과 경험을 통해 논리로 사고하기 시작하며,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추상의 사고는 미숙하므로 경험 중심의 놀이와 몸활동이 사고를 구체화시켜 준다.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부딪히며 ‘왜?’를 묻는다. 비고츠키의 말처럼, 그 ‘왜’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 “이건 내 차례야.” “이건 반칙이지?” 놀이 속 대화가 바로 사고의 발판이 된다. 이 시기 아이들이 또래와의 협동 놀이를 통해 사회 언어와 사고를 내면화한다. 아이들은 사회 규범을 익히고 조율하며, 언어가 사고를 성장시킨다. 그러므로 교사는 아이들의 대화와 놀이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언어의 장이 되도록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돕는다. 그리고 에릭슨이 말한 것처럼, 이 시기의 아이는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을 필요로 한다. 심리사회 발달 단계로는 ‘근면성 대 열등감’의 초기로,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축구에서 공을 막아내는 일, 구슬치기에서 규칙을 제안하는 일, 그 모든 경험이 자신감으로 남는다.
공립학교 교사들이 2학년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1학년 때 학교와 교실의 규칙을 익힌 뒤, 돌봄 단계를 넘어 본격으로 세상 모든 것을 솜사탕처럼 빨아들이는 시기라서 그렇다. 그러나 나는 가끔 그 말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다. 아이가 빨리 지구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외계인 티를 조금 더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많고, 상상과 현실이 아직 겹쳐 있는 그 시절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배움의 시간이다. 놀며 배우고, 배우며 논다. 듀이가 말했듯, “교육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교육은 ‘배움’과 ‘놀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험은 교육의 본질”이다. 2학년 아이들에게 놀이 속 경험은 곧 학습의 씨앗이다. 규칙이 있는 협동놀이로 구슬치기, 공기놀이, 간단한 축구 놀이는 사회 규범 학습이고, 자연 속 산책과 글쓰기는 관찰력, 언어 표현력을 확장한다. 역할극 놀이는 감정 이해,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고, 맑은샘 어린이회의나 이야기 나누기는 언어를 통한 자기 표현과 민주스러운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책읽기-이야기-놀이 연계 활동은 문학 속 상황을 놀이로 재현하며 상상력과 사고력을 확장시킨다. 교사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자라나도록 돕는 조력자다.
아홉 살의 아이들은 지금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놀이터의 구슬 하나에도 우주를 담을 줄 아는 그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들은 조금씩 자란다. 아이들 덕분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