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최진석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쓴 안철수 지지 이유, 그리고 페북 글을 읽어봤다. 보수 우파(다른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지식인은 왜 윤석열과 안철수를 지지할까, 이런 의문 때문인데, 그 대표적 관점을 최진석 교수의 글에서 봤다. 짐작한대로 정권교체, 현 민주당 정부와 586에 대한 비판으로 윤석열과 안철수를 지지한다. 안철수의 윤석열 단일화를 이끌어낸 주요 장본인이기도 하다. 원고 매수의 한계 때문인지, 너무나 익숙한 '정권교체'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 난 뭐 다른 철학적 고민이 있을 줄 알았다.
동양철학자로, 또 불교철학을 공부한 보수 우파 지식인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어떤 관점을 가지는가, 이것이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엘리트 지식인의 기득권(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명성, 인적 네트워크 등 많은 것이 기득권이다.) 유지를 위한 자기 독백이었고, 지식인의 허위의식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시키는지 그 한 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그는 정말로 "나라를 걱정"한다. 그것 진심인 듯하다. 문제는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하는 점이 큰 차이가 있다. 그가 생각한 그 '나라'는 뭘까? 그의 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 AI, 메타버스, 생명공학, 초격차 기업", 이 정도가 그가 밝힌 나라의 미래인데, 이와 어울리는 후보가 안철수이고, 윤석열이란 것이다. 최진석 교수가 선택한 안철수, 윤석열이 그 나라의 미래와 어울린다는 논리는 어딘가 이질적인 듯하다. 차라리 '법치국가 건설!' 이 정도의 논리하면 받아들이겠지만 말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특유의 DNA를 습득하고 있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문자와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꽤 어렵다. 지식인은 이를 다른 누구보다 정교하게 설명해낸다. 모든 행위를 그렇게 한다. 최진석 교수의 마지막 글의 문장은 이렇다.
"2021년 9월 30일, 안철수 후보를 처음 만나서 내가 꺼낸 첫마디는 이랬다. '왜 정치를 하십니까?' 안철수 후보가 대답하였다. '나라를 살려야 합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했겠는가."
동양철학과 불교철학을 공부한 최진석 교수가 이 정도의 수준으로 자신의 정치 참여의 변을 밝힌다는 것은 놀랍다. 그가 공부한 철학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 철학은 현실 삶에 관계 없는 책상 앞, 강의 테이블 앞 철학이었을까. 그럼 그건 철학이 아니잖아.
흥미로운 점은 최진석 교수 같은 보수 우파 지식인들이 한결같은 논리가 "나라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우리 '나라'는 걱정의 대상인 셈이다. 근데 난 '나라'가 걱정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해방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엘리트들의 사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배 구조다. 그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온갖 범죄, 특혜, 차별, 혐오, 그게 내가 걱정하는 것이다. 이미 각종 통계는 우리나가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한다. 근데, 그들은 왜 '나라'를 걱정할까.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이런 선진국 형 나라가 아닌, 좀 다른 것일 듯하다. 예컨대, 기존 기득권 엘리트 세력으로 만들어진 사회 구조, 이게 흔들리는 것, 그게 아닐까. 그게 흔들리니, 나라가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몇몇 사법 세력, 언론 세력 등 보수 우파 엘리트들은 그들이 국가를 이끌어간다고 실제, 아주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게 핵심인 듯하다.
최진석 교수의 나라 걱정, 그로 인해 윤석열, 안철수 지지는 엘리트 지식인의 기득권 유지와 이를 감싸기 위한 허위의식이 얽혀 만들어낸 또다른 괴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