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일 조선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한 골다공증 환자의 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골다공증 없는 꼿꼿한 노년 (하)내게 맞는 방법으로 지속적 치료 필수
병원 방문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중간에 치료 중단하는 환자들 많아
척추·고관절 같은 주요부위 골절 땐 자칫 생명 위험한 상황 발생할 수도
알약·주사 등 치료 방법과 주기 다양 의사와 상담 후 적합한 방식 적용해야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가 떨어지는 골다공증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골다공증에 관심 갖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골다공증은 증상을 느끼기 어려운 데다, 바쁜 일상 속에서 주기적으로 치료받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다. 그렇다고 골다공증을 마냥 내버려둬선 안된다. 뼈가 약해진 고령자라면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과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골다공증 치료 중단 사례 많아=“농사일이 워낙 바쁘고 평소 복용하던 약도 잘 듣지 않아 그냥 치료를 포기하려 했어요.”
전남 나주시 봉황면 죽석리에서 농사짓는 한순옥씨(68)는 어느 날 갑자기 하리통증이 심해져 좋아하던 등산은 물론이고 농사일까지 잠시 접어야 했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학교병원을 찾았다가 심한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뼈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해보니 허리가 휘어 있었고, 골밀도 수치도 정상 수준(-1.0)에서 한참 벗어나 -4.5까지 떨어져 있었다. 2014년 당시 많이 사용하던 알약을 처방받아 처음에는 열심히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자 약 복용과 중단을 반복했다. 결국 치료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한 사람은 한씨만이 아니다. 대한골대사학회가 최근 국내 50∼70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3분의 1가량(32%)은 중간에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골다공증 환자 가운데 1년 안에 치료를 그만둔 비율(58.6%)은 절반이 훌쩍 넘었다. 치료를 멈추거나 치료받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어서’ ‘병원 방문이 번거롭고 치료받을 시간이 부족해서’ 등이 주로 꼽혔다.
골다공증은 골절로 이어져 자칫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번이라도 골다공증 증상을 겪었다면 골절이 찾아올 위험이 많게는 10배 높아진다. 이때 척추·고관절 등 주요 부위에 골절이 나타나면 영구장애는 물론이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주창일 조선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은 수술 등으로 한번에 완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생 관리하면서 골절 위험성을 낮춰야 하는 질병”이라며 “오랫동안 치료했더라도 손목·허리 등에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뼈 상태를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효과 높이고 주사횟수 줄인 치료법 나와=한씨는 담당의사인 주창일 교수가 주사치료제를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골다공증 치료에 나서기로 했다.
골다공증은 치료방식에 따라 치료주기도 달라진다. 먹는 알약인 경구제는 하루 한번, 혈관에 놓는 정맥주사는 일주일에 한번이다. 경구제와 정맥주사 약제로는 ‘비스포스포네이트’가 대표적이다. 피부에 놓는 피하주사제는 주기가 1∼6개월로 다소 길다. 가령 ‘로모소주맙’은 한달에 한번, ‘데노수맙’은 6개월에 한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주 교수는 치료주기가 긴 피하주사제의 한 종류인 ‘데노수맙’을 한씨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치료횟수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효과와 안전성도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2009년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신약 임상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데노수맙으로 3년간 치료받았을 때 척추·고관절·비척추 부위의 골절 위험은 각각 68%, 40%,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치료주기도 긴 편이어서 농사를 짓느라 바쁜 한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피하주사제 치료를 4년가량 받아온 한씨는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 골밀도는 꾸준히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허리 통증도 호전됐다. 주 교수는 “60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은 골다공증 또는 전 단계인 골감소증 환자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평소 자신의 뼈 상태에 관심을 두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골밀도나 골절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