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조차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박수정(21) 씨는 2012년 한화손해보험에 채용전제형 고졸인턴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동) 2학년에 재학 중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보통 고2라면 취업은 물론 대학 진학도 확실치 않을 때입니다.
박 씨는 중학교 때 반에서 5등을 벗어나 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1~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습니다. 충분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도 취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인턴기간까지 합쳐 사회생활 5년차. 박씨를 만나 어린 나이에 사회에 진출한 삶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박수정 사원 /잡아라잡
◇적성을 일찍 찾았기 때문에 취업 먼저 선택
-현재 하고 계시는 업무가 무엇인가요? (박수정) 여의도 한화손해보험 본사 개인금융파트에서 부동산담보대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고객이 부동산담보대출을 하고자 할 때 대출기준을 알려드리고 고객이 기준을 충족한 대상이 되는지 심사를 합니다. 직책은 아직 사원입니다.
-특성화고에는 어떤 계기로 입학하셨나요? (박수정) 중학교 때 방송작가를 꿈꿨어요. 당시 대전여상에 회계과와 영상과가 있었거든요. 영상과를 들어가서 대학도 관련 학과로 가고 싶었어요. 대전여상이 대전지역에서 취업이나 대학진학으로 유명해 입학을 결정했죠.
-특성화고에 가겠다니 가족이나 친구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수정) 부모님은 ‘실업계’라며 반대하셨죠. 당시 ‘특성화고’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았던 때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공부도 잘하는 네가 왜 실업계를 가?’라면서 의아해 했어요. 중학교 때 알아서 공부 했고, 제가 하고 싶은 일도 뚜렷하니까 저를 ‘믿어달라’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영상을 전공하셨는데 현재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박수정) 그 점이 저도 신기해요. 대전여상에 입학하고 6개월 만에 제 진로와 생각이 아예 바뀌었어요. ‘회계’과목을 처음 들었는데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정말 재밌어서요. 계정과목을 구별하는 것도 재밌고, 숫자가 딱 떨어질 때 쾌감도 좋았어요. ‘아 적성이란 게 있구나’를 깨달았죠. 방송작가라는 꿈은 접어두고 회계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박수정) 우선 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순서를 다르게 했을 뿐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고등학교 때 찾았기 때문에 먼저 취업했을 뿐이에요. 우리나라는 ‘선진학 후취업’을 정해진 진로로 생각하잖아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받은 취업 프로그램 중 무엇이 기억나나요? (박수정) 고1 여름방학 때 ‘신협’을 방문해 2~3주 정도 체험했던 게 기억나요. 창구 뒤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데, 이때 직접 볼 수 있었죠. 그 후로 은행에 가면 ‘진상고객’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인문계고에서는 실제 기업을 방문하고 교육받는 프로그램이 없잖아요. 대학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모두 운영하지는 않더라고요.
박수정 씨의 입사 초기 모습(왼쪽)과 현재 /잡아라잡
◇ 고2때 취업했지만 공부도 놓지 않아
-한화손해보험 입사과정을 설명해주시겠어요? (박수정)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2년에 한화그룹 전 계열사가 고2·고3을 ‘채용전제형 인턴’으로 선발했어요. 당시 인문계 친구들도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죠. 서류전형에서 가고 싶은 계열사 1·2지망을 적었어요. 서류전형 합격 후 HAT이라는 한화적성검사를 봤어요. 그 후 합격한 계열사에서 인턴선발면접을 봤고요. 여름방학 인턴기간을 거친 뒤 2차 면접에서 선발돼 최종입사가 결정됐어요.
2012년 한화그룹은 고졸공채에서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채용전제형 인턴 700명을 모집했습니다. 당시 8000여명이 지원해 1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습니다.
-왜 한화손해보험을 선택했나요? (박수정) 제가 회계를 좋아했기 때문에, 금융 쪽으로 진출하고 싶었어요. 사실 1지망은 한화자산운용이었고, 2지망이 한화손해보험이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한화자산운용은 1명을 뽑았더라고요.
-서류전형에서 어떤 점을 어필했나요? (박수정) 방송반에서 엔지니어로 활동을 하며 얻은 ‘협동심’을 어필했어요. 방송반에서 했던 모든 활동이 여러 사람과 같이 하는 일이니까요. ‘근면함’을 어필하기에도 좋았어요. 등교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등교를 했거든요.
-인턴 선발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박수정) 저희 어머니가 다른 기업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세요. 당시 이력서에 부모님의 직업을 적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면접에서 어머니가 일하시는 기업이 아닌 ‘한화손해보험’에 온 이유를 물으셨어요. 안 그래도 면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까봐 면접 전날 어머니와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는 “‘어머니께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능청스럽게 답했어요.
-인턴기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박수정) 고2 여름방학 때 용인에 있는 한화생명 인재경영원에서 2주 동안 연수를 받았어요. 1주는 전체 계열사가 모여서 특강을 듣거나 팀워크를 쌓는 활동을 했고요. 그 다음 1주는 제가 지망한 계열사의 사업장에 가서 보험지식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어요.
-최종입사가 결정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박수정) 메일로 합격을 확인했는데, 처음에는 얼떨떨하고 신기했어요. ‘내가 열심히 한 게 헛되지는 않았구나’하는 뿌듯함도 들었고요. 부모님은 한화라는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셨어요. 제가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먼저 하겠다고 하니 걱정하셨거든요. 걱정이 싹 날아갔다면서 좋아하셨어요.
-고2때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공부도 열심히 하셨네요. (박수정) 공부의 목적이 취업만이 아니듯, 취업했다고 공부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하루는 친구들이 ‘너는 취업도 했으니 성적 좀 깔아줘라’고 말해서 정말 속상했어요.
동아리 '하람꾼'에서 활동 중인 박수정 사원 /박수정 씨 제공
◇ 차별은 없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받을 땐 속상
-또래보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했는데, 장점이 있다면요? (박수정) 또래에 비해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놀 때 경제적인 부담이 덜해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니까 일찍 부담을 덜어드릴 수도 있고요. 올 가을에 어머니와 동남아로 여행을 가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어요. 제가 비용을 모두 충당할거에요.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요? (박수정) 제가 한 지점의 총무로 입사를 했어요. 총무는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딱 들어도 목소리가 어리니 무조건 반말하는 고객들이 많았어요. 어떤 기준이나 절차를 설명해드려도 ‘너는 됐고, 높은 사람을 연결해 달라’는 손님도 있었고요.
-고졸이라고 차별을 받은 적은 없나요? (박수정) 확실히 하고 싶은 건, 회사에서 고졸이라고 무시당한 적은 전혀 없어요. 다만 대졸이 고졸보다 많이 배운 건 사실이잖아요. 회사 업무에서 대졸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있기는 해요.
-대졸사원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박수정) 또래와 비교했을 때 이미 사회경력이 쌓였다는 점이 강점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컴퓨터활용·회계 자격증을 따면서 ‘취업 마인드’를 일찍 가졌잖아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서는 대졸사원보다 뒤처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신가요? (박수정) 네. 회계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어요. 제가 회계에 흥미를 느낀 만큼 더 공부를 해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고졸 차별 때문 아니냐’라고 하시지만, 대졸 사원도 계속 공부하고 자기계발하지 않으면 뒤처지잖아요.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요.
-언제 특성화고에 입학해 취업 먼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수정) 우선 고2때 제가 졸업한 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대전여상이 취업 프로그램이 체계적이라서 적성을 찾기 수월하다고 홍보했어요. 제가 방문한 반에 제 친구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이 다음해에 대전여상에 입학했다고 하더라고요. 입사 후에는 저희 팀장님의 따님이 저와 동갑이었는데, 대학 입학을 두고 고민이 많으셨나 봐요. 제게 ‘내 딸이 너를 만나서 배울 게 많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뿌듯했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박수정) ‘하람꾼’이라는 퍼포먼스 팀에서 활동해요. 하람꾼 안에 춤, 노래, 아트, 영상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저는 춤을 추고, 들어간 지 6개월 정도 됐어요. 홍대에 놀러갔다가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합류했어요. 멤버는 직장인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해요. 미국, 호주, 중국, 미국 출신 외국인도 있어요. 저는 일요일마다 저녁 5시부터 3시간정도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어요. 한 번 구경하러 와주세요.
첫댓글 공유하고픈 좋은 기사라 퍼왔습니다 ~
어린 나이에 선택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시네요!
허허참 대단하네요
진짜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해요
멋져요 ㅎㅎ
훠우 짱이심